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골에서 여학생들 가르치는 어느 역도선생 이야기다.
최고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스포츠 엘리트주의 현실 속에서
개인적으로 좌절을 경험하고 모든 것에 회의를 느낀 그는
처음에 학생들에게 역도를 가르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자기가 가르치던 고아소녀 하나가
학교건물 뒤켠에서 우유를 주워먹다가 들키는 걸 본 그는
오로지 그 아이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학교의 지원을 요청하고
역도반 운영을 하기 시작한다.
(역도반 합숙소의 이름은 '수능당'이다. -_-;)
그러다가 그 아이가 할머니의 죽음 이후
세상의 냉대와 멸시 속에
아예 인간으로서의 대접조차 못 받으며 주저앉게 된 걸 보고
그는 드디어 결심을 한다.
이 아이를 최고로 만들어보겠다고.
이 아이의 진정한 가치를 자기가 발굴해내보겠다고.
물론 그는 역도란 스포츠가 얼마나 무섭고 위험한 것인지,
이 세상이 얼마나 비정하고 살벌한 곳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교육은 아무것도 약속하고 보장하지 않는다.
그저 승자와 패자를 가르기만 할 뿐이고
패자에게는 아픔만을 안겨줄 뿐이다.
하지만 그의 여제자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그저 순박하고 맑기만 한 이 어린 소녀들은
선생이 가르치는대로 신나게 따라하고,
동료들과의 우애를 다지고,
좌충우돌하며 열심히 성장해갈 뿐이다.
그러한 제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그는 온갖 편법과 무리를 동원하는데,
결국 그는 그로 인해 자기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자들로부터 모함을 받아
직업적 파멸을 경험하고 급기야 지병이 도져서
죽음에까지 이르고 만다.
하지만 그렇게 죽은 선생을 위해 어린 소녀들은
다른 선생들의 주먹질과 발길질을 견뎌가며
학교의 이름 대신에
세상으로부터 버림 받은 선생의 이름을 가슴에 달고
역기를 들어올린다.
사실 여기서 그 소녀들이 죽은 선생의
못 다 이룬 꿈을 이뤘는가 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소녀들이 그 선생을 통해
세상에 대해서 신뢰를 얻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영화는 무척이나 따뜻하고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영화다.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그늘진 곳,
역사 속에서 잊혀져가고 지워져가는
패배자들과 무명씨들의 세계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조명해준다.
비디오보다는 극장에서 볼 것을 권하고 싶다.
극장 안이 이토록 흐느낌으로 가득함을 본 것도
참으로 오래간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킹콩을 들다 (2009)
감독 : 박건용
배우 :
이범수 (이지봉 역)
조안 (박영자 역)
이윤회 (송민희 역)
최문경 (서여순 역)
전보미 (이현정 역)
김민영 (이보영 역)
이슬비 (이수옥 역)
이미지 출처: http://image.cine21.com/resize/cine21/still/2009/0415/M0020021__2[S614,410-].JPG
제자들은 필시 이범수 죽은 그 당시에만 이범수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겠지요. 그리고 이범수 죽은지 2주도 안 지나서 그 슬픔을 완전히 털어버렸을 것이며,
어쨌거나 그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범수를 모함한 다른 나쁜 선생에게 착 달라붙어서,
그 자에게 알랑거리고 이범수를 욕하며 현실에 적응했을 것입니다. 제가 이미 말했지요. 살아남은 사람은 어차피 살아남은 사람들 위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특히 조안의 경우,
그렇게 타협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어차피 고아신분에 땡전 한 푼도 없는 여자애입니다. 그렇게 권력 있는 코치에게 반항하고서 학교에서 안 짤리고 살아남았겠어요?
조안이 코치한테 가서 무릎 꿇고 빌고, 거기에다 그 코치에게 뭔가 특별한 것을 주지 않았다면, 그 학교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나중에 역도 국가대표가 되는 것은 정말 가당치도 않지요. 영화는 그 모든 중간과정을 다 생략해버리는데,
조안이 그 학교에서 어떤 식으로 살아남았을지는 굳이 눈으로 확인해보지 않아도 대충 다 알만한 것이지요. 물론 조안도 속마음으로는 이범수를 계속 그리워 했을지 모르나,
올림픽에 나가 허리부상에도 불구하고 이범수의 꿈을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역기를 들어올리는 그 순간, 조안도 깨달았을 것입니다. 자기는 이범수에게 그저 낚인 것에 불과했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걸 그냥 내버려뒀다가 토토가 실연한 것을 보고 기다렸다는 듯이 토토를 로마의 영화학교로 보내서,
토토가 자기처럼 평생 독신의 영화광으로 살게 만들어버리지요.
나중에 토토는 알프레도 영감의 장례식 후에야 (자기가 옛날 편집해서 엮은 키쓰 장면 동영상을 보고서야) 비로소 자기가 알프레도 영감에게 낚였다는 것을 알고 눈물을 흘립니다. 조안도 마찬가지지요.
조안은 올림픽 역도 결승 마지막 순간에 이범수를 따라 무리를 했다가 허리가 부러지고 나서야 (조안이 금메달 딴 것까지 보여주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조안의 허리는 100% 부러졌다고 봐야 함)
자기가 이범수에게 낚여서 인생 조졌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입니다. 교육이 다 그런 것이지요. 세상에서 밀려난 패배자들이 순진한 애들 낚아서 자기처럼 패배자의 운명을 걷도록 쇄뇌시키는 것이 교육이고,
그래서 제자라는 것들은 아무리 자기를 사랑한 것처럼 보이는 스승이라 할지라도,
그 자가 패배자였다면 무시하고서 혼자 자기 갈 길을 가는 것입니다. 반대로 자기를 사랑하긴커녕 이용한 인간이었다 할지라도,
그 자가 승리자였고 권력자였다면 그 자를 자기 스승으로 섬기고 계속해서 모시지요. 세상이 원래 다 그런 것입니다.
영화는 그런 사실을 교묘히 숨기되, 절대로 부정하지는 않았는데,
KNura는 그걸 캣취하지 못하고 여기서 횡설이나 지껄여댔으니, 제가 KNura의 영화감상문을 읽고서 \'말도 안 된다\'고 말한 것입니다.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하하하하.
어지간해서는 네 글에 답글조차 안 하려 했는데, 순간적으로 울화통이 치밀어서 몇 자 적는다. 너는 진정으로 스승을 존경해본 적이 있느냐? 네 스스로 좀 더, 많이 고민해보기 바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