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력양성 문제의 근원, 과도한 규제에 있다.
국가와 교육은 본디 별개이다. 교육 없이도 국가가 존재할 수 있고, 국가 없이도 교육이 존재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와 고대 로마에서 국가가 교육을 관장하고 규제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가? (아, 물론 비잔틴제국 이후를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동부지방으로 쪼그라들어 갈수록 쇠퇴하던 시기의 로마는 여기서 논하지 말기로 하자.) 그리스이든 로마이든, 고대 사회에서 학교란 곳에는 공공의 원조나 특권, 간섭이란 것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학교란 곳은 그저 오랫동안 묵인되는 사설기관에 불과했다. 교사들은 매우 자유롭게 가르치고 연구했으며,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그만'이란 말 그대로 이 학교, 저 학교를 떠돌아다니면서 가르쳤다. 제논, 프로타고라스, 고르기아스, 소크라테스 같은 그리스 철학자들이 그러했고, 파울루스, 가이우스, 울피아누스 같은 로마 법학자들이 또한 그러했다.
선생들이 자유로웠던 만큼, 학생들도 그와 마찬가지로 자유로웠다. 어느 스승한테든 묶이는 법이 없었다. 어느 학교를 나오면 국가공인 자격증을 얻는다든지 그런 것도 없었고, 어느 학교를 나오면 평생 일자리나 밥벌이가 보장된다는 등의 일도 상상하기 힘들었다.
물론 국가는 관료로 써먹기 좋은 엘리트 자원이 안정적으로 양성, 보충되도록 하기 위해, 또는 빈민층의 사회적 불만과 교육에 대한 열망을 잠재우기 위해 교육에 대한 폭넓은 장려책을 쓰기도 했다. 예를 들어 교육에 필요한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고대국가는 교육에 대해 장소만 지원할 뿐 특권을 보장하지는 않았다. 특권을 보장하지 않는 대신, 교육에 간섭도 하지 않았다. 플라톤에게 아카데미아를 마련해준 아테네 정부가 플라톤의 교육방침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간섭을 했겠는가?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리케이온을 마련해준 마케도니아가 아리스토텔레스의 교육내용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간섭을 했겠는가? 옛날엔 학자들이 국가에게 바라거나 요구하는 바가 없었던 만큼, 국가도 학자들에게 바라거나 요구하는 것이 없었다. 학자들이 반란을 획책하거나, 반도들을 양성하지 않는 이상, 국가가 학자들을 탄압하거나 학자들의 목을 조이는 일은 없었다. 그런 일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국가의 질서와 정치권력의 작용에 직접적인 연관을 맺는 법학의 영역에 있어서도 그러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법학은 로마인들이 성문법을 엄격히 준수하고, 판례를 엄격히 존중하기 시작하면서, 장바닥과 재판소 사이에서 자연발생한 학문이었다. 국가에 의해 만들어진 국정 학문이 결코 아니었다.
변호사란 직업도 그와 마찬가지였다. 고대로마에서 변호사자격은 그냥 등록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등록조차 하지 않아도 변호사활동을 하는 데 지장은 없었다. 변호사로서 활동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학교를 나왔는가, 어떤 자격시험에 합격했는가 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로지 법학실력과 평판이 그의 명성과 수입을 좌우했다.
로마의 법학교육은 철저히 사교육이었다. 수업료는 선생 마음대로 걷었고, 학기나 졸업자격 같은 것도 정해져 있지 않았다. 물론 법학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무슨 특권이나 지위가 보장되지도 않았다. 위대한 법학자 밑에서 오랜 기간 법학을 배웠다 하더라도 법학실력이 없으면 변호사로서 밥 벌어 먹고 살기는 어려웠다.
물론 법학공부에 정규교육과정이 요구되거나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 주장된 것도 아니었다. 재판소를 들락거리며 그저 귓동냥으로 법학을 배웠어도, 법조문과 판례를 많이 알고 이것을 논리적으로 꿰어 맞춰서 새로운 사안에 적용할 능력만 있으면 변호사로서 명성을 얻고 법무관이나 호민관으로 선출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마의 법체계와 재판시스템은 갈수록 발전해갔다. 교육에 있어 그 어떤 고정된 틀도 강요하지 않아, 가난한 사람들도 독학에 의해서든 뭐에 의해서든 열심히 법을 연구하고 당대의 법리논쟁에 열성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 법적 논의의 저변이 넓어졌기 때문이었다.
