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바보들의 조직


영국의 작가이자 역사학자인 노스콧 파킨슨(Northcote Parkinson)은 이른바 '파킨슨 법칙'을 주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에 따르면 이 세상 모든 조직이 합리성과 효율성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초기에는 물론 그 조직 자체를 유지하고 확장하는 것이 사회적 효용과 일치했을 수 있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비용만 잡아 먹을 뿐 사회적으로 거의 쓸모 없는 조직이 되었더라도, 그 조직은 자체의 존속 또는 자기 증식을 지향하며 발전할 때가 많다.

그나마 그 조직이 내부 구성원 전체의 이익이라도 잘 챙긴다면 문제는 덜하겠지만 대개는 그렇지도 않다.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에 따르면 어느 조직에든 소수의 지배 엘리트와 다수의 비엘리트 계급이 존재한다. 처음에는 그 두 계급의 이익이 일치하겠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그 두 계급의 이해관계가 달라진다. 이렇게 되면 소수의 지배 엘리트는 자기네만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매번 비밀스러운 담합을 갖게 되고 비상식적인 의사결정을 거듭하게 된다.

어느덧 소수 엘리트의 권력 유지 수단으로만 기능하게 되는 조직이지만 그래도 남들의 눈에 띄지 않을 때는 그럭저럭 합리적으로 굴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만인의 주목을 받는 결정적인 순간이 왔을 때는 외부적으로 매우 우스꽝스러운 광경을 연출하게 된다. "아니 저 똑똑한 사람들이 왜 저런 무리수를 두고 자살행위를 하지?"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조직과 시스템이 고립되고 경화되어 내부 혁신 능력을 상실했을 때, 외부의 충격은 불가피한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옛날 중국에서 200~300년마다 나라가 망했던 것은 암덩어리처럼 증식해버린 잉여 조직과 잉여 엘리트를 한번에 정리해야 했기 때문이란 말도 들은 적이 있다. 요즘은 사회의 발전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200~300년이 아니라 단 2~3년만이라도 어느 조직이 그 정치적 수명을 다할 수 있다.

어느 조직이 더 이상 합리적으로 가동되지 않아 "시효가 다했다"는 말을 듣게 된다면, 단순히 조직 일부를 물갈이하거나 내부 투명성을 개선하는 정도의 혁신으로 부족할 수 있다. 그 시스템의 작동 원리, 가치관, 그리고 권력 구조 모두를 재검토하고 재설계하는 근본적 변화를 시도해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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