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의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정리


물건의 하자Sachmangel란 특정물매매(제580조)나 종류물매매(제581조)에 있어서 매도인이 물건을 인도하긴 했으나 그 물건 자체에 흠결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고장난 기계나 병든 가축을 인도한 경우가 그와 같다. 이러한 경우 권리에 흠결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그 물건 자체가 계약체결 당시 존재하고 있었던 이상, 원시적 일부불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민법은 이를 물건 자체에 흠결이 있는 경우로 보아서 권리의 하자Rechtsmangel와는 약간 다르게 규율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어로는 이러한 물건의 하자담보책임을 ‘Sachmängelhaftung’이라 하고, 프랑스어로는 이를 ‘garantie pour défaut de la chose’라 칭한다.

이때 물건의 하자(瑕疵)란 그 물건이 갖는 통상의 가치, 또는 계약상 표시된 목적물로서의 가치나 효용을 상실 또는 감소시킬 만한 흠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하자를 독일어로는 ‘Man­gel’이라 하고, 프랑스어로는 이를 ‘défaut’라 하며, 영어로는 이를 ‘defect’라 한다.

* 하자의 결정시기 : 특정물과 종류물을 불문하고 매매목적물의 위험이 이전되는 시기(목적물이 인도되거나 등기완료되는 시기)에 하자의 존재여부가 판단된다고 보는 것이 간명할 것이다. 계약체결시로 보는 견해(郭潤直, 179면)도 있으나 계약체결시에 하자가 있었다 하더라도 목적물 인도 이전에 매도인이 하자보수를 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이전시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金亨培, 338면).

o 담보책임의 내용

1) 청구권의 종류 : 물건의 하자에 있어서는 권리의 하자에서 인정되는 계약해제(契約解除 Wandlung), 대금감액(代金減額 Minderung), 손해배상(損害賠償 Schadensersatz)의 청구권에 더하여, 완전물급부(完全物給付 Neu­lieferung), 하자보수(瑕疵補修 Reparatur) 등의 청구권이 매수인에게 추가적으로 인정된다. 이때 완전물급부와 하자보수에 대한 청구권을 합쳐서 추완청구권(追完請求權 Nacherfüllung)이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권리의 하자와는 달리, 물건의 하자에 있어서 하자담보책임의 고유한 내용은 오히려 이러한 추완(追完 Nacherfüllung)에 더 있다고 보아야 한다. 물건매매의 실제에서 가장 전형적인 하자담보책임의 내용인 이른바 ‘아프터서비스after-sales service’는 보통의 경우 바로 이러한 추완, 즉 그 물건을 고쳐주고 바꿔주는 것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권리의 하자담보책임에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해제와 손해배상은 물건의 하자담보책임에서 단지 일반규정에 따른 책임에 가까운 것으로 볼 필요가 있다. 한편 우리 민법은 목적물의 추완에 대한 매수인의 청구권을 종류물(種類物)의 하자에 한해서만 규정하고 있고(제581조 2항 ), 추완청구권의 우선성에 관해서는 따로 명문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그 밖에 물건의 하자담보책임에 있어서 또 하나의 중요한 책임내용이 될 수 있는 대금감액에 관해서도, 우리 민법은 따로 준용규정을 마련해두지 않고 있다(제580조 1항 본문이 준용하는 제575조 1항에는 예를 들어 제572조 1항이 규정하는 것과 같은 대금감액청구권이 포함돼있지 않음). 물론 대금감액과 손해배상을 사실상 동일한 것으로 볼 수도 있긴 하겠으나, 손해배상이 순수하게 매매목적물 교환가치의 감소를 기준으로 청구되는 것인 반면, 대금감액은 일종의 일부해제(一部解除)로서 그 대금에서 목적물가치감소의 비율만큼을 공제하는 식으로 청구되는 것인 만큼, 양자는 개념이 조금 다르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청구권의 요건 : 물건의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모든 청구권은 매수인의 선의ㆍ무과실을 전제로 한다(제580조 1항 단서). 추완청구권처럼 비교적 매도인에게 큰 부담이 없는 청구권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물건의 하자를 알고 있었거나 알 수 있었던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목적물의 추완이나 손해배상청구 등의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만 여기서 물건의 하자를 모른 데 대한 매수인의 과실은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가벼운 과실로 물건의 하자를 알지 못한 매수인까지 매도인에게 추완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매수인에게 너무 가혹하기 때문이다(참고로 독일민법은 매수인이 악의이거나 중과실인 경우에만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없고, 매수인이 중과실인 경우에도 매도인이 목적물의 하자에 관해 악의로 침묵했거나 목적물의 성상을 보증한 때에는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음: 독일민법 제442조 참조). 그리고 여기서 매수인은 선의ㆍ무과실인 것으로 추정되므로, 매수인의 선의ㆍ무과실 여부에 관한 증명책임은 매수인 아닌 매도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한편 매수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은 권리의 하자(제575조 1항 단서)에 기해 행사하는 경우 악의의 매수인도 이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나, 물건의 하자에 기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선의ㆍ무과실의 매수인만이 이를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제580조 1항 단서). 그리고 해제권은 권리의 하자에 있어서 전부불능인 경우 악의자도 이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었으나(제570조), 물건의 하자인 경우에는 선의ㆍ무과실의 매수인만이 이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3) 청구권의 우열 : 이렇듯 물건의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매수인의 권리행사는 각자 요건을 달리 하지만, 가급적 당사자 간의 계약관계 및 본래대로의 이행청구권을 유지하기 위해 추완을 가장 우선적인 책임내용으로서 청구하고, 그러한 추완이 불가능할 때에 한하여 손해배상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물건의 하자에 대하여 무과실인 경우에도 매수인에 대하여 담보책임을 부담하는 매도인에게 조금이나마 배려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계약의 해제는 다른 하자치유방법이 없을 경우(하자가 너무 중대해서 도저히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경우)에 한해서만 인정해야 한다(제580조 1항 본문, 제575조 1항 단서). 매도인의 입장에서 계약의 가장 큰 목적은 대금의 수령 및 보유라고 할 것인데, 이를 전부 박탈하는 법률효과는 가급적 지양하는 것이 좋고, 그것이 계약유지(契約維持)의 원칙에도 부합할 것이기 때문이다(이에 관해서는 金奎完, 도급하자담보책임법과 일반채무불이행법, 민사법학 제28호, 224면; 李璡基, 채무불이행의 일원적 규율을 위한 시론, 한독법학 제14호, 237면 참조).