이렇다 할 자격증도 없었고, 명문학교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판에 있어서도 연줄이 아니라 정의와 이성을 더 우선시했고, 변호사를 고를 때에도 간판이 아니라 실력을 더 우선시했다. 그랬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도 법학공부를 통해 부와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무제한의 자유와 경쟁이 법학을 발전시킨 결과로, 폴리비오스 같은 사람이 그토록 극찬했던 것처럼 로마제국 전체가 융성하게 되었다. (애덤 스미스 국부론 제5편 제1장 제3절 제2항에도 그와 비슷한 얘기가 나옴.)
--------------------------------
최근 사법시험의 존폐와 관련하여 법무부가 폐지시기를 4년 뒤로 유예한다는 의견을 발표했다가 다시 보류하는 등 극심한 혼란이 있었다.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사법시험이 기필코 존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사법시험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법개혁의 완수'와 '로스쿨시스템의 안착'을 위해서라도 사법시험은 기필코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쪽 다 국가로부터 일방적인 특혜를 받기 위해 진력하고 있다. 양쪽 다 자기네들의 기득권이 법률에 의해 더 안전하게 보호를 받게 되는 쪽으로 규제의 방향을 틀어쥐기 위해 진력하고 있다. 그러나 중립적인 입장에서 보면 둘 다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대체 무슨 꼴이란 말인가?
먼저 로스쿨에 대해 비판해본다. 로스쿨에 대해 시민들이 삐딱한 시선을 갖고 있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로스쿨 사람들이 하소연해대는 것처럼, 일반시민들이 로스쿨생들을 모두 '금수저'로 보고 있기 때문이 절대 아니다. (솔직히 '금수저'면 뭐가 어떻고 '흙수저'면 뭐가 어떻단 말인가? 돈 많은 집 자식이 법학공부를 위해 돈을 많이 쓰면, 그를 가르치는 가난한 선생이 돈을 벌고, 그러한 교육투자가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되어 좋은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알고 있듯이, 공부란 게 돈을 쓴다고 해서 무조건 다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법학공부를 위해 굳이 자기 돈을 쓰거나 부모 돈을 쓰겠다는 것 자체에 대해 결코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건 한마디로 개인 자유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로스쿨은 왜 이토록 욕을 먹는단 말인가? 사실 일반시민들이 로스쿨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은 결코 그들이 '금수저'라는 데 있지 아니하다. 불만은 오직 그것 하나때문이다. "로스쿨 졸업자들이 대체 뭔데 변호사 자격을 독점하지?" 이것 하나뿐이다. 다른 것은 모두 부차적 이유에 불과하다.
생각해보라. 법학을 꼭 대학원에 들어가서 배워야 할 까닭이 있는가? 어떤 사람은 학부에서 법학을 배우고서 바로 법실무에 뛰어들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독학으로도 법학을 공부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구나 일정수준과 일정량의 공부를 하고 객관적 법실력을 갖추면 빨리 변호사자격을 갖추거나 법관이 되거나 검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왜 대학원까지 꼭 다녀야 하나? 정말 아카데믹하게 학문적으로 법학을 더 깊이 파고들려 한다면 모르겠다. 그게 아니고 실무에서 당장 써먹을 목적으로 법학을 공부하는 것이라면, 가급적 공부를 빨리 마치고 한 살이라도 더 어린 나이에 실무에 뛰어들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공부를 길게, 천천히 하는 게 좋아서 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면 그걸 절대 말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여유로운 자들만이 법조인 자격을 독점하겠다고 하면, 이것은 정말 지나친 욕심이고 쓸데없는 진입장벽이 되는 거다.
그리고 법공부의 방법론은 개개인마다 모두 다르고, 법에 대한 관심사도 개개인마다 모두 다르다. 그러나 우리의 공교육은 그러한 개별성을 충분히 고려해줄 만큼 유연하지 못하다. 학교를 다녀본 사람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지만, 우리의 교육시스템은 지나치게 틀에 박혀 있고, 학생들의 자발적인 몰입과 학습욕구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투자 대비 효율성 측면에서 우리의 공교육은 독학 또는 사교육에 비해 언제나 더 나은 성과를 보장해준다고 장담할 수가 없게 돼있다.
