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전공지식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어제는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구길모 교수님을 초청하여 수정당(숙명여대 사법시험반) 형법특강을 실시하였다. 33도가 넘는 온도에 비까지 쏟아져 후덥지근한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20명이 넘는 학생들이 특강에 참석하였으며, 매우 긴 시간 동안 강의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중도에 이탈하는 학생 하나 없이 모두 다 열심히 강의를 듣는 모습들이 참 기특하게 여겨졌다.
뒷풀이 자리에서는 구길모 교수, 그리고 여러 수강생들과 함께 피자와 샐러드를 먹으며 대화시간을 가졌다. 구 교수는 자기 사내변호사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조직생활의 살벌한 풍경이랄까, 리더가 되었을 때 감당해야 할 책임이랄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 특유의 차갑고 에누리 없는 문화 등에 관한 얘기를 하자, 학생들은 적잖이 충격을 받는 듯하였다.
그 정도의 이야기에 그렇게나 충격을 받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니까, 나 역시도 좀 띵~한 느낌을 받았다. "아,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사실은 얼마나 저렇게 어리고 순진한 아이들인가?"하는 것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하긴 나 역시도 대학시절엔 얼마나 세상에 대해 무지한 채로 살아가는 인간이었던가? 사회구조의 불의함이나 부조리함에 대해 비판하고 내 권리를 주장할 줄만 알았지, 나에 대해 기본적으로 불신과 경계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는 다른 사람들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은 자주 잊곤 했던 것이 내 대학시절의 모습이었다. 완벽한 악마도 없지만 완벽한 천사도 없고, 가끔은 피냄새를 맡은, 굶주린 상어떼들의 몸부림과도 같은 야만과 악의와 폭력이 휘몰아치고, 그 무엇 하나 공짜로 내어주지는 않는 이 냉엄한 세상의 관점에서 사물과 나 자신을 판단하는 데는 아무래도 서툴렀다는 것이다.
그래도 고교 시절 학생회 일을 하면서 인간의 심리를 배웠고, 대학 시절 이런저런 모임에 들어가서 인생과 사회에 관한 총체적 인식 또는 목적의식을 좀 얻는 한편, 인간관계의 미묘함을 배웠다. 그 후 석사과정, 박사과정 밟으면서는, 교수님과 선후배로 만난 지식인들 특유의 예리한 공격성과 결벽성, 그리고 무자비함을 참아내는 데 익숙해졌고, 군대 내무반에서 밑바닥 졸병생활을 하면서는, 원초적인 무지와 편견의 메커니즘에도 길들여지는 한편으로, 우직한 자기희생은 어디에서든 통한다는 진리를 터득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중에는 이역만리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마치 무법천지의 난민수용소와도 같은 유학생사회에서 온갖 산전수전을 겪고 나자, 조금씩 실수를 줄이고, 위험을 피하고, 바보스럽거나 이상한 것들과 섞이지 않는 기술들을 길러갔던 것 같다.
물론 우리나라의 대학교는 어느 학생이든, 일단 대학교에 들어왔을 정도면 이미 완전한 인격과 정신무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제한다. 따라서 대학 선생들은 그런 성숙한 학생들한테 쓸데없는 훈계 같은 거 늘어놓을 것 없이 그냥 전공지식전달이나 충실히 하고, "여러분들이 꿈 꾸시면 모든 게 이루어질 거에요~" 같은 말이나 해주면서, 각종 서비스나 착실히 제공하라는 것이 요즘 대학교의 분위기이긴 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지금 내가 각종 교육서비스와 학사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저 학생들은, 대부분의 일생동안 소비자의 삶만을 살아왔던 아이들이 아닌가? 그런데 나는 혹시 저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성숙함을 기대하거나 넓은 시야를 전제한 게 아니었는가?
사실 나에게서 전공지식을 배운 학생들 가운데 일부는, 사회에 나가서 생각보다 그 조직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는 듯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너무나도 자기 감정상태만을 기준으로 판단을 하며, 조그만 푸대접에도 기분이 상해, 쉽게 조직생활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하였다. (더욱 딱한 것은 그들에게 이렇다 할 인생의 방향성도 없을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진정으로 자기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지에 관한, 명확한 자기인식도 없다는 점이었다.)
앞으로는 전공지식도 좋지만, 그와 동시에 학생들에게 자기 인식Selbstbewußtsein과 인내심, 그리고 인생의 목표나 조직생활의 개념 같은 것도 교육시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삶의 지혜나 목적의식을 가르치기보다 지나치게 전공지식의 전달 위주로 흐르는 것이 요즘 교육의 추세이긴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학생들에게 세상의 현실과 기본적인 마음가짐 같은 것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를 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오늘 다시금 가져보았다.
조직생활은 살벌하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런 식의 말에 학생들이 충격을 받는 것에 대해 "아,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사실은 얼마나 저렇게 어리고 순진한 아이들인가?" 같은 생각밖에 못하신다니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조직생활은 살벌하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요즘 대학생들이 이런 얘기를 정말 처음 들었으리라고 생각하시나요? 밥상머리에서 자기 부모님한테, 고된 알바 현장에서 사장님들한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말이라는 생각은 못해보셨나요?
학생들이 왜 충격을 받았는지, 진짜 이유를 아세요? 그것은 우리나라 교수님들이 우리 사회현실에 대해 너무나 보수적인 생각밖에 못하고 있고, 젊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것입니다.
자기 젊은 시절에 대해 이런 식으로 냉소를 보내는 것이야말로 보수주의자들의 전형적인 사고방식이라는 것을 벌써 잊으신 것 같아요. 그러니까 결국 사회구조의 불의함이나 부조리함에 대해 비판하지도 말고, 내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내 의무부터 이행하라는 말인가요? 재벌기업들의 사업독점과 반인권적 노동착취, 불공정거래 갑질에 신음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입장에서는 자기 의무를 이행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고, 사회구조의 불의함이나 부조리함에 대해 비판의식을 갖는 것이 더 먼저가 아닐까요?