* 하자보수청구권과 완전물급부청구권 간의 우열 : 수입중개상을 통해 BMW 자동차를 매수하였는데, 자동차를 매수하여 인도받은 지 5일 만에 계기판의 속도계가 작동하지 않는 하자가 발생하였음을 이유로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신차 교환을 구한 사안에서, 우리 법원은 위 하자가 계기판 모듈의 교체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손쉽게 치유될 수 있는 하자로서, 하자수리에 의하더라도 신차구입이라는 매매계약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별 지장이 없고, 하자보수로 자동차의 가치하락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희박한 반면, 신차급부의무는 다른 구제방법에 비하여 매도인에게 지나치게 큰 불이익이 발생되어서 오히려 공평의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매수인의 완전물급부청구권 행사를 제한하였다. 아무리 종류매매(種類賣買)라 하더라도 매매목적물의 하자가 경미하여 수선 등의 방법으로도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는 경우라면 추완(追完) 가운데서도 하자보수(瑕疵補修)라는 구제수단을 더 우선하게 해야 한다고 판시한 셈이었다(大判 2014.5.16, 2012다72582 ).

4) 특정물의 하자담보책임 : 위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민법은 계약해제권과 손해배상청구권 같은 일반적 권리들의 경우 종류물의 하자와 특정물의 하자 모두에 대해 이러한 권리들을 인정을 하고 있는 반면, 목적물의 추완에 대한 매수인의 청구권은 종류물(種類物)의 하자에 한해서만 인정을 하고 있다(제581조 2항). 어차피 특정물(特定物)의 경우 완전한 대체물(代替物) 자체가 없을 뿐 아니라, 특정물에 보수(補修)할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특정물이라면 이행기의 현상(現狀)대로만 인도하면 되고 그것으로 특정물채무는 소멸해버리기 때문에(제462조) 그렇게 규정한 듯하다.