그런데 국가가 나서서 반드시 장기간의 공교육을 이수해야만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것으로 강제한다면, 이 무슨 비효율이란 말인가? 대학원 교육은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그 비용에는 금전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도 포함되는 것이다. 중세 독일의 쭌푸트쯔방도 감히 엄두조차 못 냈을 이러한 강제와 규제가 우리 자유민주국가에서 가당키나 한 일인가?
차라리 법학교육과정만 7년동안 이수하게 한다면 또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로스쿨시스템은 그게 아니라 법조직역에는 불필요한 다른 전공을 사실상 반드시 거친 다음에, 정작 밥벌이에 써먹을 법학전공은 별도로 단 3년의 대학원과정에서 이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것이 국가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란 측면에서 과연 지혜로운 일이겠는가?
그 다음 사시존치론에 대해 비판해본다. 일반시민들이 로스쿨에 대해 삐딱하게 바라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시존치론을 주장하는 변호사들에 대해서도 냉소적 태도를 거두지 않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사법시험의 문제는 모두가 알다시피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라는 데 있다.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운이 없으면, 다시 말해 하필이면 그 해에 유난히 많은 실력자가 응시했으면 절대 합격을 못하게 돼있다는 데 사시의 문제점이 있다.
그리고 사시는 모든 걸 한꺼번에 쏟아서 보여주도록 강제한다. 아무리 다른 과목을 다 잘 해도, 한 과목만 실수해서 과락을 맞으면, 모든 고생이 수포로 돌아간다. 시험과목도 지나치게 암기 위주이다. 예를 들어 자질구레한 판례 같은 것은 실무에서 어차피 인터넷만 좀 검색하면 바로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직 최고 실력의 변호사들조차 알지 못하는 판례들까지 다 외워야만 합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법시험이다.
사시 존치론자들에게 묻고 싶다. 로스쿨과 투트랙으로 사법시험을 존치시킨다면, 과연 사법시험 정원을 몇 명이나 두려고 하는가? 로스쿨생들의 기득권(?)을 해치지 않기 위해, 겨우 50명~200명 정도 뽑는 사법시험을 존치시킨다면, 이건 사법시험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갖고 가는 게 아니겠는가?
만약 그 정도 인원만 사시로 뽑는다면, 앞으로 사시 출신 변호사는 1류 변호사가 되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2류 변호사로 고정될 것이다. 사법시험 합격이 로스쿨 변호사시험 합격보다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옛날 사시 1,000명 뽑던 시절에 변호사가 되었던 사람들은 앞으로 영원무궁토록 1류 변호사로서의 특권을 누리게 될 것이다. 이게 온당하다고 보는가? 이러한 이유때문에 사시존치에 대해서도 상당수 시민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닐까?
--------------------------------
내가 보기에 법학이란 기술이라기보다 학문에 더 가깝다. 체험과 감각이 아니라 문자적 수단만으로도 명료하게 소통이 가능하고, 특수한 정서나 요령이 아니라 언제나 보편적인 관점과 시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기술은 학문과 달라서 맨투맨식의 전수를 통해서만 습득될 수 있다. 기술은 명쾌하게 이론적으로 분석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 특유의 감각과 임기응변 등을 통찰해내고 그 감각을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의학, 특히 외과의학이나 치의학 같은 것은 이런 기술적인 측면이 매우 강조된다. 그렇기 때문에, 의학은 반드시 전문학교를 다니면서 배워야 한다고 말하더라도, 그것이 나름 설득력을 가질 수가 있다.
하지만 법학은 학문에 더 가까운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법서만 주욱 들이파도, 학문적 기본만 갖춰져 있으면, 이를 충분히 습득할 수가 있다. 비단 법학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본디 학문이란 보편적으로 명쾌하게 분석될 수 있고 해설될 수 있고 논파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좋은 스승을 만나고 좋은 동료들과 함께 공부한다면 훨씬 더 수월하게 법학을 배울 수 있다. 스승이나 동료한테 잘못을 지적 받고 그로써 오류를 교정하는 과정 없이 그저 혼자서만 공부하다보면 '개똥철학' 비슷하게 '개똥법학'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날 대학교의 존재의의가 여전히 인정될 수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아마도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도 그러한 이유로 주장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학에 있어서 가방끈이란 것이 꼭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법학이란 법조문과 판례를 읽을 수 있는 모든 사람들 사이에서 보편적으로 연구, 토론, 검증될 수 있는 것이고, 자연과학처럼 실험설비나 실험조직 등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누구나 독학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출 수 있다. 따라서 예를 들어 변호사 자격증 같은 것 역시 꼭 대학교육이나 대학원교육을 거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예를 들어 예비시험이나 검정고시 같은 과정에 의해서도 취득자격이 주어지게끔 만들 수 있다.
