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동결 7년의 그늘로 우리나라 모든 대학들이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아예 반값등록금정책의 확대 및 전면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로 인해 우리 대학생들은 더욱 더 콩나물교실에서 고통 받게 되었고, 학문후속세대는 일자리를 잡지 못해 허덕이게 되었다. 교수들도 별다른 인센티브가 없다보니 교육과 연구에 의욕을 상실한 채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지원사업을 따내기 위한 서류작업에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돼버렸다.
약간 과격한 상상력을 발휘해본다면, 우리 정부가 이렇게 계속해서 대학등록금 동결 및 대학규제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이유는, "어차피 우리나라 대학들의 교육퀄리티는 낮을 수밖에 없고, 우리나라 대학들의 자율적 개혁의 가능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 "어차피 우리나라에서 대학들의 존재는 국가의 대외경쟁력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에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어차피 대학등록금이 높건 낮건 간에 대학교육의 퀄리티는 큰 차이가 나지 않을테고 이런 식으로 대학이 좀비(zombi)화되더라도 나라 전체에 큰 영향은 없을테니, 일단 가계부담이라도 줄이기 위해 등록금을 낮추자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의 정책에 국민 대다수가 환호하는 이유도 아마 거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말인데, 정부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차라리 이번 기회에 국가가 대학에 대한 모든 특혜와 지원을 다 없애버리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학에 대한 모든 재정지원을 중단하고, 공무원이나 공기업직원, 전문직(변호사, 의사 포함)을 채용할 때 대학졸업자격(또는 대학원졸업자격)을 절대 요구하지 못하게 규제하는 것이다.
어차피 우리나라 대학들은 유럽과 달리 사회적 약자들에게도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공급규제를 통한 인위적 희소성의 특혜와 편파적 보조금의 특혜를 통해 소수의 엘리트들에게 특권을 마련해주고 그로써 국가엘리트들을 선발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었다. 현대 복지국가의 정신에 의해 설립되었다기보다는, 근대화 과정에서 정부가 주도하고 민간이 호응하는 부국강병주의 및 엘리트중심주의에 의해 설립된 곳이라는 얘기이다.
초기에는 물론 엘리트교육 자체도 국가가 어느 정도는 장려할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독재정권기에는 대학이 비판적 지성의 요람으로 기능했던 이상, 교육내용과 학생지도를 통제하기 위해서라도 대학에 당근과 채찍을 정부가 어느 정도 내밀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대학졸업자의 숫자가 너무 많아져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어차피 민주화된 세상이라 대학이 더 이상 비판적 지성의 보루 역할을 하지도 않게 되었다. 오늘날의 대학은 사실상 교육소비자인 학생 각 개인에게 귀속되는 사적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충실한 존재일 뿐이며, 이러한 점에서 대학은 국공립이든 사립이든 사실상 사기업이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렸다. 이 상황에서는 국가가 대학을 지원할 명분이 아직도 존재하는지 의문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침 오늘날에는 국가경쟁력의 핵심이 대학경쟁이 아니라 자본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규제로 인하여 대학이 더 이상 자본을 키울 수가 없는 상황이므로, 국가경쟁력을 좌지우지할 엘리트들은 이제 더 이상 대학에서 양성되지 않고 있고, 오히려 기업 또는 정부연구소에서 길러지고 있다. 다시 말해 오늘날 대한민국의 대학은, 규제의 틀에 가로막혀 있어서든, 교수들의 철밥통때문이든 어떻든, 사실상 국가경쟁력에 큰 보탬이 되지 않고 있고, 학생들의 취업이나 경제적 이익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정부는 교수들의 무사안일을 탓하고 있고, 교수들은 정부의 지나친 간섭을 탓하고 있다. 그러니 정부는 대학들에게 각자도생하라고 하고, 그 대신에 등록금은 전면 자율화하며, 입시요강 및 교육내용, 교수임면 및 교수연봉도 전부 대학 마음대로 하라고 할 필요가 있다. 자립과 자율을 보장하는 대신, 찬바람 부는 경쟁의 벌판에 대학을 내몰고, 경쟁력 있는 대학은 알아서 자생하되, 경쟁력 없는 대학은 망하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입시정책을 자율화할 경우 정부는 앞으로 대학입시정책때문에 욕을 먹을 필요가 없어지니 아주 큰 짐을 덜 수 있게 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면, 차라리 모든 대학을 국유화해버리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유럽 국립대학의 모델을 우리나라에 적용하지는 않으려 하실테니, 대학에서 자율권을 완전히 박탈해버리시고, 앞으로는 아예 노골적으로 정부 관료의 입맛에 따라 연구 교육의 하청을 내려보내주시는 대신, 대학재정을 국고로 완벽하게 보전해주시라고 건의 드리고 싶다. 그 대신 모든 대학의 입학장벽은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고, 등록금은 무료로 해야만 할 것이다. 졸업을 어렵게 하는 대신, 입학은 누구나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해야만, 현대 복지국가의 관념에서 볼 때 대학을 국유화하는 취지가 달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을 지금처럼 계속 구분하여 존치시킬 생각이라면, 국공립대학은 국공립대학답게, 사립대학은 사립대학답게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국공립대학은 누구나 돈 걱정 없이 입학할 수 있도록, 입학을 거의 완전히 자유롭게 하고, 그 대신 졸업을 입학생 대비 20~30% 정도로 엄격하게 규제하며, 등록금은 무료로 하고, 시설은 매우 검소하게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 반면 사립대학은 등록금을 자유롭게 하고, 입학생도 자유롭게 뽑고, 교육내용도 자유롭게 정하고, 교수의 해고도 자유롭게 하고, 교수 연봉도 자유롭게 정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할 경우 서민들에게 교육의 기회도 제공하면서, 대학의 자율적 공간도 확보할 수 있고, 교육수요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도 제공하는 등의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공립이든 사립이든 간에 대학에 엄청난 간섭과 규제를 가하면서, 어마어마한 관료주의로 교수들에게 지루한 서류작업을 무지막지하게 강요하고, 고비용 저효율의 꼭두각시 체제를 지금처럼 계속 유지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산술적으로 대학졸업자의 취업률이 절반도 나올 수 없는 현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질나쁜 대학교육을 제공할 수밖에 없게끔 대학들을 억누르고, 그 대가로 반값이든 뭐든 학생들에게서 등록금을 걷도록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반값등록금이니 국가장학금이니 프라임사업이니 코어사업이니 대학특성화사업이니 뭐니 잔뜩 추진하지만, 아무도 그 결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현 상황에 대해 답답한 마음이 들어서 해보는 말이다.
참고 링크: http://news.hankyung.com/society/2017/06/06/2017060654881
http://news.hankyung.com/society/2017/06/06/2017060655591
http://news.hankyung.com/society/2017/06/07/201706076802g

그런데 그 전에 대학이 공공기관이라는 점을 부정하는 교수들은 대학에서 다 내쫓아야죠. 이 홈페이지 주인장같은 사람들 말입니다. 대학교육을 사적 서비스라고 주장하는 장사치 교수들은 전부 바깥에서 학원강사나 하라고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