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관리와 호의행위


어제 독일연방대법원은 사무관리와 호의관계의 구분문제에 관하여 아주 재미있는 판결을 내렸다. 설령 법적 의무 없이 타인의 이익과 의사에 부합하는 행위를 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일상적인 호의행위에 해당한다면, 이는 사무관리로 볼 수가 없다는 것.

사안은 대충 이렇다: 어느 할머니가 방과후 축구팀에서 활동하던 어린 손녀의 축구경기 참가를 위하여 차를 몰고와 손녀를 축구장에 데려다주려 하였다. 그러다가 그 할머니는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손녀가 가입해있던 체육단체의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자, 그 보험사는 할머니에 대하여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그래서 할머니는 그 체육단체에 대하여 사무관리자로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는 것인데 (독일은 판례에 의하여 사무관리자에게 우리 민법 제740조에 규정된 것과 비슷한 무과실손해보상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음), 독일의 고등법원은 이를 인용하였으나, 독일연방대법원은 이를 배척하였다는 것이다.

독일연방대법원이 그렇게 배척한 근거는 바로 이것이었다: 그 할머니는 그 체육단체의 사무를 관리한다는 의사로 차를 태워준 것이 아니라 자기 손녀에 대한 애정과 호의로써 차를 태워줬다는 것. 어차피 축구장까지 가는 것은 선수들이 알아서 가도록 되어 있었고, 이는 체육단체의 사무가 아니었다는 것. 어차피 그 할머니는 여태까지 여러번 손녀를 차로 축구장까지 태워다주었지만, 그 대가로 체육단체에게서 뭔가를 받은 적은 없었다는 것.

글쎄... 독일연방대법원의 판결만 읽어보면 너무나 지당한 판결 같은데, 왜 2심에서는 할머니의 청구를 인용했는지 좀 궁금하기는 하다. 할머니의 의사문제를 떠나, 이러한 할머니의 행위가 결국 위 체육단체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측면에 주목했던 것이 아닐까?

위 판례의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라겠다:

[juris] Keine GoA beim Transport von Kindern zu Sportveranstaltungen


* 위 링크에 들어가보면 알 수 있듯이, 독일 판결문은 눈으로만 읽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오디오 파일로 들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 대법원도 앞으로 이런 거 좀 도입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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