더군다나 오늘날의 대학과 같이 철저히 관료주의적이고 서열화되어 있는 교육기관에서 법학을 그 어느 곳보다도 더 잘 가르칠 수 있다고 일백퍼센트 자부할 수 있겠는가? 오늘날의 대학이란 학문의 자유나 학문의 정신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공간이다. 좀 독하게 얘기하자면, 촘촘한 규제가 기득권을 보호해주는 것에 힘입어서 간신히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비효율적 취업기회주의자 양성소 내지 사회적 진입장벽, 필터링 도구라고까지 폄훼해서 말할 수가 있는 곳이다.
물론 긍정적으로 보자면, 그나마 대학교만큼 학문을 잘 가르칠 수 있는 곳도 드물긴 하다. 대학교 특유의 커리큘럼에 따라서 안정적으로 코스웍을 마치는 것의 장점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 선천적으로 그리 적합하지 않은 기질을 가진 사람들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자유롭게 학업계획을 짜고 시간을 단축해서 독학하는 데 최적화된 지성을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대단히 많다는 것이다. 또한 젊었을 때 방황의 기간이 길었다거나, 집안형편이 어렵다든가 해서, 여러 가지 여건상 대학교육과정을 불필요하게 생각하거나 부담스럽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꽤 존재한다.
더구나 로스쿨은 학부과정도 아니고 3년짜리 대학원과정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대학원 교육과정을 꼭 마쳐야만 법조인이 될 수 있다고 하는 사실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별도의 과정 역시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대학교는 극심하게 서열화되어 있는 곳이라는 점에도 주목해야만 한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서열을 확보하고자 중고교시절부터 불필요한 경쟁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불필요한 입시경쟁에 염증을 느껴 한번이라도 그 흐름에서 낙오해버린 사람은 현재의 로스쿨 구조에서 죽을 때까지 간판상의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수능시험과 법학실력은 별개로 봐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로스쿨시스템 하에서는 수능시험 기타 대학입시에 실패한 자들 입장에서 순수히 법학실력만으로 사회적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옛날 사법시험 때에는 아무리 이름없는 대학교를 나왔다 하더라도 사법시험에 고득점으로 합격하기만 하면, 법학 실력자로서 사회적으로 인정과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사법시험에 대해서도 우리는 마찬가지의 비판을 할 수 있다. 오직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들만이 뛰어난 법학실력을 인정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누구에게나 확신하듯 말할 수 있겠는가? 이에 관해 오해의 여지가 있을까봐 미리 밝혀두지만, 나는 결코 사법시험 합격자들의 법학실력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사법시험 합격자들은 법학실력을 충분히 갖춘 사람들이고, 거기에 더해서 장시간 동안 엄청난 공부량을 견뎌낼 수 있었을 정도로 정신력과 지구력을 갖춘 사람들이라는 점에 의심할 여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사법시험에 불합격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법학실력이 변호사자격을 얻지 못할 만큼 나쁘다고 확언할 수가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우리나라의 사법시험은 지나치게 암기력 위주로 평가하고 있다. 과목별로 차근차근 합격해나갈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한 채로, 오로지 모든 과목의 지식을, 그것도 자질구레한 것들까지 한꺼번에 완벽하게 머릿속에 집어넣었다가 짧은 시간 안에 실수 없이 다 쏟아내야만 합격할 수 있게끔 그 시험체계를 짜놓고 있다. 이것은 결코 진정한 법학실력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소수의 순발력 있는 암기천재들을 위해 다수의 내공 있는 실력자들을 떨어트리기 위한 시험이라고 봐야 옳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시존치론을 주장하시는 분들 가운데 이러한 사법시험의 문제점을 개선하자고 하시는 분들이 있었는가? 내가 보기에는, 거의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과연 이런 식의 단기간 집중 암기력테스트로서의 사법시험을 존치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할 수가 있겠는가? 그것이 자원배분의 효율성 측면에서든, 직업의 자유 측면에서든 허용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
그러한 점에서 나는 우리나라의 법조인력양성체계에 관해 다음과 같은 것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1. 법조인력양성을 로스쿨로 일원화할 필요는 없다. 로스쿨을 나오지 않더라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 예를 들어 예비시험이나 검정고시 등의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기존의 학벌시스템과 상관없이 자기 법학실력만 순수하게 평가 받을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해두어야 한다.
