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하의 글은 2001년 1월 6일 저의 개인게시판 "고담준론"에 올라온 질문에 대한 답변을 아무런 수정 없이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초보팬 wrote:
> 안녕하세요??
> 저는 비틀즈를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은 고1입니다.
> 제 친구에게 오래된 비틀즈 테이프를 빌려서 들으면서 관심이 많아졌어요
> 그래서 자료를 찾아봤지요
> 근데 글을 읽어보니 비틀즈의 음악이 당시엔 비트가 강했다고 했는데
> 저는 처음 들었을때 비틀즈의 음악이 편안하다고 생각했다니깐요???
고래 wrote:
음... Beatles가 막 데뷔했을 당시 평론가들은 그들의 노래가 거칠지만 곡조가 아름답다(rauh aber melodisch)고 했어요. 그들의 초기작에 속하는 "I Wanna Hold Your Hand", "Can't Buy Me Love", "A Hard Day's Night", "Help !", "We Can Work It Out" 같은 곡들을 들어보시면 이런 특징을 아마 쉽게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사실 Beatles가 데뷔하던 당시 록큰롤음악은 지금에 비해 훨씬 곱고 밋밋했어요. 리듬앤블루스와 컨츄리를 결합해, 스윙이 강조된 두박자 또는 네박자 리듬에다가 열두마디 구조 속에 단순한 멜로디를 진행시키는, 그저 쿵짝거리고 흥겨운 형식에 불과했지요. Beatles는 여기에 리버풀과 함부르크라는 항구도시 특유의 어두운 노동자 정서 속에서(im tristen Arbeitermilieu) 사회적 울분(soziale Frustration)을 터뜨리는 듯한 외침을 집어넣었죠. 그리고 이게 당시로서는 발랄한 듯하면서도 꽤나 거칠게 들렸어요.
뭐 지금 들어봐도 알 수 있지만 리드보컬이니 백보컬이니 이런 것도 분명치 않은 채 존 레논이건 폴 메카트니건 조지 해리스건 마구 번갈아가며 노래 불렀다가 화음 넣었다가 "예에 !"하고 코러스 넣었다가 지들 멋대로 부르죠. 노래 도입부도 처음부터 쿵쿵쿵쿵 반주 들어갔다가 갑자기 팍 밀고 나가는 식이고, 그것도 점점 커져서 나중에는 목소리가 갈라지도록 고함을 치고 끝내는 괴상한 비명까지 질러요. 그 당시 어른들이 들었을 때는 기겁을 할만한 일이었죠.
나중에 중기 이후로 넘어가면 처음의 단순했던 멜로디에서 많이 탈피해서 클래식과 인도음악적 요소도 가미하고, 스튜디오에서 세련된 가공도 하고... 그래서 많이 고급스러워지고 부드러워지지만 (그렇게 해서 사이키델릭과 프로그래시브에 영향을 주게 되죠), 역시 Beatles음악의 초기는 팝음악에 거칠고 속도감 있는 Beat의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데서 그 의의를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아이쿠, 오늘은 님 덕분에 모처럼 Beatles 노래나 들어봐야 겠네요. ^^
2001.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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