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학기 수업평가



직업윤리상 해도 되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으나,
남을 가르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정말
구역질이 나도록 역겨운 행위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가르친다는 것은 어쨌거나 배우는 사람보다
우위에 서서 그들에게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서 해석되기가 쉬운 일인데,

교육을 빙자해서 학생들에게
나 자신이 얼마나 바람직한 인간인가를
또는 잘난 인간인가를
보여주기 위해서 애쓴다는 것처럼
가관(可觀)인 일도 없는 것이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핑계 하나로
그들에게 현실과는 거리가 먼
거짓 환상만을 심어주면서
그들을 선한 길로 사려 깊게 인도했다는
오만한 착각에 빠지는 것도 사실은
죄악에 다름 아닌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주와 자연, 그리고 사회 전체를 포괄하는,
어떤 총체적 진리라는 것을 가르쳐야 할 대학(university)이라는 곳에서
단순히 기술적인 것만 전수하고
나 몰라라, 손을 털어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해서 나 자신이 이 세상에 대해서
또는 학문에 대해서
실제로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그리고 학생들보다 더 나은 것이 하나도 없는,
형편 없는 인간이라고 그냥
솔직하게 밝힐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에는 교단에 설 때마다 한 순간, 한 순간이
매우 불편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데,
어떤 이는 이렇게 가르치는 직업에 종사하는 것을
진심으로 부러워하면서 시샘을 하기도 하니,
이모저모로 고역(苦役)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가르친다'고 하는 것은 실상
전혀 즐거운 일이 아니며
마치 내 살과 내 뼈를 깎는 것처럼
아프고도 괴로운 일에
다름 아닌 것인데 말이다.


물론 가르침 자체에서 얻는
즐거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치 운전학원 강사들이 고객들의
운전실력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기쁨을 느끼듯
학생들이 복잡한 법개념과 법논리를 깨치면서
하나하나 실력을 쌓아가는 걸 볼 때마다
일종의 보람 같은 것을 느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내 강의를 따라오지 못한다고 해서
그들에게 도덕적 비난을 할만한 자격이
과연 내게 있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확신을 갖고 있지 않다.

학생들의 인생에 있어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학생들 자신이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것이고,
나는 거기에 대해 뭐라고
참견할 수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비판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들이 학업에 일정기간 성실하지 않았다는 것과,
그것이 대체적으로 초래할 결과 등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것,
그런 것 정도에 한정된다.
그 이상은 내가 학생들 일에 절대로 개입할 수가 없다.
나에겐 그런 권리가 없다.

하지만 학생들은 내 강의에 대해
비난을 할만한 자격이 분명히 있고,
그들에겐 그런 권리가 있다.

왜냐하면 나에겐 가르친다는 것이 직업적인 의무이고,
그 의무에 충실한가 여부를 학생들이 판단하여
적절히 비난한다는 것은
나의 의무수행에 도움이 되며,
어떤 사람에게 있어서건 직업적인 의무라고 하는 것은
정말로 신성한 일에 해당하는 것이고,
그리고 이것은 내가 학생들에게 내 인생을 걸고서
약속한 일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매학기마다 학생들이 내 수업을 평가하는
평가자료를 손에 쥐게 되는데,
그때마다 많은 반성을 하게 되는 것은
바로 위와 같은 이유들때문일 것이다.

지난 학기의 수업평가는
대략 아래와 같이 나왔다.


http://roset.sookmyung.ac.kr:5007/web02/plsql/w_sug600pq_11?hi_YEAR=2008&hi_SMT=20&hi_SMT_NM=2학기&hi_EMP_ID=11098&hi_CURI_NM=물권법&hi_CURI_NUM=01401&hi_CURI_CLS=04&hi_LOGIN_DT=20090131234910&hi_GRAD_DIV=00004

http://roset.sookmyung.ac.kr:5007/web02/plsql/w_sug600pq_11?hi_YEAR=2008&hi_SMT=20&hi_SMT_NM=2학기&hi_EMP_ID=11098&hi_CURI_NM=채권각론&hi_CURI_NUM=01416&hi_CURI_CLS=03&hi_LOGIN_DT=20090131234910&hi_GRAD_DIV=00004


위의 수업평가내용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개선할 것은 개선하고,
앞으로는 더 나은 강의를 하기 위해
노력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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