나에 대해 기본적으로 불신과 경계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는 다른 사람들의 관점에서 생각하라? 평생 노동이라는 것을 안 해보시다보니까 이 세상 모든 것을 불신과 경계로만 바라보시는 것 같아요. 사회적 조건에 의해 남을 이용하거나 착취할 필요가 없게 되어 있는 노동계급의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자본가들이나 그 마름들간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불신과 경계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시는 것 같아요.
공동노동의 경험이 만들어내는 신뢰와 연대의식... 결국 우리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나에 대해 불신과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는 자들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나를 신뢰하고 나와 연대하려는 자들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 세상에 완벽한 악마가 없다는 생각을 왜 하시게 됐는지 어이가 없어져요. 재벌을 필두로 한 자본가계급과 그를 옹위하는 친미매판독재권력... 세월호 사건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요? 자본과 독재권력의 비인간성과 무책임성을 똑똑히 보시고서도 이 세상엔 악마도 천사도 없고 모두 똑같은 사람들이라는 말이 나오시나요?
이 세상에 완벽한 천사가 없다는 생각을 하셨다는 것도 웃기기 짝이 없었습니다. 이 세상에 완벽한 천사가 왜 없지요? 노동자계급의 여성과 어머니... 그들의 한없는 자기헌신성과 이타성을 외면한 채 이 세상은 어차피 그렇고 그런 곳이라는 선동을 지금 하려 하시는 건가요?
왜 이 세상을 굶주린 상어떼들의 몸부림과도 같은 야만과 악의와 폭력이 휘몰아치는 곳으로만 생각하시나요? 이 세상을 그런 곳으로 만든 자들이 누구인지는 생각해보지 못하셨나요? 다국적 자본과 신자유주의 옹호세력... 그들이 이 세상을 지금과 같은 졍글로 만들었다는 생각은 못해보셨나요?
본인이 진정한 교수라면... 앞길이 창창한 제자들에게 그런 졍글과 같은 세상에서 남을 꺾어누르고 이기라는 가르침을 주기 전에, 그런 아귀같은 세상을 우리 모두 한번 다같이 바꿔보자고 말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아닌가요?
짐승에게는 짐승의 길이 있듯이, 우리 인간에게는 인간의 길이 있는 것입니다. 그 무엇 하나 공짜가 없는 냉엄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말은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 되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지요. 그보다는 무상급식과 무상교육, 무상의료, 그리고 사회복지야말로 우리가 인간다운 인간으로서 나아갈 길이라는 생각을 먼저 해볼 필요가 있는 것 아닐까요? 공짜가 나쁘다고 가르치기 이전에, 남들에게 흔쾌히 공짜로 베풀 수 있는 인간이 되라고, 국가와 사회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공짜를 요구할 수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쳐야 되는 것 아닐까요?
교수님 같은 분들께 감히 충고말씀 드린다면, 학생들 앞에서 어슬픈 사회생활 경험이나 인간관계의 지혜를 가르친답시고 폼 잡으시기보다, 그냥 겸손하게 전공지식이나 충실히 전달하시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어집니다. 아니면 "여러분들이 꿈 꾸시면 모든 게 이루어질 거에요~" 같은 귀여운 말이나 해주시며 재롱을 떠시든가요. 차라리 그렇게 하시는 게 학생들 입장에서는 훨씬 좋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학교수들에게 우리 학생들이 기대하는 것도 사실 그것 이상을 넘지 않는 게 현실이구요.
마지막으로 교수님의 제자들 가운데 조직생활을 쉽게 포기하는 제자들이 있다고 말씀 하셨는데, 그것을 그저 제자탓으로만 돌리기보다, 우리 기업의 노동착취와 낙하산 관행, 상사들의 일상적인 갑질, 그리고 심각한 성희롱문화 등에 대해서 먼저 공부를 해보시란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보아하니 직장생활을 한번도 안해보신 분 같은데, 우리나라 기업에서 사표 쓰고 나오는 여성들이 결코 경솔하거나 배불러서 사표를 쓰는 게 아닙니다. 우리 불쌍한 청년들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이 세상을 바라보시기를, 교수님께 간절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님! 홈피 상주하면서 항상 물어뜯는 하이에나 패거리 중 한 명이지요? 이제 윤은교라고 닉네임 바꿨네요. 발 닦고 잠이나 자세요. 님의 댓글 단 한 글자에도 눈곱만큼의 설득력도 없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요. 요즘 직장인들 중에 자기 직장이 마음에 꼭 들어서 다니는 사람 거의 없다는 겁니다. 적어도 놈팽이는 되고 싶지 않으니까... 부모님께 폐 끼치고 싶지 않으니까 억지로 억지로 버티는 건데요.
그 버티는 것조차도 못하고서 집에서 놈팽이로 건들건들하는 인간들이 남녀 불문하고 제 주위에만도 한 타스는 넘게 있습니다. 그 친구들 하는 말 들어보면 자기탓은 하나도 없이, 맨날 남탓만 하고 다니는데요.
노동해방도 좋고, 노동자 새세상도 물론 좋긴 하지만, 그래도 조직생활, 공동생활에서 버티는 능력은 별개로 갖추어야 하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가끔 보면 아주 기본적인 멘탈조차도 못 갖추신 분들이 간혹 있으니...
글고 여기서 악플러짓이나 할 시간 있으면요. 자기가 구체적으로 무슨 투쟁을 했고, 무슨 성과를 거두었는지 그런 것부터 공유를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래야 뭔가 건전하고 생산적인 게 나올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