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와 입찰에 관한 정리


일정한 사업이나 매물을 놓고 그에 관한 계약의 상대방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사람에게 그 계약상대방이 되기 위한 경쟁에 참가하도록 초대를 하고, 그 참가자 중에 가장 낮은 보수나 비싼 가격을 제시한 자와 계약을 체결하려 하는 경우가 꽤 많다. 이렇게 계약상대방을 경쟁에 의해 선정할 경우 비합리적 정실favoritism에 의한 계약의 체결을 방지할 뿐 아니라, 계약상대방으로부터 최고의 급부를 받아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로서 경매(競賣 Versteigerung)와 입찰(入札 Sealed Bid Auction)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여기서 경매란 다수의 매수희망자가 경쟁자의 제안내용을 알면서 공개적(公開的)으로 매수를 위해 경쟁하는 것을 말하고, 입찰은 다수의 계약희망자가 경쟁자의 제안내용을 모르면서 비공개적으로 자기는 뭘 해줄 수 있는지 표시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경매에서는 매수희망자가 계속해서 새로운 가격을 제시할 수 있지만, 입찰에서는 그 계약희망자가 보통 단 한번만 계약조건을 제시한다.

경매든 입찰이든, 이렇게 계약이 경쟁적으로 체결되는 것임을 당사자가 미리 알고 있는 상태에서 계약을 교섭하는 경우, 그 청약 및 승낙의 시기는 언제인가 하는 것이 문제된다. 우선 경매에서, 매수희망자Bieter의 호가(呼價)는 종국적인 것이 아니고 다른 매수희망자가 더 높은 가격을 부를 경우 그 호가는 곧 의미를 상실하는 것이다. 따라서 매수희망자의 호가는 원칙적으로 승낙이 될 수가 없고, 다른 매수희망자가 더 이상 나서지 않는 상태에서 경매신청자 또는 경매운영자Auktionator가 경매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선언해야 계약이 성립하는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해 경매절차에서 매도하려는 자가 확정된 가격을 표시함이 없이 경매를 시작하였다면, 이는 청약이 아니라 청약의 유인으로 해석되고, 거기에 대해 매수희망자가 일정한 가격을 제시했다 하더라도 이는 승낙이 아니라 청약이 될 뿐이며, 그 가격에 대해 더 이상 경쟁하려는 자가 나타나지 않고 매도하려는 자가 결국 그 가격으로 팔 것임을 선언했을 때에 비로소 계약은 승낙이 되는 것이다.

설령 매수희망자가 그 경매물건Auktionsgut에 대해 매우 높은 가격을 제시해서, 더 이상 경쟁하려는 자가 나오지 않았고, 이에 대해서는 매도인측의 승낙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지경이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이 경우 그 최고가격은 신중한 검토 끝에 제시된 가격이 아니라, 다른 희망자들과의 경쟁과정에서 흥분한 나머지 매수희망자가 자기 지불능력을 초과하여 얼떨결에 제시한 가격일 수도 있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경매신청자나 경매운영자는 그 최고가격 제시자의 실제 지불능력에 대해 불안해 할 수도 있다. 따라서 매수희망자가 매우 높은 가격을 제시하였고 그 이후 다른 경쟁자가 더 나타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매도하려는 자는 그 가격제시자의 지불능력 유무 등에 대해 좀 더 검토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경매에서의 호가는 계약승낙이 아닌 계약청약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경매에는 매매대금이 내려가는 경매, 즉 역경매(逆競賣 Rückwärtsauktion)의 경우도 있다. 이를 가리켜 네덜란드식 경매Dutch Auction라고도 한다. 이러한 경매에서는 매도하려는 자가 최초가격Startpreis을 제시하므로, 그러한 가격의 제시가 청약이 되고, 매수희망자의 사겠다는 의사표시가 승낙이 된다. 이 경우에는 경매과정에서 매매가격이 점점 더 올라가긴커녕 점점 더 떨어지므로, 매수희망자가 다른 희망자들과의 경쟁때문에 흥분하여 자기 지불능력을 초과한 가격임에도 허황된 매수의사를 표시하거나 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매도인이 그 매수희망자의 의사표시에 대해 더 신중하게 검토하거나 할 필요 없이 매수희망의 의사표시만으로도 계약이 바로 성립되도록 한다. 물론 거래관행이나 특약에 의해 이 경우에도 경매운영자가 승낙을 해야 하는 것으로 정할 수도 있으나, 그러한 관행이나 특약이 없을 경우 역경매에서는 매수희망자의 승낙으로 계약이 성립하는 게 원칙이다.

한편 경매에는 국가기관이 민사집행법 및 민사집행규칙에 의해서 행하는 공경매(公競賣)라는 것도 있는데, 이러한 공경매에는 위의 법리가 통용되지 않는 것으로 한다. 공경매의 경우에는 집행관이 매수신청의 액 가운데 최고의 것을 3회 부른 후 그 신청을 한 사람을 최고가매수신고인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고(민사집행규칙 제72조 3항 ), 그 다음에 최고가매수신고인 또는 차순위매수신고인에 대하여 법원이 매각허가결정을 선고해야만 한다(민사집행법 제126조 이하 ). 그러므로 그 법률규정에 따라 매수의 시기를 정하도록 하면 되고, 민법상의 계약성립이론은 여기에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함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입찰에서 입찰자bidder의 가격제시bidding 기타 계약조건제시는, 호가경매에서 매수신청인의 호가와 마찬가지로 청약에 불과한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해 입찰자가 최고가를 제시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입찰을 개최한 자가 그에 대해 낙찰(落札 successful bid)임을 확정해야 비로소 계약이 성립하는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설령 가장 유리한 계약조건을 제시한 자가 누구인지 명백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를 곧장 낙찰자(落札者 successful bidder)로 지정했다가는 계약의 제대로 된 이행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입찰을 개최한 자는 최고조건으로 입찰한 자가 혹시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계약조건을 제시한 것은 아닌지, 그 계약조건이 그에게 과연 무리는 아닌지 검증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입찰은 입찰을 개최한 자가 낙찰임을 확정하였을 때에 비로소 계약이 성립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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