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몇 가지 정치사안에 대한 생각을 간단히 적어 남기고자 한다.
1. 먼저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동시다발 테러에 대한 단상이다. 이 테러를 가지고서 무조건 이슬람신도들만 갖고 욕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사안이 결코 그렇게 간단하지 않음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
첫째, 이 테러를 배후조종한 것으로 보이는 이른바 '이슬람국가(IS)'의 구성원들은 결코 진정한 이슬람을 추종하는 자들이 아님을 말해야 할 것 같다. 현재 대부분의 이슬람 지도자들이 IS의 테러리즘을 맹비난하고 있다. 수니파-시아파 간의 종파분쟁 문제로 그동안 해묵은 앙숙관계였던 수니파 지도국가 사우디 아라비아와 시아파 지도국가 이란이 이들 IS의 난동으로 인해 갑자기 연대를 하고 있는 판국이다.
IS로 인해 현재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자들은 유럽의 기독교도들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에 의해 대량학살을 당하고 있는 이라크-시리아 현지의 이슬람 신도들이라 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슬람의 테러리즘과 이슬람의 원래 교리는 서로 큰 관련이 없다. 알라신은 일찌기 예언자 모하메드를 전세계 인류에게 자비를 보여주기 위해서 보내셨고, 초창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이슬람 세계에서 종교의 자유는 엄격히 지켜졌다. 이슬람이란 곧 '관용'을 의미한다. 이번 테러 사건을 가지고서 이슬람이라는 종교 자체를 폄하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이슬람국가가 성립한 배경의 가장 꼭대기에는 미국의 잘못된 외교정책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미국은 1970년대까지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벌인 온갖 깡패짓들을 다 묵인해왔다. 이스라엘을 혈맹으로 삼으며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자행한 모든 민간인학살과 과도한 군사적 보복들을 두둔해왔다. 그 여파로 많은 이슬람 국가들이 반미, 반자유주의, 반유대주의로 돌아서면서 극단적인 신정독재국가, 여성억압적 봉건국가로 변신하였는데, 특히 그 선두에 섰던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이라크를 군사적으로 지원하면서 이란-이라크 전쟁이 일어나도록 조장하였다.
하지만 미국이 애지중지하던 이라크의 후세인은 1990년 미국을 배신하고 쿠웨이트를 침공하였다. 그러자 미국은 즉각 걸프전쟁을 일으켜 이라크 군대에 포탄을 퍼부었다. 그 후 미국은 쿠웨이트를 해방시킨 다음 사우디에 대규모 병력을 주둔시켰는데, 이는 본디 미국의 스파이였던 사우디의 빈 라덴 등이 미국에 실망하고 알카에다라는 폭력조직을 결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2001년 빈 라덴은 결국 뉴욕 쌍둥이 빌딩 테러라는 끔찍한 사건을 일으키고 말았다.
이에 미국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일으키고 2003년에는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다.
그러나 미국의 이라크 점령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라크에 주둔하던 미군은 현지인들의 계속되는 저항에 맞부딪쳤고, 그 과정에서 수천 명의 미군 병사가 부질없이 사망하였으며, 결국 미군은 이라크에서 철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 이라크의 수많은 젊은 남성들은 미국과 서방세계에 대한 적개심과 자신감을 동시에 키웠으며, 지금과 같이 '이슬람국가'를 수립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각국의 수많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가세한 것이 이번 사태의 진정한 원인이다. 만약 미국이 처음부터 긁어부스럼을 만들지 않고 지혜롭게 대처했다면, 이런 슬픈 일이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한가지만 더 덧붙여 말한다면, 이러한 테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세계의 크리스챤들이 단결하여, 옛날의 십자군전쟁과 같은 대규모 전쟁을 일으켜야 한다는 분들도 계시는데, 제발 좀 그런 무식한 말씀은 하지 마시라고 당부드리고 싶다. 그렇게 중동 전역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고, 이 지구상에서 이슬람 신도들을 전부 멸종시켜버린다는 게, 현실적으로 정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시는가?
만약 미국이 1960~1970년대부터 중동에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았으면, 과연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민족자결(民族自決)에 입각해서 가급적 문제해결을 현지인들에게 우선적으로 맡기고, 물리적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될 수 있는 한 일을 순리적으로 부드럽게 처리했으면, 과연 중동에서 이런 류의 극단적 움직임이 일어났을까? (비슷한 맥락에서 하는 얘기이지만, 나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한 미군이 38선 부근에서 북상을 멈추기만 했어도 북한이 저렇게 미친 나라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피는 피를 부르고, 복수는 복수를 부를 뿐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는 일단 자국 민간인들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조금 더 자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번 일에 괜히 앞장서 나섰다가 애꿎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고 각별히 주의해야만 할 것이다.
