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高延戰 뒷풀이에 다녀왔다.
모교라고는 해도 이젠 나와 별 상관도 없는 학교의
캠퍼스를 거닐었고,
그 짧은 시간동안 그 캠퍼스의 길과 돌과 나무,
그리고 하늘과 대화하였다.
그곳에서 내가 보낸, 약 8년 가까운 시간들,
그곳에서 읽었던 수많은 책들,
그곳에서 내가 불렀던 수많은 노래들,
수많은 친구들,
나를 들뜨게 했던 여자들,
그밖의 여러 유치한 기억들이 뇌리에 떠올랐다.
하지만 예전에는 그토록 초라하고
지저분하고 촌스럽던 학교가
이제는 너무나도 깔끔하고 위엄 있고 단정하고,
세련되고 명문교다운 모습으로
바뀌어 있어서,
약간의 이질감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남자들만 우글거리던 옛날의 칙칙하고 우중충한 모습과는 다른,
예쁘고 귀여운 여학생들이 다수 섞인,
옛날에 비해 훨씬 귀티가 나고 부티가 나는,
20년 후배들의 앳된 얼굴들을 바라보았다.
참살이길에서 후배들의 기차놀이를 구경하고,
뱃노래를 비롯한 여러 곡의 응원가 합창을 들었다.
"Elise를 위하여"라는 노래가 울려퍼질 때에는
나도 같이 따라부르고 싶어졌다.
철없던 1학년 시절,
그 노래를 부르며 팔을 벌리고 가슴을 활짝 펼칠 때에
가슴 속에 터지던 벅찬 희망과 행복들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졌다.
학교를 나서면서 문득
캠퍼스 속 어딘가에 숨어있을
내 젊은 날을 뒤돌아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그곳을 빠져나올 때엔
과거의 어떤 혼이
내 마음 속으로 다시 들어온 듯한
뿌듯한 기분에 잠시 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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