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에 관한 정리


계약금(契約金)이란 계약을 체결할 때에 당사자 일방이 계약금, 보증금(保證金), 선금(先金) 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 대하여 교부하는 금전 기타의 유가물을 말한다. 독일어로는 이를 ‘Anzahlung’ 또는 ‘Draufgabe’라 하고, 프랑스어로는 이를 ‘arrhes’라 하며, 영어로는 이를 ‘downpayment’ 또는 ‘earnest’라 한다. 이러한 계약금에 관한 규정은 우리 민법상 ‘해약금(解約金)’이라는 표제 하에 계약총칙(契約總則)의 절이 아닌 매매계약의 절에 자리를 잡고 있지만(제565 조), 이러한 계약금의 교부는 매매계약에서만 이루어지지 않고, 임대차, 도급 등 모든 유상계약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계약총론의 장에서 미리 설명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 해약금 : 해약금(解約金)이란 말 그대로 계약을 풀어서 없애버리기 위한 목적으로 교부하는 돈을 말한다. 보통은 계약을 체결할 때 건네주며, 반드시 금전임을 요하지 않고 금전적 가치를 갖는 물건으로도 족하다. 물론 이러한 돈을 건넨다고 해서 그 계약이 바로 해제되는 것은 아니고, 이러한 돈을 걸어둔 효과로서 그 계약당사자는 장래에 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본디 계약금이란 이러한 해약금과 동일시되는 성질의 금전이 아닌데, 우리 민법은 일본의 관습과 일본의 민법규정을 따라서 계약금을 해약금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계약금에 관한 규정은 이미 희랍법 및 동부지방법에서 그 유사한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이때 계약금은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계약 전에 지불하는 돈으로서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시 매수인은 계약금을 상실하고, 매도인의 채무불이행시 매도인은 계약금의 2배액을 반환해야 하는 것이었다(손해배상의 예약). 동로마의 유스티니아누스대제도 계약금을 위와 같이 계약해제권을 유보한 위약금(違約金)으로 파악했다(C. 4, 21, 7). 반면 프랑스민법은 이러한 위약금의 전통을 약간 벗어나서 제1590조에서 “계약금을 걸고 매매의 약속을 한 경우, 계약금의 교부자는 그 상실을 조건으로, 그리고 계약금의 수령자는 그 배액반환을 조건으로 계약을 임의해제할 수 있게 된다(Si la promesse de vendre a été faite avec des arrhes chacun des contractants est maître de s'en départir, celui qui les a données, en les perdant, et celui qui les a reçues, en restituant le double.)”고 규정했고, 일본민법(제555조)을 거쳐 우리나라 민법도 프랑스민법을 따라 계약금을 해약금으로 보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제565조 1항). 하지만 고전기 로마법에서는 계약금을 단순한 계약체결의 증거, 즉 증약금(證約金)으로서 파악했으며, 이러한 태도는 독일민법(제337조)과 스위스민법에 계수되고 있다. 한편으로 우리 민법 제565조의 계약금규정은 우리 민법이 계약(합의)과 이행을 구별하는 낙성계약의 원칙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그 존재가 가능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 증약금과 위약금 : 증약금(證約金)이란 계약이 성립되었다는 사실을 확정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네는 돈을 말하는 것이다. 해약금에 해제권이 부여되는 것과 달리, 이러한 증약금은 증거수단으로 이용되는 이외에 별다른 법률효과가 없다. 독일어의 ‘Anzahlung’이나 영어의 ‘downpayment’는 본디 이러한 증약금을 가리키는 말이다. 반면에 위약금(違約金)이란 계약을 위반했을 때, 다시 말해 계약당사자가 채무불이행을 했을 때, 그 손해배상금을 담보하기 위하여 미리 지급하는 돈을 말하는 것이다. 해약금이 만일의 경우 계약으로부터 발을 뺄 가능성을 위해 건네는 돈이라면, 위약금은 계약의 이행에 대한 자신감을 표시하고 상대방을 안심시키기 위해 건네는 돈이라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독일어의 ‘Draufgabe’나 영어의 ‘earnest money’는 본디 이러한 위약금을 가리키는 말이다. 위약금을 약정했을 경우, 이는 또한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데, 하나는 ‘손해배상액의 예정Vereinbarung über den Schadenersatzbetrag’으로서 그에 따르면 그 위약금 외에 더 이상의 손해배상금은 없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위약벌(違約罰 Vertragsstrafe)’로서 그에 따르면 그 위약금 외에 별도의 손해배상금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보통의 경우 위약금은 바로 전자, 즉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기본적으로 일정한 계약금이 증약금인지, 해약금인지, 위약금인지, 위약벌인지는 그 의사표시의 해석에 따라야 할 것이다.