2. 사법시험은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1세기가 요구하는 창조적 응용능력이나 이해력 등을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령 존치하더라도 시험장에서 오픈북을 허용하여 암기력보다는 응용력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가야만 한다. 그리고 과목별 합격제를 과감하게 도입하여, 운에 좌우됨이 없이 철저히 법학실력만 측정하는 절대평가시험으로 제도를 완전히 개편해야 한다. 물론 로스쿨 변호사시험도 그런 방향으로 개편해야만 한다. 그리고 사법시험이든 변호사시험이든, 성적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3. 로스쿨에 대한 모든 규제를 풀어버려야 한다. 커리큘럼, 교육연한, 입시제도, 수업료, 장학제도... 모든 것을 각 로스쿨별로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로스쿨을 대학원에만 설치할 수 있게끔 하는 것도 불필요한 규제이다. 학사과정에도 로스쿨을 설치할 수 있게끔 허용해야 한다. 각 대학별로 로스쿨인가도 자유롭게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물론 로스쿨이 여기저기 난립할 수 있겠지만, 이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자유로운 시장경쟁에서 살아남은 로스쿨들만 법조인을 양성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상과 같은 것이 실현되어야만, 이른바 '사법개혁'이란 것도 제대로 완수될 수 있고, '개천룡'도 더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천룡'을 혹시 나쁘다고 생각하는가? 지금 당장은 설움 받는 처지라 하더라도, 마치 '아바타'란 영화에서 '토룩막토'와 같은 힘을 언젠가는 갖고 싶다는 꿈이 바로 '개천룡'의 꿈이다. 이걸 꼭 반사회적인 것만으로 치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로스쿨시스템에서도 이른바 '검클빅'에 들어가는 사람은 서민들 입장에서 '용'이나 다름없는 존재이다. 이왕에 '용'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개천'의 물고기가 '용'이 되는 데 어려움이 없게끔 진입장벽을 허물어주는 게 좋다.) 이렇게 모든 것을 자유롭게 풀어주지 않는 이상, '로스쿨제도의 안착' 역시 헛된 꿈에 불과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어느 영역이나 다 마찬가지이듯이, 교육의 영역에서도 국가가 과도하게 간섭하고 규제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 특히 그것이 정책에 따른 기득권의 보호, 또는 정책기득권에 대한 신뢰(?)의 보호와 관련된 것일 경우, 그러한 규제는 불공평하며 부조리하다고까지 비난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학자들은 모름지기 자기 자신이 학자라고 생각한다면, 국가로부터 뭔가를 받아내기 위해 애쓰는 작태를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 부디 국가가 나에게 뭘 해줄 수 있는가를 생각하기에 앞서서, 내가 국가를 위해 뭘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기 바라겠다. 앞으로 사법시험 존폐와 관련된 논쟁이 보다 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근데 로스쿨 다니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예비시험은 절대 안 된다고 하는 애들이 대부분이에요. 첫째 예비시험 도입되면 예비시험을 중심으로 한 카르텔이 형성되고, 둘째 예비시험 도입하면 예비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로스쿨생들은 2류 취급 받을 거고, 셋째 예비시험 도입하면 학부교육이 황폐화된다고...
그리고 교수님께서는 사교육을 대단히 긍정적으로 보시는 것 같은데, 사교육은 나쁜 것 아닌가요?
비용절약 측면에서라도 공교육에서 감당할 수 있는 건 최대한 감당하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정말 로스쿨을 나와야만 법조인이 된다는 그런 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가장 큰 문제는 금전적인 문제에요. 교수님께서는 금전적인 문제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로스쿨을 못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첫째도 돈이고, 둘째도 돈입니다.
1억 원이나 되는 학비를 감당할 수가 없어요. (장학금 받으면 된다는데, 못 받으면 어떻게 한다는 거죠?)
법대 나왔으면 법학에 대해서는 배울만큼 배웠다고 자부합니다. 왜 3년을 더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사시존치는 안 될 일이지만, 예비시험이라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예비시험 도입돼서 예비시험 합격자들과 실력을 겨뤄보더라도 같은 시험이라면 저는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는데... 왜 예비시험 도입되면 로스쿨이 망한다고만 생각하는지...