이에 따르면 매수인은 특정물의 하자를 이유로 매도인에 대해 계약해제권을 행사할 수도 있고,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그런데 계약해제권은 특정물의 하자로 인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만 행사될 수 있는 권리인 반면, 손해배상청구권은 특정물의 하자만 증명될 경우 매도인에 대해 얼마든지 행사될 수 있는 권리이다(제580조 1항, 제575조 1항). 다시 말해 특정물의 매수인은 그 특정물에 관한 매매약정 당시 존재하지 않던 하자(다시 말해 그 특정물의 현재 성상이 매매계약 체결당시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보여주거나 약속했던 성상과 차이가 있다는 점)를 그 특정물에서 발견하여 이를 증명할 경우, 매도인이 그 하자를 수선해주겠다고 제안하더라도 이를 뿌리치고, 매도인에게 곧장 손해배상청구를 하여 매도인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아내거나 매도인에게 지불할 대금을 깎을 수 있게 된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특정물매매에 있어서도 그 하자에 대한 매도인의 수선이 비교적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경우에는, 마치 종류물매매에서처럼 하자보수(瑕疵補修)에 관한 매수인의 추완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다만 그 특정물이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갖고 있어서 함부로 수선하는 것이 법률상 금지될 경우에는 아무리 수선이 쉽다 하더라도 추완청구는 허용되지 않음). 그리고 특정물매매에 있어서도 하자보수청구권은 다른 구제수단에 비해 매수인이 이를 우선적으로 행사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할 필요 역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同旨: 법무부 민법(재산편)개정자료집, 2004.11, 880면에서 河京孝 위원의 견해 ). 이를 부정할 경우 매수인은 가급적 하자보수(瑕疵補修)로 해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사안에서도 그 하자 있는 목적물이 특정물이라는 이유로 매도인에 대해 곧장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될 것이고(특히 매도인의 아주 간단한 보수만으로도 매매목적물의 가치를 크게 복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특정물의 하자를 이유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매도인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가 될 것임), 결국 매도인은 이런 사안에서도 본래대로의 급부완성이 아닌 금전배상으로써 제1차적 담보책임을 부담하게 될 텐데, 이는 계약당사자의 본래 의사 및 계약구속Vertragsverbindlichkeit의 원칙과 잘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또한 위에서 설명한 바, 민법이 전통적ㆍ기본적으로 취하고 있는 계약유지(契約維持)의 원칙이나 이행우선(履行優先)의 원칙이라는 관점에서도 하자보수청구권의 우선성을 인정하는 것은 바람직할 뿐 아니라 꼭 필요하기까지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同旨: 金峰秀, 특정물매수인의 하자보수청구권, 비교사법 제48호, 2010. 03, 45면 이하).

