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는 법학이 기본적으로 실천학문이라는 점에 대해서


독일의 법률가들은 기본적으로 법학을 실천적 학문(praktische Wissenschaft)이라 생각한다.(각주: 이러한 입장은 이미 19세기 독일 판덱텐법학시대부터 보편적으로 통용되고 있었다. 이에 관해서는 Stahl, Die Philosophie des Rechts, 2. Band, 1833, S. 169 참조.) 일반적인 순수이론을 연역적으로 전개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의 맥락과 계약 또는 법률규정 등 법률요건의 제약 속에서 각 주체가 어떤 의미 있는 행동을 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일인들은 법률가의 실력을 결정하는 것이 법서에 나열된 이론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 즉 그 순수한 법학지식이 얼마나 방대한가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고 본다. 그 대신에 법적인 결단의 상황에서 최적의 결론을 내리고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논증하는가 하는 데서 법률가의 실력이 판가름 난다고 본다.(각주: 이에 관해서는 Luhmann, Rechtssoziologie, 3. Aufl., 1987, S. 180.) 법에 대해 아는 게 아무리 많아도, 실제의 문제에서 의뢰인이 요구하는 적합한 답을 찾아내고, 그 해결책이 왜 바람직한지 의뢰인에게 증명하거나 설득해내지 못한다면, 그는 법률가로서의 자격을 갖고 있지 못한 자라고 본다.

기본입장이 그러한 이상, 독일의 법학시험은 수험생들에게 이론적 지식을 묻는 식으로 출제되지 아니한다. 법학시험이 법학 그 자체를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수험생들이 앞으로 법률가로서의 자격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로서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일의 법학답안에서 요구되는 것은 학술적 이론의 전개가 전혀 아니다. 어디까지나 사안에 대한 구체적 해결만이 요구될 뿐이다. 이것은 독일의 법학교육이 법학자의 양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게 아니라 법률실무가의 양성에 주안점을 둔다는 데서도 기인한다고 할 수 있겠다.(각주: 이에 관해서는 예를 들어 Jost, Mehr Berufspraxis im juristischen Studium?, in: HRK, Juristenausbildung heute - Zwischen Berlin und Bologna, 2014, S. 16 참조.)

* 그런데 독일을 비롯한 서구의 법학교육이 그동안의 이론중심 교육을 반성하고, 학자양성이 아닌 실무가양성에 주안점을 두는 식으로 전면 개혁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18세기부터였다. 독일의 경우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가 1748년에 프로이센의 법학교육을 법조실무가양성교육으로 재편하도록 지시하고, 법과대학 졸업생들의 실무가자격을 국가가 공인하도록 한 데서 독일법학교육 특유의 실무가양성중심 전통이 비롯되었던 것이다. 물론 그 후에도 독일의 법학교육은 학생들에게 법학교과서의 추상적 내용을 암기시키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으나, 1869년에 ‘법률시험과 고위법조실습에 관한 법률(Das Gesetz über die juristischen Prüfungen und die Vorbereitung zum höheren Justizdienst)’이 프로이센에서 제정되고, 법학시험에 사례형 문제 및 그 답안방식이 도입되면서, 19세기 후반부터는 이론적 지식의 전수보다 현실문제의 해결능력 함양이 법학교육에서 크게 강조되기 시작했다.(각주: 이에 관해서는 Stuckenberg, Der juristische Gutachtenstil als cartesische Methode, in: Freund/Murmann/Bloy/Perron (Hrsg.), Grundlagen und Dogmatik des gesamten Strafrechtssystems, Festschrift für Wolfgang Frisch, 2013, S. 168 ff.; Lentze, Die Universitätsreform des Ministers Graf Leo Thun-Hohenstein, 1962, S. 6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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