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로스쿨제도
그저께는 우리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사법시험 존치 여부에 관한 세 번째 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이른바 ‘공정사회와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연속 심포지엄’이란 이름의 학술토론회 가운데 세 번째 회의가 우리 학교에서 진행된 것이었다. 주제발표자는 경남대학교에서 형법을 가르치는 유주성 교수님이었고, 발표주제는 ‘프랑스 법조인 양성제도의 현황과 대한민국의 대안’이었다. 개인적 사정때문에 발표장을 일찍 떠나 그 분의 주제발표를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읽어본 발표문만으로도 그 분의 발표가 대단히 훌륭한 발표였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발표문의 주요내용에 관해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 이하에서는 내가 그 내용을 간단히 요약ㆍ정리해서 어설프게나마 소개해보도록 하겠다(물론 유주성 교수님의 발표문을 토대로 내가 살을 많이 붙인 것이기 때문에, 틀린 내용이 많이 있을 수도 있음):
1. 프랑스는 법조인 양성기관이 국립사법관학교(ENM)와 변호사연수원(CRFPA)으로 2원화되어 있다. 마치 현재 우리나라의 법조인 양성기관이 사법연수원과 로스쿨로 2원화되어 있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프랑스의 경우 판사나 검사가 되기 위해서는 국립사법관학교를 졸업해야 하고,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변호사연수원을 졸업해야 한다는 점 등이 크게 다르다.
2. 프랑스의 국립사법관학교(Ecole Nationale de la Magistrature)는 우리나라의 사법연수원과 비슷한 학교로서, 국비로 운영되고 있다. 1958년 이래 프랑스에서 일반 민ㆍ형사사건을 담당하는 판검사를 양성해온 기관이다(프랑스 아닌 나라에서도 법관교육을 ENM에 위탁하는 경우가 있긴 있음). 프랑스의 수도 빠리가 아니라, 프랑스 남부 보르도에 위치하고 있다.
2.1. 우리나라의 사법연수원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의 국립사법관학교 역시 매우 힘겨운 공개경쟁시험을 거쳐야만 입학할 수 있다. 시험과목은 일반교양논술형시험, 민사법논술형시험, 민사법사례형시험, 형사법논술형시험, 형사법사례형시험, 법률서류분석정리시험, 공법단답형시험, 영어구술형시험, 유럽법 및 국제사법구술형시험, 상법 및 사회법구술형시험, 면접시험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응시조건에 법학학위가 들어가 있지 않지만, 대부분 4년제 과정의 법과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응시하여 합격한다. 전국의 법과대학들은 국립사법관학교 입시를 위해 각각의 고시반을 운영하고 있다. 국립사법관학교는 이러한 법대 졸업생들 외에 법학 비전공자들을 위하여 별도로 입학시험준비반을 운영하고 있다. 국립사법관학교 입시를 위한 사립학원들도 개설, 운영되고 있다.
2.2. 위와 같은 공개경쟁시험을 치르지 않더라도 서류심사를 통하여 국립사법관학교에 들어가는 길이 열려 있다. 법원서기나 공공재정조사관 등의 공무원들 중에서 매년 수십 명의 입학생을 서류심사로 선발하는 것이다. 그 밖에 민간기업 종사자, 지방의회 의원, 변호사들 가운데서도 매년 몇 명을 선발한다.
2.3. 국립사법관학교는 총 31개월 과정으로 운영된다. 국립사법관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사법연수생(Auditeur de justice)의 신분을 갖는다. 교육기간 동안 국가로부터 약 200만 원 남짓의 월급을 받는다. 입학생의 숫자는 매년 200명에 모자라는 정도이다. 법학이론은 이미 법과대학에서 많이 배웠으므로, 국립사법관학교에서는 주로 실무 위주의 교육을 받는다. 졸업시험 성적은 공개되며, 시험성적 순으로 직역 및 근무지를 자유선택하게 한다.
