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튜 디플렘(Mathieu Deflem)의 『법사회학, 사회를 읽는 법』은 제목 그대로 “법을 통해 사회를 읽는” 시도이다. 원제가 암시하듯 이 책은 단순한 개론서가 아니라, 법사회학이라는 학문 전통의 계보를 재구성하려는 이론적 작업이다. 몽테스키외와 베버, 뒤르켐에서 출발하여 미국의 법현실주의, 구조기능주의, 갈등이론, 비판적 접근, 그리고 현대의 세계화 논의에 이르기까지, 법이 어떻게 사회 속에서 형성되고 작동하며 정당성을 획득하는지 통시적·공시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디플렘은 법을 규범 체계로서 자족적인 논리 구조 안에 가두지 않는다. 그는 법을 경제, 정치, 전문직 집단, 집행 제도와 얽힌 사회적 실천으로 파악하며, 합법성(legality)과 정당성(legitimacy)의 문제를 사회적 조건 속에서 분석한다. 이 점에서 그의 법사회학은 법철학과 경쟁하기보다, 법의 사회적 조건을 밝히는 설명적 학문으로 자리매김한다.
디플렘은 고전적 창시자라기보다, 전통을 체계화하는 현대의 종합자에 가깝다. 그는 법사회학을 흩어진 연구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학문적 전통으로 제시하려 한다. 이러한 작업은 오늘날과 같이 법과 사회 간의 긴장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특히 의미가 크다. 법은 단지 정의를 선언하는 텍스트가 아니라, 권력과 제도, 사회적 승인 속에서 현실적으로 작동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디플렘의 작업은 이 점을 명료하게 드러낸다.
이 책을 번역한 김대근 박사의 학문적 경향은 이러한 문제의식과 깊이 호응한다. 그의 논설과 저작에서 일관되게 드러나는 것은 감정의 정치(politics of emotions)에 휩쓸리지 않으려는 태도, 사적 제재(Vigilantism=Selbstjustiz)와 여론 재판(trial by public opinion)을 경계하는 법치주의적 감각, 그리고 절차와 제도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시각이다. 이는 단순한 중립적 태도가 아니라, 현대 민주사회에서 법의 합법성과 정당성을 지키기 위한 실천적 선택이다. 특히 분노와 도덕적 격앙이 정치적 에너지를 독점하기 쉬운 현 시대에, 절차적 합리성과 국가 형벌권의 절제를 강조하는 그의 입장은 학문적 용기라 평가받을 만하다.
물론 법을 사회적 사실로 분석하는 접근은 법의 자율적 규범성을 충분히 전면화하지 못할 위험도 내포한다. 법은 사회의 산물이면서 동시에 사회를 구성하는 규범적 질서이기 때문이다. 의사형성의 자유, 재산권, 계약의 안정성이라는 헌정적 토대는 단순한 사회적 승인에 의해 상대화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접근과 규범적 고찰 간의 긴장은 단순한 대립이 아니라 발전적 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디플렘의 법사회학적 감각에 규범 이론이 더해질 때, 법과 사회의 관계는 앞으로 더욱 입체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법사회학, 사회를 읽는 법』은 한국 독자에게 법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그리고 김대근 박사의 번역은 단순한 소개를 넘어, 우리 사회에서 법치와 절차의 의미를 다시 묻는 지적 개입이기도 하다. 앞으로 법의 규범적 토대를 고찰하는 작업 못지 않게 법의 사회적 조건을 분석하는 법학자들의 작업이 충분히 이루어진다면, 우리나라의 법학 담론은 한층 더 깊어질 것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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