o 권리행사기간

1) 단기의 제척기간 : 물건의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권리의 제척기간은, 추완청구권, 손해배상청구권, 계약해제권 등 그 권리의 종류를 불문하고, 모두 6개월에 불과하다(제582조). 부동산매매에 있어서 권리의 하자에 따른 권리의 제척기간은 대개 1년인 것(제573조, 제575조 3항)과 비교해볼 때 매우 단기간임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제척기간이 짧다는 것에 대해서는 입법론적으로 많은 비판이 가해져왔는데, 그 이유는 단순 수제품(手製品)이나 의복, 식료품, 의약품 위주로 소비재거래가 행해졌던 19세기와 달리, 오늘날 소비재거래의 상당부분은 자동차, 냉장고, 세탁기와 같은 고가의 내구재(耐久財 langlebiges Gut)로서 적어도 2~3년의 내구성은 기대되는 것이 통례라는 데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독일개정민법은 이미 하자담보에 따른 권리의 제척기간을 최소 2년으로 늘린 바 있다(제438조 1항). 하지만 사견을 말하자면, 아직도 소비재거래의 대부분은 비내구재(非耐久財 kurzlebiges Gut)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현실인데, 이러한 비내구재의 매수인들까지 모두 2년 동안 하자담보의 혜택을 누리게 하는 것은, 매도인에게 너무 가혹할 뿐 아니라 매수인들에게도 기회주의적인 행태를 유발하는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거래현실에서 흔히 행해지고 있듯이, 고가의 내구재(耐久財)에 대해서는 특약(特約)으로 담보책임기간을 늘리도록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권리의 제척기간이 6개월이라 하더라도 매수인의 보호가 그렇게 크게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매도인의 주의의무나 보호의무 위반(예를 들어 고가의 의료장비를 매도하면서 사용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아 매수인인 의사가 의료장비를 제대로 조작하는 데 실패하여 수술을 망친 경우)이 인정될 경우,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권리 외에도 채무불이행의 일반규정(제390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이 매수인에게 인정될텐데, 그러한 손해배상청구권은 6개월이 아니라 10년의 소멸시효기간에 걸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물건의 하자담보책임에 현행법상 인정되는 6개월의 제척기간은 그리 짧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2) 제척기간의 기산점 : 매매계약에서 물건의 하자에 기한 권리의 제척기간은 그 매매계약이 체결된 시점, 또는 그 물건이 인도된 시점으로부터 기산하는 것이 아니라, 매수인이 그 하자를 발견한 때로부터 기산한다(제582조). 특정물의 하자 또는 종류물의 하자를 불문하고 모두 그러하다. 거래현실을 보면 매매목적물의 아프터서비스기간을 계약체결시로부터 6개월로 정하고 있는 경우도 가끔 존재하는데, 이는 특약으로 그렇게 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것일 뿐, 그것이 결코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당사자 간에 특약이 없다면 임의규정인 제582조가 적용됨에 따라 매수인의 하자발견시로부터 6개월간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한편 여기서 하자발견의 시점, 다시 말해 ‘그 사실을 안 날’이란 반드시 하자 그 자체를 인지한 시점이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다시 말해 위 권리들의 제척기간은 매수인이 그 하자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인지한 시점부터 벌써 기산하지는 않는 것으로 본다. 그러니까 그 손해가 바로 그 물건의 하자를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사실까지 매수인이 인지하였을 때 비로소 제척기간이 기산하며, 그 전까지는 제척기간이 전혀 기산하지 않는다는 얘기이다(大判 2003.6.27, 2003다20190).

o 손해배상의 청구범위

1) 신뢰이익배상설 : 다수설은 물건의 하자로 인하여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그 손해액의 범위에 관하여, 그 매매계약이 원시적 불능으로서 무효였는가와 상관없이 이를 신뢰이익(信賴利益)으로 생각하고 있다(이때 신뢰손해의 배상액은 이행이익을 넘지 않음). 하자담보책임은 무과실ㆍ결과책임이기 때문에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서와 같은, 넓은 청구범위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郭潤直, 140면; 金亨培, 327면). 그러나 여기서 물건의 하자로 인해 계약의 효력이 없어지거나 해제가 된 것도 아닌 상태에서, 과연 매수인이 매도인에 대해 어떻게 신뢰이익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한다.

2) 이행이익배상설 : 일부 학설은 하자담보책임 전체를 과실책임(過失責任)으로 이론구성하면서 그 손해배상범위가 채무불이행에서와 같이 이행이익(履行利益)에 미친다는 이행이익설의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李銀榮, 317면). 그리고 또 다른 학설은 하자담보책임을 무과실책임이라 하면서도 그 배상범위에 관해서는 이행이익의 배상을 인정하기도 한다(金疇洙, 200면). 그러나 하자담보책임 전체를 과실책임으로 보는 태도는 매매계약상 빈번하게 발생하는 하자손해를 매도인의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추완과 대금감액의 수단으로써 간이ㆍ신속하게 처리하려 하는 하자담보책임규정의 본래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그리고 채무불이행책임처럼 채무자의 과실을 전제로 부과하는 손해배상책임이 아닌, 무과실 손해배상책임으로서의 하자담보책임에 대해 채무불이행책임과 똑같은 이행이익의 배상책임을 부과하는 것 역시 그 요건에 비해 너무 무거운 책임을 부과한 것으로서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 할 것이다.

