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시장경제 논쟁 (9)


- 이하의 글은 2004년 2월 13일부터 2004년 2월 23일까지 저의 "개인낙서장"에 게재했던 저의 잡글 "사회적 시장경제"로 인해 여러 손님들과 벌인 논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썼던 글입니다. -


고래 wrote:

1. 요 며칠전에는 Hamburg를 비롯한 독일 여러 지역에 눈이 많이 내렸다.
그 비슷한 기간동안 한국의 중부지방에서도 폭설이 내러서 그 피해가 막심했다고 하니 어떻게 보면 독일의 날씨와 한국의 날씨는 비슷하게 가는 듯도 싶고...
하여튼 눈이 온 Hamburg거리를 혼자 거닐면서
그 조용히 움직이지 않는 찬 공기와 철늦은 겨울에 온몸을 떨었다가,
다시 며칠전에는 눈이 모두 녹아 사라지고
겨울의 마지막 습격이 끝내 격퇴당한 것을 보고 있자니,
이젠 나도 우묵한 밤나무숲 속에
새둥지처럼 웅크리고 있는 듯한 생활을 조금씩 청산하고
점차 기지개를 켜면서
새로운 활동을 준비할 때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내 오랜 괴로움은
어느덧 죽어버린 것.
내 불필요한 사고와 더불어
그 괴로움은 거의 다 죽어버리고 말았으니,
이젠 나도 평화를 구할 것이 아니라
다시금 생명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독일어로 말하자면,

"So zerbrich mich doch! Warum zerbrichst du mich nicht?
Ich suche nicht den Frieden,
ich suche das Leben!"


2. 요즘에는 내 가슴이 온통 벌렁벌렁해지는 일이 워낙 많이 발생해서 그런지,
이런 인터넷공간에 한가한 개인낙서나 한다는 게
꼭 시간낭비처럼 느껴지고,
여러모로 내게는 참
쉽고 즐거운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게 된다.

다시 말해 나는 이곳 인터넷공간을
그냥 단순하게 내 상념을 적어두는 개인적 낙서의 공간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만
보시다시피 너무나 많은 손님들께서 내 하찮은 낙서글을 읽고 계시고,
국가로부터 월급 한푼 안 받은 채
그저 부모님의 돈으로 공부하고 있는 나를
그 분들께서 '공인'이라느니 '외교관'이라느니 부르시며
지나친 책임감을 내게 요구하시고 (물론 대부분은 무료, 공짜로 일방적인 요구만 하심),
또한 질책하시고,
심지어는 내 개인정보까지 낱낱이 들추어가며 감정적으로 비난을 퍼붓는 데에는
나로서도 더 이상 당해낼 재간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사실 그 분들을 설득하는 데에는
이런 낙서장의 글나부랑이 같은 것들보다
그냥 행동으로 밀어붙여
그 분들께 충격을 심어드리는 것이
더 실효성이 있을 것도 같은데,
어떤 때는
내 입장에서 전혀 정체조차 알 수 없는 여러 손님들께서
일방적으로 퍼붓는 비난 같은 것은
무시해버릴까도 생각해보지만,
단순히 무시해버리기에는 내가 입는 객관적 피해의 정도가 너무 크고,
내 주위 사람들 역시 그런 분들의 공격으로 인해
감정적으로 큰 상처를 입게 되는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짜증나는 홈페이지를 억지로 유지하는 것보다
그냥 빨리 닫아버리는 것이 필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춥고 어두운 기나긴 겨울 동안
컴퓨터 앞에 웅크리고 앉았던 많은 문약(文弱)한 시간들을 뒤로 하고,
이제는 보다 넓은 공간을 뛰놀면서
자연과 벗하고,
글자들의 공해로부터 멀리 떨어진
건강하고 생동감 넘치는 시간들을
가질 필요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낙서장에 글쓰기를 전면중단하고,
홈페이지 역시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폐쇄해버린 다음에,
이제는 바깥에서의 사교활동과
정식의 학문활동에만 전념할 생각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사귀었던 몇몇 좋은 분들과는
나중에 한국에 들어가서 실제 모습으로 만나서 교유하기로 하고,
가급적 개인홈페이지보다는 그 분들과 학술문화웹진을 같이 해보든지,
뭐 그런 쪽으로 내 활동방식을 변화시켜볼 생각이다.

그동안 이곳 홈페이지와 낙서장을 방문해주신 여러분들께는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자 하며,
마지막으로 내 지금의 복잡한 심사를 정리하는 데는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서 제24곡의 구절을
읊어보는 것이 매우 적합할 것으로 여겨져서,
여기에 잠깐 그 구절을 인용해보고자 한다.

그동안 내 낙서장을 자주 방문해주셨던 모든 분들께는,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자 하는 바이다.

"E pero leva su,
vinci l'ambascia Con l'animo che vince ogni battaglia,
se col suo grave corpo non s'accascia [...]
(그대여, 일어서라.
혼의 힘으로써 숨가쁜 것들을 이겨내라.
혼이야말로 살의 무게에 굽히지 않는다면
항상 싸움의 승리자인 것을...)

Leva'mi allor, mostrandomi fornito Meglio di lenach'io non senita;
E dissi: va ch'io son forte ed ardito
(여기 나는 몸 속에 느끼는 것 이상의 힘으로써
우뚝 일어나 서서 말한다:
스승이여, 이제 가오리다.
나는 몸도 마음도 이젠 강하나니."



2004. 3. 12.

산호 wrote:
섭섭하네요. 그간 좋은글 읽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jake wrote:
저로서는 아쉽지만, 이성적인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불필요한 싸움에 말려드시는 것을 보면서 저도 답답했으니까요. 나중에 책을 통해서든 웹진을 통해서든 다시 뵐 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jake wrote:
한동안 사이버 세계를 떠나 계시면서 공부도 많이 하시고, 마음의 상처도 치유하시기를 바랍니다. 고래님을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고래 wrote:
격려말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당분간 인터넷은 끊고 여러분들의 격려대로 보다 알찬 시간 가진 다음에 여러분들과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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