2. 그리고 다음은 국사교과서 문제인데, 여기에 대해서도 간략하게만 말하고 마칠까 한다.
국사교과서의 국정화가 워낙 뜨거운 이슈이다보니, 그와 관련하여 몇몇 지인들과 자연스럽게 많은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런데 평소 자유주의에 반대하시던 분들은 국사교과서의 국정화에 반대하고, 거꾸로 자유주의를 주장하시던 분들은 국정화에 찬성하신다는 게 참 아이러니로 느껴졌다.
물론 자유주의에 반대하시던 분들이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이유는 그리 분명해보이지 않았다. 대략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서 국정교과서를 강행하겠다는 것이야말로 자유주의자들의 필연적 모순이자 어쩔 수 없는 한계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대해서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면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 알튀쎄와 그람씨를 좀 더 공부해봐."라고 대꾸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더 조잡한 근거로는 "국정교과서를 민주진보세력이 추진한다면 그것은 '착한 국정교과서'일 것이기 때문에 적극 찬성하겠지만, 극우보수세력이 추진하는 국정교과서라면 그것은 '나쁜 국정교과서'일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이 있었다. 그 외에도 "국정교과서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닐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의 개인적 숙원에 의해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인 데다, 국정교과서를 통해서 친일을 미화하고 독재를 정당화할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논거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식의 궤변이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 과연 먹힐 수 있는지는 거의 고민되지 않고 있는 듯하였다.
내 생각을 말하자면, 이번 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반대하는 가장 간단하고 명료한 이유가 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우리 자유민주주의사회에서 요구되는 '사상의 자유경쟁'에 반한다는 것, 단 하나가 있을 뿐이다. 더 보탤 것도 없고, 더 뺄 것도 없다. 외람되지만, 이번 국사교과서의 국정화 강행에 반대하시는 분들께서는 본인들이 대체 왜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지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평소에 자유민주주의를 소리 높여 외쳐대시던 분들이 이번 국정교과서에는 갑자기 찬성하는 이유 역시 꽤 혼란스러워 보인다. 대략 "지금의 국사교과서 시장은 친북좌파 역사학자들이 검정과 유통과정 모두를 장악하고 공정경쟁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에 올바른 국사교육을 위해서는 국가의 개입, 즉 교과서 국정화라는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정도의 논리 같은데, 도대체 어느 친북좌파 역사학자들이 어떻게 교과서 검정과 유통과정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인지 제대로 증명하시는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어떤 분들은 "어차피 친북좌파들도 국사교과서 시장이 자유민주주의 일변도로 되어 있으면 친북좌파적 관점의 국정교과서를 추진해서 모조리 뒤엎어버릴 것이기 때문에, 우리도 똑같이 나간다."고 하시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좌파 전체주의자들과 똑같은 수준으로 정말 떨어지고 싶다는 거냐?"란 말 한마디로 반박을 해줄 수 있을 듯하였다. 또 어떤 분들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앞으로 국가와 민족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우리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마인드를 함양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이승만-박정희 정권의 눈부신 업적을 재조명하고 그 시절 정권에 지고지순하게 충성하고 협력했던 노년세대들, 가난하지만 근면하고 소박하게 살았던 노년세대들의 노고를 재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국정화는 반드시 이룩해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하시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그 시절 우리 어르신들께서 겪으셨던 노고들은 물론 아무리 재평가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지만, 그렇다고 이승만-박정희의 과오를 덮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란 말 한마디로 반박을 해줄 수 있을 듯하였다.
사실 내가 오늘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지난 11월 10일에 세상을 떠난 독일의 전 수상 헬무트 슈미트에 관한 회고였다. 그 정도의 '국가적 인물(Staatsmann)'을 우리는 키워본 적이 있는가, 그 정도로 평생을 깨끗하게 살아온 사람, 따뜻한 마음과 차가운 결단력을 동시에 갖추고, 보수세력의 끈질긴 저항 속에서 진보개혁을 조금씩 성취해나갔던 사람을 우리는 지도자로 키워본 적이 있는가에 대해서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글이 길어져 오늘은 이것으로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다.
아 참, 늦었지만 어제의 프랑스 파리 테러로 인하여 사망하신 수많은 분들의 명복을 빌고 싶다.
아무쪼록 건강 챙기시기 바라겠습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구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