3) 최근의 경향 : 2002년 개정된 독일민법은 하자담보책임에 근거한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 채무불이행의 일반규정(제280조)을 준용하는 반면(제437조 3호), 추완청구권(제437조 1호)과 대금감액청구권(제437조 2호)에 관해서는 매도인의 과실을 요구하지 않는 식으로(제441조 1항 단서; 제323조 6항), 각 청구권마다 요건을 조금씩 달리 하도록 규정을 마련하였다. 물건의 하자담보책임은 결코 단일한 구조가 아니라 중첩적인 구조를 갖고 있으며, 무과실책임인 경우 급부이익의 미비 또는 불량한 부분에 대한 보충에 상응하여 책임이 부담될 뿐인 반면, 본래적 의미의 손해배상(하자결과손해까지도 배상하는 것)은 급부이익을 넘어 채권자의 일반적 보호법익에까지 배상범위가 미치도록 이원화된 구조를 취한 것이다. 이러한 최근의 입법경향은 우리 민법의 해석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4) 사 견 : 우리 민법 제580조 1항이 제575조 1항 단서의 준용을 통해 규정하고 있는 손해배상책임은 그 해석상 무과실책임(無過失責任)의 성질을 갖는 것일 수밖에 없다. 거기에다 이 책임은 매수인이 계약해제를 하지 않는 경우에, 즉 매수인이 목적물을 계속 보유하면서 사용ㆍ수익을 한다는 전제 하에 매도인에게 인정되는 책임이다(同旨: 安法榮, 매매목적물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 민사법학 11·12, 1995.02, 217면). 하자담보책임법 내에서도 가장 높은 단계의 책임은 아니라는 얘기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손해배상책임이 채무불이행(제390조)에 기한 일반적 손해배상책임과 같은 책임범위(예를 들어 감자종자의 하자로 인한 병충해 및 그로 인한 수확량감소 등 하자결과손해에까지 광범위하게 미치는 책임범위: 大判 1989.11.14, 89다카15298)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그러한 무과실책임기간이 6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하더라도(제582조), 본래의 급부가치를 넘어서는 금액의 손해에 대해서까지 무제한으로 확장되는 배상책임을 매도인이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그 매도인에게 과실이 없음을 전제로 할 경우, 뭔가 균형에 맞지 않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손해배상의 범위를 신뢰이익(信賴利益)의 손실범위로 정하는 것 역시 옳다고 볼 수는 없다. 이 경우 급부의 원시적 불능이나 계약체결상의 과실(제535조)이 문제된 것도 아니고, 그러한 물건의 하자로 인해 계약의 효력이 소멸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우 신뢰이익이란, 계약체결과정에서 허비한 돈과 시간, 그리고 놓쳐버린 기회 등에 국한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계약을 해제함이 없이 그러한 신뢰손해액만 배상 받고 그치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모순일 뿐 아니라 배상금액도 너무 적고, 만약 계약을 해제하면서 대금 전액을 돌려받는 데 더해 신뢰이익의 배상까지 받게 한다면 그것은 너무 지나치다는 점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사견을 말하자면, 우리 민법은 독일민법과는 달리 물건의 하자에 기한 매수인의 대금감액청구권에 관해서는 따로 근거규정을 두지 않고 있는 바, 이를 감안하여 우리 민법 제580조 1항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독일의 하자담보책임법상 대금감액청구권에 상응하는 권리인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물론 대금감액청구는 대금을 기준으로 급부가치 감소분의 비율만큼을 대금에서 공제하는 것인 이상 손해배상청구와 개념이 약간 다르긴 하나, 그 하자의 부분만큼 매도인에게 일정한 금액을 포기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야 할 것임 ). 다시 말해 매수인이 제580조 1항을 원용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단지 급부가치(給付價置)의 감소분에 한해서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하고, 그 이상의 파생손해(派生損害)에 대해서는 제580조 1항에 기해서 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同旨: 池元林, 1438면; 梁彰洙/金載亨, 493면). 한편 우리 판례는 물건의 하자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문제와 관련하여 마치 이행이익설을 따르는 듯한 태도를 취하면서도(大判 1989.11.14, 89다카15298), 하자결과손해에 대해서는 채무불이행책임의 요건이 충족되어야만(다시 말해 매도인의 귀책사유가 인정되어야만) 배상청구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한 바가 있다(大判 1997.5.7, 96다39455).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선택한 댓글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