2.4. 국립사법관학교를 거치지 않더라도 특채를 통하여 판검사로 임용되는 길이 열려 있다. 법과대학 교수ㆍ강사, 군경찰간부 가운데서도 매년 몇 명을 선발하여 판검사로 임용하는 것이다. 아마도 국립사법관학교 출신들이 기수별로 똘똘 뭉쳐 패거리 짓는 현상을 막기 위함인 듯하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판검사들의 인적 구성이 다양해질 수 있도록 법조인선발체계가 교묘하게 짜여 있다.
2.5. 일반법원 외에 행정법원의 법관들은 국립사법관학교가 아니라 국립행정학교(ENA)에서 양성한다. 프랑스는 일반법원과 행정법원이 서로 그 체계를 전혀 달리 하기 때문이다. 심급에 있어서도 일반 민ㆍ형사사건의 경우 1심은 지방법원, 소법원, 상사법원 등 특별법원에서, 2심은 항소법원에서, 3심은 파기원에서 담당하도록 하고 있고, 행정사건은 1심 지방행정법원, 2심 고등행정법원, 3심 국참사원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프랑스는 법원의 체계 역시 일원화ㆍ집중화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이원화ㆍ분권화되어 있다.
3. 프랑스의 변호사연수원(Centre régional de formation professionnelle des avocats)은 우리나라의 법학전문대학원과 비슷한 학교이다. 전국 15개 지방에 하나씩 설치ㆍ운영되고 있다. 유명한 것으로는 빠리에 위치한 EFB, 즉 빠리항소법원 변호사직업학교(École de formation professionnelle des barreaux de la cour d'appel de Paris)를 들 수 있다. 국립사법관학교가 법의 봉사자(Serviteur de la loi)인 판검사를 양성하는 곳인 반면, 변호사연수원은 법의 자연적 대항자(Contradicteur naturel de la loi)인 변호사를 양성하는 곳이므로, 국립사법관학교와 변호사연수원은 이렇게 그 조직이 서로 분리되어 있다.
3.1. 국립사법관학교가 법학학위를 입학요건으로 정하지 않고 있는 반면에, 변호사연수원은 법학학위를 입학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어차피 변호사의 직위는 공직이 아니기 때문에, 학력차별 없이 모든 국민에게 문호를 개방할 필요도 없을 뿐 아니라, 4년의 법학이론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학생에 대해서는 직업적 실무교육을 제대로 시킬 수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프랑스의 변호사연수원은 우리나라의 로스쿨이 법학학위를 입학요건으로 하지 않고 전공 상관없이 그냥 학사학위를 요건으로 하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3.2. 변호사연수원의 입학시험은 1차 필기시험과 2차 구술시험으로 실시된다. 법적 사고 측정만이 아니라 법률지식에 관한 이론문제도 출제한다. 법적 사고의 측정은 우리나라처럼 LEET라는 명목으로 이른바 법학적성(?)을 불투명하게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채권법과 소송법을 갖고서 상당히 구체적인 방법으로 그 사고력을 측정한다. 그리고 법학지식은 민법 형법 행정법 등 11개 법학과목을 두어 그 중 1과목으로 1차 시험을 치르게 하고, 2차 시험에서는 4개의 법학과목과 외국어회화과목으로 구술시험을 치르게 한다. 국립사법관학교의 입학시험과는 달리, 변호사연수원 입학시험에서는 이렇듯 응시생들의 과목선택 폭이 매우 넓은 편이다. 하지만 대부분 법학지식의 측정으로 입학생을 선발한다는 점에서는 국립사법관학교의 입학시험과 상당히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의 로스쿨들이 입학시험에서 법학지식의 측정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과는 크게 다르다.