스카이로스쿨을 비롯한 인서울로스쿨의 기득권에 지방 로스쿨들이 너무 끌려다니는 것 같습니다. 스카이로스쿨이야 학벌 하나로 뽕을 뽑아야 하는 애들이니... 예비시험 도입되면 잃을 게 너무 많겠죠. 지방로스쿨 입장에서는 어차피 지금도 찬밥이고 잃을 것도 별로 없는데, 어떻게든 지금의 판을 뒤흔들어야 하는 거 아닐지... ㅠ
저는 법무부에서 이번에 타협안으로 예비시험 어떠냐 하면, 그거 그냥 받고 빨리 지금 수업거부 풀었으면 좋겠습니다.
amuruoh/ 로스쿨생들이 예비시험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시가 존치되지 않는 한, 어차피 앞으로는 로스쿨 출신이 대세, 주류가 될 수밖에 없어요. 불확실성 속에서 독학을 한다는 것은 사실 불안한 코스를 밟는 거죠. 정규 교육과정에서 교수들의 지도를 받아가며 실력 있는 동료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다는 메리트는 여전히 강력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로스쿨생들이 사법시험 존치를 두려워하는 것은 이해를 하겠는데, 예비시험의 도입까지 두려워한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Rina/ 어차피 사법시험 준비도 돈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로스쿨에 비하면야 물론 적게 들겠지만, 사실 돈문제는 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규수/ 로스쿨생들 입장에서는 지금과 같이 투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 상황은 사법시험존치 vs 로스쿨 일원화,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싸움이죠. 당연히 로스쿨일원화가 로스쿨생들에게는 더 유리하니 투쟁을 하는 것 아닐까요? 솔직히 어린 학생들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다 저같은 어른들이 잘못한 탓이겠죠.
하지만 학원강의는 어느 정도 듣고나면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어집니다. 백만원짜리 민법기본강의를 매년 반복해서 듣는 고시생은 정말 보기 드물죠. 학원강의는 그때그때 자기가 부족한 부분만 골라 들으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원비는 사실 효율적인 지출이 가능하고, 수험생 입장에서 그렇게 큰 부담은 아니에요. 어차피 로스쿨 들어가더라도 학원강의를 안 들을 수 없죠. 그리고 로스쿨은 입학하기 전에 리트학원비, 토익학원비까지 추가로 지출해야 되니, 그것도 계산을 해야죠.
숙식비도 고시원비가 훨씬 저렴합니다. 로스쿨에 들어가서 지출해야 하는 기숙사비에 비하면요. 식비, 생활비도 고시원에서는 은둔하면서 최소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최대한 줄일 수 있죠. 그 반면에 로스쿨은 공개된 공동생활이기 때문에 품위유지비가 훨씬 더 많이 들어갑니다.
무엇보다도 로스쿨은 수업료가 너무 아까워요. 같은 돈을 내도 고시학원 수업료는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드는데 로스쿨 수업료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로스쿨에서는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가 없죠. 내가 다 아는 쓸데없는 강의를 그닥 실력도 없어보이는 교수님들한테서 한번 더 들어야 된다는 게 짜증나죠.
로스쿨에서는 장학금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참... 웃깁니다. 제 주위에 로스쿨 들어간 친구들 중에 장학금 충분하게 많이 받는다는 친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어요. 받아도 간에 기별도 안 갈 만큼 받는 거에 불과하다더군요. 장학금 대부분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들이 거의 휩쓸어가기 때문에 나머지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이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라고 했어요.
로스쿨에서 장학금 받는 가난한 친구들도 로스쿨에서 장학금을 받는 대신에 국가에서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못 받게 되기 때문에 쪼들리는 건 더하다고 하더군요. 만약 사시를 본다면 국가에서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받으면서 공부할 수 있으니까 사시가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거죠. 그러던 친구들이 막상 사시가 존치된다고 하니까 사시존치되면 절대 안 된다고 데모하는 걸 보니 웃음이 나오더군요...
지금처럼 첨예한 잇슈로 전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을 때 빨리 '사시존치'라는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죠... ㅠㅠ 여기서 예비시험이 어떻고, 자격시험이 어떻고... 다른 논점을 자꾸 추가해버리시면 이러다 시간이 지체될 것이고, 핵심적 논점이 흐려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