우리 민법상 계약금계약은 금전 기타 유가물의 교부를 요건으로 하는 요물계약(要物契約)으로서, 본계약에 종된 계약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계약금계약에 의해 교부된 계약금은 당사자 사이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해약금(解約金)으로 추정된다(제565조 1항). 다시 말해 계약금은 해제권의 유보를 위해 수수된 금전으로 취급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당사자 사이에 다른 특약이 있을 경우에는 해약금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계약금은 보통의 경우 해약금으로는 추정되어도 위약금(違約金)으로 추정되지는 않는데(大判 1981.7.28, 80다2499), 이는 우리 거래관행상 계약금의 액수가 대금의 약 10% 정도에 불과한 이상,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기에는 그 금액이 너무 적다는 사정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위약벌로 볼 수 있을 만큼 그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가 분명하거나 확고한 것도 아니므로, 이러한 계약금을 위약벌로 보는 것은 더더욱 곤란하다(제398조 4항). 그러므로 당사자 간에 그 계약금이 이행착수 이후의 채무불이행에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합의되었을 때에 한하여 그 계약금은 위약금으로도 취급되고, 거기에 더해 당사자 간에 그 계약금은 본래의 손해배상금에 추가된 것이라는 합의가 있을 때에 한하여 그 계약금은 위약벌로 취급이 된다 할 것이다.

물론 당사자 사이에 아직 본계약이 체결된 것이 아니라 일방예약 또는 쌍방예약만이 체결되었다면, 이때의 계약금은 해제권의 유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예약완결권의 유보를 위해 교부된 예약금(豫約金)으로 보아야 한다. 이 경우 당사자 간에는 그 계약금이 계약금 수령자의 본계약체결의무 불이행시 그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것이라 보게 된다(제398조).

계약금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계약금이 본계약체결의 당시에 반드시 교부되어야 한다. 만약 계약금에 관해 합의만 해놓고 계약금을 실제로는 지급하지 않았다면, 지급분의 포기(抛棄) 또는 배액(倍額)의 상환이라는 계약금계약의 효과는 전혀 발생할 수 없게 된다. 계약금계약은 그 성질상 요물계약(要物契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법원은 계약금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매수인이 일단 형식상으로는 매도인에게 약정한 계약금을 모두 지급한 것으로 하고, 이를 다시 매도인으로부터 돌려받아 매수인이 보관한다는 현금보관증(現金保管證)을 매도인에게 작성ㆍ교부함으로써 계약금지급에 갈음하였다면,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는 실제로 계약금이 교부된 것처럼 해석할 수 있다고 하였다(大判 1999.10.26, 99다 48160: 이 경우 매수인이 계약금을 해제한다면, 그로써 매도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약정된 계약금을 위약금으로서 지급하여야 함 ). 현금보관증의 교부만으로도 현금의 교부와 마찬가지의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았으니, 요물계약성을 대폭 완화해버린 셈이다. 그러나 계약체결 당일에 약속한 계약금이 전부 준비되지 않아 계약금의 일부만을 교부하고, 나머지 계약금은 빠른 시간 내에 바로 지급하기로 약속하는 경우에는, 아직 그것만으로 계약금계약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법원의 입장이다(大判 2008.3.13, 2007다73611: 물론 그 계약금약정이 없었더라면 주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될 경우 그 상대방이 주계약을 해제할 수는 있을 것이나, 그런 경우가 과연 흔히 존재할 것인지는 의문임 ). 물론 이 경우 계약금을 일부라도 현금지급한 의미나 실익이 없어질 수도 있겠지만, 계약금계약의 요물계약성도 존중하여야 하고, 약정된 계약금을 기준으로 계약금계약을 체결하려 했던 당사자의 애초 의사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보아서 이렇게 판결한 듯하다.

계약금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계약금지급분의 포기 또는 배액의 상환을 조건으로 양 당사자에게 해제권을 부여한다는 당사자 간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물론 당사자 간에 계약금이 수수되었다면, 당사자 사이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이러한 해제권 부여의 합의는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제565조 1항).

다만 계약금을 수수하는 당사자 간에 해제권을 유보하지 않는다는 특약이 있을 경우, 계약금의 수수에도 불구하고 당사자 간에 해제권은 유보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 계약금은 어디까지나 우정의 징표이며, 대금 일부의 선급(先給)을 의미할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당사자 간에 명시된 경우, 그 계약금을 지급한 매수인이 단순히 계약금의 포기로써 매매계약을 해제하지는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러한 경우의 계약금은 프랑스민법상의 ‘arrhes’가 아닌, 독일민법상의 ‘Anzahlung’ 또는 영미법상의 ‘downpayment’에 더 가까운 것이 된다고 할 것이다.