3.3. 프랑스의 법과대학은 수업료가 거의 없는 대신, 전체 입학생들 가운데 겨우 20%의 학생만이 졸업할 수 있을 만큼 학사관리가 매우 엄격하다. 그런데 프랑스의 변호사연수원은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졸업한 법과대학생들 가운데서도 겨우 30~35%의 학생들만이 입학할 수 있을 만큼 그 입시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프랑스에서 판검사의 지위는 군림하는 지위가 아니라 봉사하는 지위로 인식되어 있고 그 보수도 적기 때문에, 프랑스의 법과대학생들은 국립사법관학교에 입학하는 것보다, 변호사연수원에 입학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이미 18세기에 그 유명한 프랑스대혁명을 주도한 사람들도 판검사가 아니라 당통, 로베스피에르 등 이름난 변호사들이었다. 자유의 나라 프랑스는 역사적으로도 권위적인 판검사보다 자유직업인 변호사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지는 나라였다는 얘기이다.)
3.4. 위와 같이 치열한 입학시험을 거쳐 변호사연수원에 입학한 약 1,700여 명의 학생들은 변호사연수생(l'eleve-avocat)의 자격을 얻게 된다. 국립사법관학교와 달리 변호사연수원은 사비로 운영되기 때문에, 변호사연수생들은 국가로부터 봉급을 받긴커녕 일정 금액의 등록금을 오히려 내야만 한다. 그런데 그 등록금의 액수는 1년에 백몇십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로스쿨처럼 돈 때문에 변호사연수원 입학을 망설이는 학생은 있을 수 없다는 얘기이다.
3.5. 변호사연수원의 교육기간은 총 18개월밖에 되지 않는다. 교육은 주로 실무연수과정으로 구성된다. 그러한 교육기간을 모두 거치고 나면, 변호사자격시험(l'examen pour le certificat d'aptitude à la profession d'avocat)을 치른다. 물론 변호사자격시험은 선발시험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격시험이므로, 대부분의 연수생이 여기에 합격을 한다고 한다.
3.6. 위와 같은 입학시험과 졸업시험을 치르지 않더라도 서류심사를 통해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판검사나 법학교수 등이 일정한 심사절차를 거쳐 변호사개업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전직 사법관은 퇴직 후 5년 내에는 자기 관할구역에서 변호사 업무에 종사할 수 없게 돼있다. 그 밖에 공증인, 집행관, 법학강사, 경제학강사, 경영학강사, 기업법률가, 행정공무원 등에게도 법학 학위취득을 조건으로 하여 변호사 자격취득의 길이 열려 있다. (프랑스의 전임 대통령인 니꼴라 사흐꼬지도 원래는 정치학 박사였지만, 이러한 경로를 통하여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였다.) 이러한 식으로 다양한 전공을 이수하고 다양한 직업을 경험한 자들을 받아들여 법조계를 구성한다는 이상이 프랑스에서 제대로 구현이 되고 있다.
요약하자면, 프랑스의 법조인양성제도는 우리나라의 로스쿨제도처럼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속성으로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4년+31개월 또는 4년+18개월이라는 긴 기간 동안 충실하게 법학교육을 시키고, 치열한 공개경쟁을 거치도록 하여, 법조인의 질적 수준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담보되게끔 하고 있다. 그리고 철저히 공교육체계이기 때문에, 학비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법조양성기관에 다양한 비정규선발과정을 마련하여 다양한 전공출신자들이 법조인으로 선발되게끔 하고 있고, 다양한 법조ㆍ법학교육경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여러 갈래로 문호를 터놓아서, 구성원의 다양성 역시 담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선발절차가 국가주도의 공개경쟁시험으로서, 그 투명성이 보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로스쿨처럼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이 제기될 여지를 아예 철저히 봉쇄하고 있다. 법과대학과 법조실무교육기관의 협력체제 역시 매우 유기적으로 조직되어 있다는 점 또한 특기할 만하다.
