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sterwelle의 수상직 도전에 대하여


- 이하의 글은 2002년 5월 13일 저의 "개인낙서장"에 올렸던 장난 비슷한 글을 아무런 수정 없이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이미 Jürgen Möllemann이 바람잡고 다닐 때부터 어쩐지 그렇게 돌아갈 것 같더니만, 드디어 독일의 코미디 정치인 Guido Westerwelle가 어제 열린 FDP의 Mannheim 전당대회에서 수상후보를 자처하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이번 총선에서 기껏해야 18%의 득표율을 목표로 삼고 있고, 그나마도 절반이나 실현될까 의심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수상후보라니 허파에 바람이 들어갈 노릇이지만, 어쨌거나 남달리 패션과 헤어스타일에 신경을 쓰는 탤런트 정치가로 알려진 Guido Westerwelle가 FDP 전당대회에서 cool한 정장에 노랗고 파란 넥타이의, 아주 대정치인 같은 패션을 하고 나와, 환호하는 지지자들 앞에 두 손을 치켜들고 V자를 그려대는 모습을 보니 정말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알려져 있다시피 '자유주의 정당'을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기회주의 박쥐정당'에 다름 아니며, 사민당에 붙었다가 기민련에 붙었다가 왔다리 갔다리 줄타기를 하면서 어떻게 연정에 참여해 장관자리나 하나 얻어볼까 생각하는 게 전부인 정당 FDP는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당의 미래가 의심스러울 만큼 위기에 처한 바가 있었다. 모든 박쥐들이 결국 부딪치게 되어있는 그 최후의 운명 - 그 누구도 확실하게 챙겨주려 하지 않는 운명 - 에 FDP도 결국 부딪치지 않을 수 없어서 연정에서도 쫓겨나고, 당의 정체성도 불명해지고, 아주 사면초가에 몰려서 지지율도 떨어지고 난리가 아니었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 위기를 뚫고 오늘날 FDP 지지율을 갑작스럽게 독일 제3당인 녹색당 이상으로까지 올려놓은 것은 바로 Guido Westerwelle나 Jürgen Möllemann과 같은 애송이 코미디언 정치인들이었는데, 이들이 여태까지 하고 다닌 행동들을 보면 정말 입이 딱 벌어질만한 것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남의 사생활 엿보기를 쇼의 형식으로 만들어 독일 국내외에서 욕을 한 바가지나 얻어먹은 방송프로그램 'Big Brother'의 콘테이너를 방문하여 그 '스타병 환자'들과 히히덕거리고 농담따먹기를 하지 않나, 마치 TV탤런트나 영화배우처럼 찍은 자기 사진을 포스터로 만들어 독일전국의 길거리에 도배를 해놓지 않나, 평소 국민지지율이 5~6% 정도나 맴도는 정당인 FDP의 총선득표율을 18%로 올려놓겠다고 공언하고서, 구두밑창에다가 "18"자를 붙여놓고 팔방을 쏘다니질 않나, 그리고 이번 총선에는 마치 바캉스여행객처럼 Wohnwagen을 빌려다놓고 그 조그만 차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전국유세를 돌아다닐 거라고 하질 않나... 이건 진짜 국민의 시선을 끌어 표를 한 표라도 더 끌어오겠다는 것도 좋지만, 정치가 애들 장난도 아니고,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단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이젠 독일연방의 수상이 되겠다고까지 큰소리를 쳤으니, 그 촐싹대던 Guido Westerwelle도 언행에 무게를 잡지 않을 수 없어서 수상후보 수락연설에서는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도 존중을 하겠다고 하질 않나, 중동평화문제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발언하겠다고 하질 않나, 제법 수상후보다운 온건한 발언을 해대었는데, 이런 점잔빼기도 사민당의 Wolfgang Clement나 기사련의 Edmund Stoiber 같은 자가 해야 폼이 잡히는 것이지, Guido Westerwelle 같은 팔랑개비 나발통 같은 인간이 갑자기 이런 점잔을 빼면 이것도 무슨 코미디 같아서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요즘 FDP는 중동평화문제에 대해서 Jürgen Möllemann 같은 정치가들이 아주 화끈하게 팔래스티나 편을 들어서 독일인들 전체를 아주 경악시키기도 하였는데, 가만히 한번 생각을 해보자. 아무리 이스라엘 애들이 요즘 중동에서 깡패짓을 한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라 하더라도, 다른 나라 사람들도 아닌 독일인들이 그렇게 이스라엘을 맹비난하면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에서는 그걸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겠는가? 이건 마치 일본인들이 한국인들의 베트남양민학살을 맹비난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되는데, 아무리 옳은 말을 하더라도 다른 나라의 눈치를 봐가면서 해야지, 자기네들이 무슨 팔래스티나의 국토를 새삼스럽게 되찾아줄 것도 아니고, 팔래스티나 과격파들의 막가파적 자살폭탄테러를 지지할 것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화끈하게 이스라엘을 맹비난하느냐는 것이다. 지금 불난 데다 석유 갖다부을려고 작정을 했나?

하여튼 FDP의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면 독일의 골치아픈 정치무대에 한줄기 청량감을 던져주는 폭소탄을 쏘아대주고 있는 것 같아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독일에서도 가장 철저하게 자본가의 이익을 옹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소위 '자유주의'정당 FDP가 '자유주의'의 사명 그대로 '정치를 패션상품화, 코미디상품화'하고 있는 것 같아서 입맛이 되게 씁쓸하다는 얘기이다. 정치에 도무지 관심이 없는 독일의 젊은이들은 Guido Westerwelle같은 애들이 그렇게 기행을 저지르는 걸 보며 오히려 환호성을 지르고 재미삼아 FDP를 찍기도 한다는데, 그러다가 FDP가 정말로 이번 총선에서 녹색당보다 표를 더 얻게 될지도 모르니, 말 그대로 '하느님 맙소사'이다.

한가지 긍정적인 것은 FDP가 독자적인 수상후보를 낸 이상, CDU나 CSU 입장에서는 FDP를 연정에 꼬시기가 그만큼 더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SPD 입장에서는 그만큼 FDP와의 연정에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이쯤 되면 우리들에게도 뭔가 떠오르는 그림이 있지 않은가? ... 그렇다. 이번에 Guido Westerwelle가 수상후보니 뭐니 하면서 난리를 치는 것도 결국 FDP의 '몸값 올리기'를 위하여 쑈를 벌이는 것이라는 그림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다.

옛날 Dietrich Genscher같은 FDP의 지도자들은 그래도 최소한 연정을 누구와 할 것이라느니 하는 사전약속만큼은 정직하게 다 했지만, 이젠 그런 최소한의 염치마저도 거부하겠다고 하는 것인가? 정말 오늘날 FDP 정치가들로 인해 독일정치는 점점 더 가벼워지고 점점 더 사기꾼스러워지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2002.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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