유치권의 성립요건
어떤 학생으로부터 유치권의 성립요건에 관해 질문을 받았다. 부족하나마 나름대로 답변을 좀 했는데도 그 학생은 잘 납득을 못하는 것 같았다.
우선 유치물이 유치권자의 소유가 아닌 ‘타인’의 소유여야 한다(大判 1993.3.26, 91다14116)는 것에 관해 그 이유가 무엇인지 하는 질문. ‘타인’ 소유의 물건을 유치하여야만, 그 소유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변하였으나, 자기 소유의 물건이라 하더라도 타인이 대항력 있는 점유권을 갖고 있다면 유치권으로써 그 점유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들어왔다. 그 점유를 지금 타인이 갖고 있는데, 어떻게 그 부동산을 유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였으나, "우연히 소유자가 점유를 탈환했을 수도 있잖아요?"하며 내 반문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일단 유치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그 물건의 현실적 점유뿐만 아니라 점유권 자체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학생들이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하였다.
그 다음은 부동산 매도인이 매매대금을 다 지급받지 아니한 상태에서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어 목적물의 소유권을 매수인에게 이전한 경우, 매도인의 목적물인도의무에 관하여 동시이행의 항변권 외에 물권적 권리인 유치권까지 인정할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결정(大決 2012.1.12, 2011마2380)에 관한 질문이었다. 질문한 학생은 이 경우 어쨌든 매도인이 매수인인 '타인'의 소유물에 대하여 아직 점유를 갖고 있고, 그 '타인'으로부터 받을 돈을 아직 못 받은 상황인데, 단순히 그 '타인'에게 '등기'를 넘겨주었다는 우연한 사정 하나만으로 유치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 다시 말해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냐는 것이었다.
그 학생 말은, 우리 대법원이 거래의 안전을 위하여 유치권의 성립요건을 자의적으로 너무 좁힌 것 같다는 것이었는데, 물론 유치권만 놓고 보면 그렇지만 우리 민법이 부동산물권변동에 관하여 등기를 요구하고 있고, 형식주의의 원칙을 취하고 있다는 것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본다면 대법원결정을 그렇게 이해 못할 것은 아니라고 답변하였다. 그러나 이 답변에 대해서도 그 학생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납득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마지막 질문은 선행저당권 있는 채무자 소유물과 상사유치권에 관한 질문.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이미 선행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채권자의 상사유치권이 성립한 경우, 상사유치권자는 선행저당권자 또는 선행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절차에서 부동산을 취득한 매수인에게 상사유치권으로 대항할 수 없다는 대법원판례(大判 2013.2.28, 2010다57350)에 관한 의문이었는데, 본디 상사유치권은 '채무자 소유의 물건'에 대해서라면 얼마든지 성립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채무자가 완전히 소유하는 물건'에 대해서만 성립할 수 있다고 대법원이 해석한 것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것이 질문한 학생의 생각이었다. 글쎄 그 학생의 문제의식에도 물론 일리가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부동산유치권이 거래계에서 많은 부작용을 불러오고 있는 상황에서 유치권 성립 당시에 이미 목적물에 대하여 제3자가 권리자인 제한물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에까지 상사유치권의 유치적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좀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답변하였으나, 그 학생은 끝까지 내 답변을 이해할 수 없다고 버텼다.
유치권이 확실히 난제(難題)는 난제인 모양이다. 유치권의 문제는 내가 답변할 수 있는 범위를 훌쩍 넘어서는 것이 아닌가 싶어진다.
지금은 좀 지지부진하지만, 전체 경매부동산 가운데 7~8%에 유치권이 신고되고 있고, 그렇게 신고된 유치권 가운데 90%가 가장 내지 허위유치권일 정도로 부동산유치권의 문제가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부동산유치권이 입법적으로 정리될 것이라 여겨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