이러한 점을 참고해볼 때, 우리나라의 법조인양성제도 역시 로스쿨과 사법시험, 이렇게 투트랙으로 운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법조일원화라고 해서 판사, 검사, 변호사의 직역을 엄격히 구분하긴커녕 그 사이의 장벽을 오히려 더 허물어버리자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추세인 것 같은데, 로스쿨 도입 이후 법조계 진입장벽이 시험의 장벽이 아닌 경제적 장벽으로 대체되면서 법조계 내 기득권체제가 오히려 더 공고해지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법조일원화를 정말로 계속 추진한다면, 소수의 귀족들이 공직과 영리직 사이를 자유로이 오가면서 사법권력은 물론이고 그와 결부된 경제적 이익까지 독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차라리 판검사와 변호사의 선발과 교육 자체를 분리해서, 재능 있는 엘리트들이 부와 권력 가운데 오직 하나만을 택하도록 하고, 그 외의 욕심은 더 이상 부리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 다음은 선발의 공정성문제인데, 지금 우리나라 로스쿨은 입구와 출구 모두가 너무 비공개적이고 불투명한 막으로 뒤덮여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상위권 로스쿨이건 하위권 로스쿨이건 그 입시기준도 불분명하고, 변호사시험 성적도 공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누가 더 실력을 갖고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프랑스의 국립사법관학교와 변호사연수원 모두가 철저히 시험을 통한 공개경쟁으로 연수생들을 선발하고 공개경쟁으로 연수생들의 진로를 결정하는 것과 너무 대조적이다.
물론 우리나라 로스쿨은 다양성과 진보성을 특질로 하는 교육기관이기에 획일적 공개경쟁은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21세기에는 아주 다종다양한 법률적 수요가 만들어질 텐데, 일정한 법률지식을 단순암기하도록 해서 무차별적으로 줄 세우는 식의 선발은 앞으로의 시대에 완전히 뒤쳐진 선발방식이 될 것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로스쿨의 입시와 변호사의 선발에 있어서 옛날의 사법시험과 같은 단순 획일적인 경쟁은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진보적인 국가이고 다양성을 중시하는 국가로 알려져 있는 프랑스에서도 법조인선발과정은 기본적으로 법률지식의 측정에 따른 획일적 줄세우기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법조인은 고도의 전문가들이며,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에 대한 신뢰가 국민들에게 반드시 보장될 필요가 있는 직업집단이다. 그리고 법조인들 중에서도 상위급, 즉 엘리트 사법관들은 그 나라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최고의 특권적 지위와 장기간의 영향력을 갖는 자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사회의 다른 모든 영역들은 무한경쟁에 있는 그대로 노출되어 그 과정과 결과가 다 투명하게 공개됨에도 불구하고, 그런 특권적 엘리트들을 배출하는 기관들만 경쟁을 면제 받고 비밀의 울타리 속에서 불투명하게 옥석을 가리겠다고 주장한다면, 그게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계속 이런 식이면, '그들만의 리그' '학벌놀음' 또는 '음서제'의 의혹을 벗기가 어렵게 된다.
우리나라 로스쿨 입시기준에 법학지식의 측정이 배제된다는 점도 큰 문제이다. 프랑스는 법조인을 선발할 때 철저히 법학의 전문성을 살려서 법학지식의 이해력 및 응용능력의 측정치에 따라 예비법조인을 선발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왜 예비법조인을 선발함에 있어서 법학실력은 평가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는지, 답답함을 금할 길이 없다.
