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민사법학회 춘계 학술대회 후기


오늘은 민사법학회 춘계 학술대회에 다녀왔다. 이호행 박사님의 발표 '전세권의 본질과 실현, 전세권저당권'에 토론발표를 맡았기 때문이었다. 이번 대회의 경우 발표자 수가 그리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저명한 교수님들께서 워낙 많이 참석하셨기 때문인지 커다란 발표장(서울대학교 주산홀)은 여러 교수님들로 아주 꽉 찬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날씨가 맑고 밝아 가족들끼리 놀러가기 딱 좋은 토요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참석자가 많은 걸 보건대, 어느 나라든 어느 학교든 민법 교수님들의 학구열은 역시 못 말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호행 박사님의 발표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1. 우리 대법원은 전세권의 존속기간이 만료되면 전세권의 용익물권적 권능은 전세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 없이도 당연히 소멸하고, 단지 전세금반환채권을 담보하는 담보물권적 권능의 범위 내에서 전세금의 반환시까지 전세권등기의 효력이 존속한다고 보고 있다(대판 1995.2.10, 94다18508; 대판 2005.3.25, 2003다35659). 그러면서도 전세권의 존속기간이 만료하여 전세권이 소멸하면, 그 전세권에 설정된 저당권도 소멸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판 1999.9.17, 98다31301). 전세권의 용익물권적 권능은 이미 소멸하였고 담보물권은 저당권의 객체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더 이상 전세권 자체에 대하여 저당권을 실행할 수 없게 된다고 보는 것이다(대판 2004.6.25, 2003다46260,53879).

2. 그런데 우리 대법원은 그러면서도 전세권의 존속기간 만료시에 전세권자가 그 목적물을 인도하였다 하더라도 전세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하거나 그 이행의 제공을 하지 않는 이상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금에 대한 이자상당액을 수취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부당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대판 2002.2.5, 2001다62091). 임대차가 종료된 경우 보증금의 반환이 없을 때 임차인이 목적물을 점유하여 사용 수익하면 이는 부당이득이 된다는 판결(대판 1994.9.30, 94다20389; 대판 2001.6.1, 99다60535)과 비교된다. 이러한 판결의 태도는 전세권자에게 관념적으로 사용 수익권능이 유보되어 있다고 볼 때에만 합리적으로 설명된다.

3. 그렇게 보면 전세권의 존속기간이 만료한다고 하여 전세권의 용익물권성이 소멸한다는 판시는 타당하지 않다. 그러므로 전세권저당권자는 전세권의 존속기간이 만료된 경우에도 저당권을 실행하여 민사집행법 제273조에 기초해 전세권 자체를 경매하거나, 전세권자를 대위하여 전세금반환채권을 행사하거나, 전세권을 대위행사하여 전세목적물인 부동산을 경매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에 대해서 나는 다음과 같이 질문을 하였다:

1. 이호행 박사님의 견해에 충분히 공감한다. 나 역시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 적이 있다. 하지만 전세기간 만료시 전세권자의 전세부동산반환지체를 이유로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금을 계속 보유하는 것은 동시이행의 항변권으로 정당화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 전세금보유에 따른 이자수익이 부당이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 가지고서 전세기간 만료후에도 전세권에 용익물권적 권능이 유보된다고 보는 것은 근거가 너무 약하지 않은가?

2. 만약 용익물권적 권능의 유보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보면, 전세기간 만료후의 전세권에는 담보물권적 권능만 남는 것이다. 그런데 그 담보물권적 권능만 남은 전세권에 대하여 저당권을 실행한다는 것은 법리적으로 매우 우스꽝스러운 것이 아닌가? 이호행 박사님께서는 전세권저당권을 실행할 때 전세권 자체에 대해서만 저당권을 실행해야 한다고 하셨다. 만약 그렇다면 전세권저당권자는 저당권을 실행할 때 전세금반환채권은 빼고 전세권의 경매권과 우선변제권만을 경매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경매권을 경매하고, 우선변제권을 경매한다는 것이 대체 말이 되는가?

3. 설령 용익물권적 권능이 유보된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전세기간도 만료된 이상 그 용익권능은 전세금만 반환하면 곧 소멸해버릴 권능에 불과하다. 겨우 그 정도의 관념적 용익권능을 얻고자 경매에서 전세권을 매수하려는 자가 나오겠는가? 그리고 이 경우 전세권저당권자는 전세권자를 대위하여 전세금반환채권을 행사하거나, 전세권을 대위행사하여 전세목적물인 부동산을 경매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이것은 실질적으로 물상대위의 규정을 유추적용하는 것이 아닌가? 이 경우 전세권이 소멸한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물상대위의 규정을 유추적용하는 게 가능한가?

그러자 이호행 박사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반박을 하였다:

1. 우리 법원은 임대차가 종료된 경우 보증금의 반환이 없을 때 임차인이 목적물을 점유하여 사용 수익하면 이는 부당이득이 된다고 보고 있다(대판 1994.9.30, 94다20389; 대판 2001.6.1, 99다60535). 동시이행의 항변이 부당이득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있을 경우 지연배상책임은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연배상책임이 면제되는 것과 별개로 임차기간 종료 이후 임차인이 사용 수익을 한 것은 부당이득이 된다. 동시이행의 항변에 의해 손해배상책임이 면제된다고 하더라도 그 동시이행의 항변을 하는 동안에 부당이득을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권의 경우에는 사용 수익을 해도 된다고 하는 걸 보면, 전세기간 만료 후에도 전세권에 용익물권적 권능을 유보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2. 위와 같은 근거로 전세기간 종료후에도 전세권에 용익물권적 권능이 유보된다고 보면 전세기간 종료시 전세권저당권은 소멸된다고 볼 수 없다. 전세권 자체에 대해서 저당권을 실행한다는 말은 당연히 전세권자를 대위하여 전세금반환채권을 행사하거나, 전세권을 대위행사하여 전세목적물인 부동산을 경매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반박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많았지만, 시간이 워낙 부족하였기 때문에, 토론은 그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민사법학회에 참석할 때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민사법학회 학술대회는 언제나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표자 또는 토론자의 입장에서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번 대회에서도 그러한 단점을 절감했다는 얘기이다.