당사자 간에 위약금(違約金)의 약정이 있다 하더라도 계약금계약의 성립에는 지장이 없는 것이 원칙이다. 예를 들어 “본계약을 매도인이 위반하였을 때에는 수령한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수인이 위반하였을 때에는 교부한 계약금을 포기하여야 한다”는 약정이 이와 같은데, 이러한 약정만 있고 해제권의 부여에 관한 약정이 명시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손해배상액의 예정(제398조 1항)과 동시에 제565조에 기한 임의해제권은 유보된 것으로 본다(大判 1946.11.8, 46민상58). 왜냐하면 위약금약정과 동시에 임의해제권이 유보되었다 하더라도,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의 이행착수 전에 임의해제권을 행사하면 위약(違約)이란 문제가 생길 여지가 없을 것이요, 이행착수 후에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이때에는 어차피 임의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이상, 임의해제권이 아닌 법정해제권(제544조 이하)을 행사하면서, 위약금약정에 따라 예정된 손해배상금(제398조 4항)을 상대방에게 청구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해약금의 약정과 위약금의 약정은 서로 조금도 모순되지 않는다(大判 1946.11.8, 46민상58). 물론 당사자 간에 계약금의 포기 또는 배액상환과 별도로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금을 더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특약이 따로 존재하였다면, 이러한 약정은 위약금계약 가운데서도 위약벌계약(違約罰契約)으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물론 제398조 4항에 의해 위약금약정은 위약벌약정이 아닌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됨).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계약금을 수수한 당사자는 계약상대방의 채무불이행 여부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러한 해제권의 행사는 다른 약정이 없는 경우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에(제565조 제1항), 일방이 이행에 착수하면 이러한 계약해제권은 소멸하게 된다. 그런데 “Pacta sunt servanda(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라는 대원칙에 따라 계약의 구속력은 가급적 유지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 ‘이행의 착수’와 ‘다른 약정’이라는 요건은 가급적 넓게 해석된다. 이는 예외법확대적용금지의 원칙이 뒤집혀서 적용되는 예라고도 할 수 있다(白慶一, 예외법 확대적용 금지의 원칙, 재산법연구 제25권 제3호, 32면 참조).

여기서 ‘이행의 착수’란 예를 들어 물품을 인도하기 위하여 창고에서 하역(荷役)에 착수하거나, 중도금(中途金)을 지급하거나, 가등기(假登記)를 경료하는 등의 행위 착수를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이행의 착수’는 가급적 넓게 해석되어, 판례도 ‘단순히 이행의 준비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나 반드시 계약내용에 들어맞는 이행의 제공의 정도에까지 이르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다(大判 2002.11.26, 2002다46492). 심지어 하급심판례 가운데 하나는 “계약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계약법상의 대원칙과 아울러, 계약금의 수수로써 계약의 구속력을 강화시키려 하기 마련인 당사자의 의사 등을 함께 고려해볼 때, 이와 모순되는 민법 제565조의 해약금제도는, 그 해제권의 행사범위를 최소화시킬 수 있게끔 목적론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기도 하였다(서울高判 2004.1.16, 2003나37862). 다만 최근 판례는 토지거래계약에 관한 허가구역(許可區域)으로 지정된 구역 안에 위치한 토지에 관하여 매매계약이 체결된 경우, 당사자가 토지거래의 허가신청(許可申請)을 하고 이에 따라 관할관청으로부터 그 허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이는 신의칙상의 의무를 이행한 것에 불과할 뿐, 아직 그 단계에서는 매매계약의 효력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이행의 착수’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大判 2009.4.23, 2008다62427). 어쨌든 이러한 ‘이행의 착수’가 행해진 뒤에는 계약의 구속력이 이미 너무나 강해진 상태가 되기 때문에, 제565조에 따른 계약의 해제는 더이상 가능하지 않게 된다.