물론 우리나라 로스쿨은 풍부한 교양, 인간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인재를 양성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입시과목에 법학과목은 배제되어야 한다고들 말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인문학을 중시하는 국가로 알려져 있는 프랑스에서도 법조인 양성기관의 입학시험은 대부분 법학과목 필기시험임을 볼 수가 있다. 우리나라는 법학과목 필기시험 대신에 법학적성시험이 존재한다고 하지만, 과연 우리나라 법학적성시험이 학생들의 법학적성을 제대로 측정하는 시험인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로스쿨 입시에 학부 학점을 반영하여, 대학교육의 정상화를 도모한다고 한다. 그러나 로스쿨 입시에 학부 학점을 지나치게 반영할 경우, 학부 1~2학년때 잠시 일탈할 수 있는 자유, 학생활동에 뛰어들었다가 나중에 법조인으로 직업전망을 변경할 수 있는 자유가 현실적으로 박탈돼버린다. 사실상 철없던 대학신입생 시절의 학점이 법조인의 미래를 좌우하는 족쇄처럼 돼버린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처럼 로스쿨 입시에 면접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학벌과 가문에 따라 줄세우기를 하는 폐단이 만연할 것이다. 외국생활 경험이나 국내외 로펌, 법원, 국회, 공공기관 인턴경력 같은 것은 일반인이 감히 갖추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사회에는 엘리트가 존재할 수밖에 없고, 엘리트선발에는 어떤 식으로든 경쟁이 불가피하며, 모든 경쟁은 결국 줄세우기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법학지식에 대한 이해력 측정으로 줄세우기를 하지 않는다면, 결국 학벌이나 가문과 같은 요소에 의해 줄세우기를 할 수밖에 없게 됨을 왜들 그렇게 간과하려 하시는지 궁금하다. 그저 로스쿨은 '개천에서 용 나오기'를 위한 교육기관이 아니라고만 하시는데, 물론 요즘은 사법시험에서도 '개천에서 용 나오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은 게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로스쿨을 통해 오늘날 황금연못의 물고기들이 아주 쉽게쉽게 용으로 승천하고 있는 부조리함은 왜들 그렇게 간과하시는가?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어떤 사람이 법조인이 되려고 할 때, 자본의 조력을 받지 않고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좀 더 보편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물론 자본과 금전의 힘을 정당하게 사용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그 나름대로 그에 상응하는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과 마찬가지로, 법조인이 되고는 싶지만 자본과 금전의 힘을 사용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코스 역시,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좀 더 보편적인 것으로서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로스쿨에서도 사회보장이나 장학금 같은 예외적 혜택이 마련되어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러한 예외적이고 불확실한 은혜를 받는 것이 아니라, 뭔가 자기 순수한 노력만으로, 정정당당하게, 떳떳하게 국가엘리트로서 선발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 그런 점에서 보면, 숨어 있는 좁은 샛길이 아니라, 보다 보편적인 경로로서 프랑스와 같은 사법관선발시험이 마련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변호사야 어차피 돈 벌기 위한 직업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판검사라면, 돈 놓고 돈 먹기 같은 코스가 아닌, 무료의 양성과정 또는 무료의 연수교육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 변호사라면 로스쿨에서 알아서 자율적으로 선발해도 되고, 현재의 제도대로 배출된다 하더라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판검사라면, 철저한 공공성의 논리에 따라 공공엘리트로서 양성이 되어야 하고, 그렇게 양성되어야만 판검사들 역시 공익을 위해 훨씬 더 순수한 마음과 당당한 자세로 자본을 견제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아예 처음 법조인으로 양성될 때부터 "너는 큰 돈 벌 생각하지 마라. 하지만 네게는 국가가 엘리트의 길을 보장해줄 것이다" 하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시켜야만, 전관예우와 재벌 봐주기 등의 논란과 법조계 부패들을 막을 수 있고, 직업법관제 역시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프랑스처럼 국립사법관학교와 변호사연수원의 이원적 경로를 통하여 법률가를 양성하는 시스템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클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바이다.
* 약간의 공지사항: 얼마 전에 내 홈페이지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댓글을 달고, 매일 방문객이 천 명을 넘어가는 등, 이 홈페이지의 분위기가 심히 과열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그래서 지난 3주 간 홈페이지 댓글 시스템에 금지어기능을 활성화하여, '로스쿨' '사법시험' '사시존치' 등의 단어, 그리고 막말이나 욕설 등이 포함된 글은 아예 댓글 등록이 불가능하도록 조치하였다. 물론 앞으로도 그와 같은 조치를 계속하여 이 홈페이지에 댓글의 등록이 거의 불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니, 네티즌 여러분들께서는 다소 불편하시더라도 이 홈페이지의 평온을 위하여 이러한 방침에 당분간 협조해주시기를 부탁 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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