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의 이념에 대한 단상


(1) 권리는 사실이 아닌 규범

권리는 단순히 어느 사람이 좋아하는 것, 잘 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그 사람에게 부여되지 아니한다. 나 아닌 다른 인간에 대한 권리의 경우, 그 상대방으로부터 법적인 동의 내지 승낙을 받아야만 권리가 부여되는 게 원칙이다(친권이나 법정상속권 등은 그 예외가 됨). 물론 어떤 사람으로부터 손해를 입거나 부당한 손실을 당할 경우 그 사실관계에서 배상 내지 보상에 관한 권리가 인정될 수 있긴 하다(예를 들어 손해배상청구권이나 부당이득반환청구권 등). 하지만 단순히 사실적 손해나 사실적 손실만으로 권리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실관계는 법률요건에 포섭이 되어야만 그 법률효과로서 권리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어떤 손해가 단순히 사실적 이익의 감소에 불과할 뿐, 권리의 침해로 인한 결과가 아니라고 하면, 그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발생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 상대방이 나의 손실로 인하여 어떤 이익을 얻었다 하더라도, 그 이득이 법적으로 정당화될 수만 있다면, 이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2) 권리는 소득을 정당화하는 원인

권리는 그 자신으로부터 나온 이익을 정당화한다. 예를 들어 상가건물소유권자가 상가를 임대하여 임대료를 번다거나, 부동산업자가 부동산을 싸게 사들였다가 비싸게 팔아 양도차익을 얻는다거나, 주식투자자가 회사이익으로부터 배당금을 받는다거나, 채권투자자가 채무자로부터 채권의 이자를 받는다거나, 은행예금자가 은행으로부터 예금이자를 받는다거나,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으로부터 프랜차이즈 수수료를 받는다거나 하는 것은 모두 근로소득이 아니라 불로소득에 속하지만, 권리는 이렇게 어느 순간부터 저절로 들어오고 심지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든 소득을 정당화한다. 수익권능을 포함하는 모든 권리는 그 권리자에게 별도의 노동력 투하 없이도 정당한 이익을 취할 수 있게 하는 원인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재산권만이 아니라 신체권에서도 이러한 수익창출이 가능한 것은 마찬가지다. 잘 생긴 얼굴이나 아름다운 몸매, 남다른 체력이나 운동신경을 타고난 사람은 자신의 신체를 활용하여 돈을 벌 수 있다. 이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갖는 타인이 있다 하더라도 자기 신체에 권리를 가진 자가 그것을 갖지 못한 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지는 않는다. 권리자가 자기 권리로부터 벌어들이는 모든 이익은 법에 의해 보호받고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3) 물려 받은 권리도 권리

권리는 자기가 처음 갖게 된 것에 한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서 물려 받은 것도 권리가 될 수 있다. 물론 권리의 기본은 자기가 태어났을 때부터 갖고 있었던 자기 몸, 자신의 개인적 창의·노력에 의해 스스로 만들어내고 일구어낸 물건이나 자료에 대한 권리를 주축으로 한다. 하지만 남이 가진 권리를 자신의 권리와 맞바꿀 수도 있고, 남의 권리에 대해 정당한 값을 치른 다음 그것을 자신의 권리로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부모 잘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거대한 유산을 물려받을 수도 있고, 운 좋게 권리를 따내거나 누군가에게 잘 보였다는 이유로 큰 선물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게 자신이 직접 땀 흘리지 않고 얻은 권리라 하더라도 그것 역시 그 사람의 복(福)이며, 그 사람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보는 게 법의 태도이다.

(4) 권리에 따르는 위험과 책임

권리에 항상 긍정적 결과만 따르는 것은 아니다. 권리를 갖는 자는 자기 잘못이 아닌 이유로 그 권리를 억울하게 상실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식 투자자는 갑작스러운 악재로 인한 주가 하락으로 투자금을 잃을 수 있으며, 유체물 소유자는 예기치 못한 정책변경이나 시세변경으로 물건 가격이 하락하거나 자연재해로 물건이 훼손 또는 유실될 수 있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부상으로 신체적 이점을 누리지 못하게 되거나, 자신이 거느린 종업원 또는 동물의 잘못으로 인하여 자신이 대신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러한 손실에 대해 책임을 질만한 다른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배상을 청구하여 손실을 보전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에 대해 책임을 질만한 다른 사람이 없거나, 있더라도 그에게 자력이 없다면, 그로 인한 모든 위험은 권리자가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이로 인해 권리자는 애초에 권리가 없었던 것보다 못한 처지로 전락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타인의 동정이나 지원을 법적으로 보장받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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