당사자 간에 해제권을 유보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가 있을 경우에도 해제권의 발생은 저지된다. 계약금을 해약금으로 보는 민법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라 임의규정(任意規定)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설령 상대방이 이행에 아직 착수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리고 계약금의 배액을 현금으로 제공했다 하더라도, 해제권유보에 반대하는 약정이 있었던 이상, 해제권은 행사될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약정은 제565조에 기한 해제권을 적극적으로 배제한다는 내용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계약금에 기한 해제권을 유보하지 않겠다고 하는 내용의 합의만 있으면 곧장 성립하는 것으로 본다. 이미 확정적이고 유효하게 성립한 데다 명시적으로 유보된 약정해제권도 없는 계약에, 채무불이행 등의 법정해제사유조차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대금의 1할 정도에 불과한 계약금의 손해를 감수하는 것만으로 이행의 착수시까지 무제한의 계약해제권을 휘두를 수 있게 하는 제565조 1항의 해약금추정규정은 계약의 구속력을 심각하게 약화(특히 이중매매를 정당화)시키는 규정으로서, 최대한 좁게 해석하고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계약금계약에 근거하여 계약당사자가 상대방의 이행착수 전에 계약을 해제한 경우의 법률효과가 문제된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계약의 효력이 소멸하고, 양 당사자는 그 계약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난다는 점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 이외의 문제는 다음과 같이 항목을 나누어서 보도록 하겠다:

1) 계약금의 포기 또는 배액의 상환 : 본디 계약금의 포기 또는 배액의 상환은 해제의 법률효과라기보다 해제권의 행사요건에 해당하는 것이다. 특히 계약을 해제하는 자가 계약금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 그 해제권의 행사만으로도 계약금포기의사는 표시된 것이라고 봐야 하는 만큼, 여기서 별도로 계약금포기의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불필요한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계약을 해제하는 자가 해제의 의사표시와 동시에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해야 하는 경우, 상대방이 배액의 상환금수령을 거절하거나 상대방의 어떤 행위가 필요하여(제460조 단서 ) 계약을 해제한 자가 구두제공(口頭提供)만을 한 상황이라면(이 경우 굳이 공탁 등의 현실제공을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구두제공만 하는 것으로도 족함: 大判 1981.10.27, 80다2784; 梁彰洙/金載亨, 58면), 이때 해제의 상대방은 그 배액의 상환금을 거절하지 말고 이를 반드시 수령하여야만 할 것이다. 만약 해제의 상대방이 그 배액의 상환금을 수령하지 않는다면, 그에 따른 불이익은 해제의 상대방에게 귀속한다.

2) 원상회복 : 원상회복관계는 이러한 해제가 계약당사자의 이행 전에 이루어진 것인 이상, 발생할 여지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계약금의 원상회복은 이미 계약금계약을 통해 서로 배제하기로 합의가 된 부분이므로, 여기서 더 이상 문제될 것이 없다. 물론 일방의 이행착수로 인해 제565조의 해제권이 봉쇄된 상태에서 채무불이행에 기해 계약이 해제된 것이라면, 이때에는 원상회복의무(제543조 이하)가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이때에도 당사자 간에 위약금약정이 존재한다면, 계약금은 원상회복되지 않고 그 대신 위약금으로서 포기되거나 그 배액의 상환이 문제될 뿐이다.

3) 손해배상 : 제565조에 의한 해제는 계약일반의 해제원인으로서 채무불이행(이행지체, 이행불능, 불량이행, 채권자지체)에 의한 해제가 아니라, 순수 해제권의 유보에 의한 해제이므로, 이 사안에서 채무불이행이 전제되지 않는 이상 손해배상청구권은 발생할 여지가 없다(제551조의 적용배제, 제565조 2항). 물론 일방의 이행착수로 인해 제565조의 해제권이 봉쇄된 상태에서 채무불이행에 기해 계약이 해제된 것이라면, 이때에는 손해배상의무(제390조; 제551조)가 인정된다. 특히 계약당사자 일방의 채무불이행으로 계약상대방에게 발생한 손해의 액수가 계약금의 액수 또는 계약금의 배액을 상회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추가적인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것(제390조)이 실익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계약금계약이 제390조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이의제기가 있을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계약금이 수수되었다 해서 채무불이행에 따른 법정해제권이나 손해배상청구권이 포기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특히 법정해제권에 관해서는: 大決 1990.3.27, 89다카14110). 다만 당사자 간에 위약금약정(違約金約定)이 있었다면, 그러한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제398조 1항)으로 추정되는 이상(제398조 4항), 그 약정이 위약벌약정(違約罰約定)으로 반증되지 않는 한, 당사자 간에 계약금의 포기 또는 배액의 상환 외에 별도의 손해배상은 없는 것으로 보아야만 할 것이다.

계약당사자가 계약상 의무의 이행에 착수하여, 계약금에 기한 해제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경우, 지급된 계약금 전액은 계약의 유형에 따라 대금, 차임, 보증금, 임금 등에 충당된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이 계약금의 처리는 당사자의 의사, 계약의 성질이나 내용, 거래관행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겠다(예를 들어 프로야구 선수들이 구단과 입단계약을 하면서 받는 계약금은 연봉과 별도인 경우가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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