학술대회를 다 마친 뒤에는 서울대학교 소담마루(?)라는 식당에서 참석하신 교수님들 전원과 함께 저녁을 같이 하였다. 오늘 학술대회에서 계약서식의 충돌에 관해 좋은 발표를 해준 김성민 변호사와 마주 앉게 되었는데, 지도교수가 '김재형' 교수님이시라는 말을 내가 '김제완' 교수님으로 잘못 알아듣고 "와아, 우리는 같은 조규창 선생님 문하네요."라고 하자, 여러 사람들의 폭소가 터진 사건이 있었다. 오늘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은 상태에서 제대로 사오정 인증을 해버린 셈이었는데, 며칠 전 라디오에서 들은, 어느 사오정 아가씨가 '바람이 분다' 노래에서 '사랑은 비극이어라'를 '사랑은 비둘기여라'라고 잘못 알아듣고 그대로 불렀다가 망신당했다는 얘기, 그리고 어느 사오정 아가씨가 윗층의 다른 부서 사무실에 놀러갔다가 "여긴 어쩐 일로 왔어?"란 말을 "요즘 왜 이렇게 예뻐졌어?"로 잘못 알아듣고 "예. 제가 오늘 좀 화장을 했어요."라고 말해 망신당했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나이가 들어 눈만 침침해지는 것이 아니라 귀도 어두워지는 것 같아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 민사법학회 학술대회는 자료집을 배포하지 않고 PPT를 통해 발표가 진행되는 새로운 형식을 처음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신선함이 느껴진 대회이기도 하였다. PPT를 잘 준비한 발표의 경우에는 발표에 더 잘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PPT를 무성의하게 준비한 발표의 경우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구체적 텍스트를 알 수 없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앞으로는 학술대회에 참석할 때 갤럭시노트 같은 거라도 하나 갖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저녁을 마치고 여러 교수님들과 인사한 뒤 몇몇 후배 교수님들, 박사님들과 얘기를 나누며 귀가하였다. 옛날보다 훨씬 더 아름다워진 서울대학교 캠퍼스를 거닐다 보니 대학 4학년 시절 이곳 서울대의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때의 일이 떠올랐다. 저물어가는 햇빛이 고요한 캠퍼스를 둘러싸는 게 느껴졌다. 문득, 참으로 많은 시간이 참으로 덧없이 흘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 3

한그릴-라
한그릴-라
94다20389 판례와 2001다62091 판례 사이의 모순은 실무에서도 말이 많았죠.

저는 이호행 박사님의 견해가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동시이행의 항변을 하는 동안이라 하더라도 사용수익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임대차의 경우 부동산을 점유하는 것까지만 허용되지 사용수익은 안 돼요.

보증금이나 전세금의 경우에도 보유(=반환거절)하는 것까지만 허용될 뿐 이자수익은 허용되지 않지요. 그러므로 이자수익은 부당이득.

물론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에는 배상 받지 못하지만 (지연배상 X) 부당이득을 이유로 반환을 청구한다면 이자는 반환해야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기간 종료후 전세권자에 대해서는 이자반환을 부정했다는 점에서

전세기간 이후의 전세권에 대해서는 우리 대법원이 용익권능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정지혁
정지혁
전세권저당권은 복잡해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다른 건 몰라도 동시이행항변을 하는 동안 급부보유 외에 사용수익까지 정당화된다고 주인장이 주장한 것은 주인장이 법학교수로서 완전히 기본도 안 됐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듯...

나같은 지잡대 법대 출신도 쌍무계약의 견련관계에서 동시이행항변이 부당이득을 정당화시키진 않는다는 걸 아는데,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다니... 그것도 숙대법대 민법교수씩이나 된다는 사람이 그런 걸 모른라는 게 말이 되나?

더 놀라운 것은 그런 말도 안 되는 망발을 소위 학술대회라는 자리에서 해놓고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자기가 그렇게 말했다고 후기까지 버젓이 올려놨따는 거... 왕년의 고시생들 같은 법학 실력자들도 이 홈페이지에 들어온다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지?

이 홈페이지 주인장을 비롯해서 법대 교수들 거의 다 실력 없는 것도 정말 심각한 문제고, 이걸 보면 민사법학회 학술대횐지 뭔지도 순 다 엉터리인 듯... ㅋ
H.호나우두
H.호나우두
정지혁님은 일베 유저 맞죠? 님처럼 양속에 반하는 글을 쓰고 다니시는 분이 이런 훌륭한 홈페이지에서 이렇게 마음껏 깽판을 치고 우물에 독 타는 짓을 한다는 사실이 정말 서글프네요.

동시이행항변을 하는 동안 금전채무의 이자정지 문제... 여기서 정지된 이자의 수익이 부당이득인지 아닌지의 문제는 우리 교과서에도 안 나오는 이론이고, 척 봐도 이게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닌데, 정지혁님 당신이 대체 뭘 안다고 이게 '완전히 기본적인 것'이라 그러는 건지... ㅋ

교수님께서 오냐오냐 봐주시니까 손님들이 다들 너무 무례하게 구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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