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법 개정안 국회 통과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민법 개정안은, 2024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장기간 이어져 온 입법 공백을 메우는 것으로 이른바 ‘패륜 상속인’ 문제와 기여 상속인 보호 문제에 대한 제도적 정리라는 의미 역시 갖는다.

이번 개정의 첫째 축은 상속권 상실 제도의 확대다. 종전에는 주로 직계존속의 중대한 부양의무 위반을 염두에 둔 설계였으나, 개정안은 상속권 상실의 대상을 직계비속과 배우자 등 모든 상속인으로 확장하였다. 이는 혈연이나 혼인관계라는 형식적 지위만으로 상속을 정당화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저버린 자가 상속과 유류분의 보호를 당연히 누릴 수 없다는 가치 판단을 명문화한 것이다. 동시에 대습상속의 범위를 ‘상속인의 사망’에 한정하고, 상속결격이나 상속권 상실은 배우자의 대습사유에서 제외함으로써, 결격·상실 제도가 배우자를 통하여 우회적으로 무력화되는 길을 차단하였다.

둘째 축은 기여 상속인의 보호다. 피상속인을 장기간 부양하거나 재산의 유지·증가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사람이 그 보상으로 받은 증여나 유증까지 유류분 반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형평에 반한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되었다. 개정안은 이러한 ‘보상적 성격’의 증여를 특별수익이나 유류분 반환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였다. 이는 유류분 제도가 최소한의 몫을 보장하는 장치라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가족 내부에서의 기여와 책임을 보다 실질적으로 고려하겠다는 방향 전환으로 읽힌다.

셋째로, 유류분 반환 방법을 가액반환으로 전환한 점은 실무적 의미가 특히 크다. 그동안 유류분 분쟁은 원물반환, 특히 부동산 지분 이전을 둘러싼 소송으로 이어져 공유관계를 발생시키고, 다시 관리·처분을 둘러싼 추가 분쟁을 낳는 악순환을 반복해 왔다. 가액반환 원칙은 이러한 구조적 병목을 제거하려는 선택이다. 유류분을 물권적 회복의 문제가 아닌 금전적 정산의 문제로 재구성함으로써, 분쟁 비용을 낮추고 거래 안정성을 높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비교법적으로 보자면, 이번 개정은 여러 나라의 경험을 절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가액반환 중심 구조는 독일 민법상 Pflichtteil이 본질적으로 금전채권이라는 점을 연상케 한다. 독일은 유류분을 상속분의 직접 취득이 아니라 일정 금액의 청구권으로 파악한다. 그로써 독일은 상속재산의 보존과 거래 안정성을 다른 나라보다 더 두텁게 보호해 왔다. 한편 기여의 반영이나 처분 자유의 확대라는 문제의식은 최근 유류분을 축소한 스위스의 개정 방향과 맥을 같이한다. 프랑스가 일정 요건 하에 사전 유류분 포기를 허용하는 제도를 두고 있는 점 역시, 우리 입법 논의에 잠재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개정은 유류분의 비율 자체를 축소하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않았고, 제도의 정당성을 흔들기보다는 운용상의 불합리를 조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실무적으로는 분쟁의 양상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원물반환 소송은 줄어들 수 있지만, 그 대신 가액 산정과 평가 시점, 채무 공제 범위, 기여의 정도를 둘러싼 다툼이 중요해질 것이다. ‘보상적 증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 사실인정의 문제이므로, 간병 기록, 송금 내역, 사업 기여 자료 등 다양한 증거가 핵심적 의미를 갖게 된다. 상속권 상실 또한 도덕적 비난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 요건의 충족 여부를 가리는 문제이므로, ‘중대한 부양의무 위반’의 기준을 둘러싼 판례 형성이 중요해지리라 생각한다.

물론 부작용의 가능성도 있다.

첫째는 상속분쟁에서 상대방을 ‘패륜’으로 규정하려는 전략적 주장이 남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상속분쟁에서 상대를 도덕적으로 낙인찍는 전략이 강화될 수 있는데, 이는 당사자 간에 깊은 감정적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요건이 엄격해도, 주장 자체가 협상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절차 비용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보상적 증여를 가장한 재산 이전의 편법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특정 상속인에게 거액을 생전 이전해 놓고, 사후에 '부양 보상'으로 포장할 유인이 생길 텐데, 결국 법원이 ‘진정한 보상이냐’ 아니면 ‘사실상 편애에 의한 재산이전이냐’를 가르는 부담을 떠안게 될 듯하다.

셋째는 가액반환으로 인한 반환의무자의 유동성 압박 문제이다. 물론 가액반환은 공유관계의 폭발력을 줄이겠지만, 금전 동원 능력의 격차를 그대로 드러낼 수 있다. 현금이 부족하면 담보대출·매각으로 이어지고, 이는 또 다른 가족 갈등을 부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개정은 상속법이 단순한 가족 내부의 전통적 질서를 유지하는 장치가 아니라, 책임과 기여, 정의의 감각을 반영하는 제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류분을 완전히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급진적 선택 대신, 패륜 상속인 배제와 기여 보호, 반환방식의 합리화라는 세 갈래를 통해 점진적 개혁을 택했다는 점에서 현실적 절충의 산물로 평가할 수 있다.

 

 

 

댓글 1

타샤
타샤
상속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우리나라 상속법이 여성에게 상속분이라든자 불리한 점이 매우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부분이 이번 개정안에서 과연 충분히 논의되었는지 의문입니다. 특히 이번 상속법 개정안이 '기여 상속인 보호'를 명분으로 삼았다는데, 과연 그 '기여'가 성별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울까 싶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가족 부양과 돌봄 노동은 주로 여성의 몫임에도 이를 법적 '기여'로 인정하려는 의지가 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없이 남성중심적인 시각에서 형식적인 보완만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진정한 양성평등을 지향하는 상속법 개정이라면, 여성의 상속분 증대, 여성의 돌봄 노동을 명시적 가치 평가 등, 젠더감수성을 담은 장치가 마련되었어야 했을 텐데 여대 교수이면서도 여전히 아무런 문제의식도 못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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