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저께에는 전기학위수여식(졸업식)이 있었다.
모처럼 박사학위복(숙명여대에서 구입한 것)을 입고
식장에 앉아서 학생들 졸업장 받는 것을 보고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
사회로 나가는 마지막 광경을 지켜보게 되었는데,
녹화필름으로 방송된
우리 학교 한영실 총장님의 졸업식사 중에
Mark Twain이 한 말이 참 인상 깊게 인용되어
머리 속에 담아두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뒤면
그렇게 한 것보다
그렇게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더 많이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밧줄을 풀어라.
안전한 항구를 떠나 바다로 나가라.
무역풍을 타고 바다를 항해하라.
탐험하라. 꿈꾸라. 발견하라."
언젠가 써먹을 수 있을 말인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좋은 말인 것 같아서
재빨리 메모해두었다.
그러고보니 나도
대학을 졸업한지 16년째가 되는데,
나는 Mark Twain의 말과는 반대로
그렇게 하지 않은 것보다
그렇게 한 것에 대해
더 많이 후회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해외에서 유학하며 빈궁하고 외로운 7년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20년을 채우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년 뒤, 이번에 입학한 '09학번 학생들이
졸업을 하게 될 즈음에는
나의 생각도 바뀌어 있을지 모르겠다.
그때쯤이면 학생들에게 밧줄을 풀어라,
바다를 항해하라,
고 말할 수 있게 될런지도 모르겠다.
하나같이 한심한 소리들뿐입니다. 아마도 외국으로 유학을 나가라, 보수적인 인사이더가 되지 말고 진보적인 아웃사이더가 돼라, 이 이야기인 것 같은데, 요즘같이 환율 비싼 시기에 외국유학은 아무나 간답니까? 그리고 아웃사이더 노릇하는 것도,
객기 부리고 장난칠 자유가 허용되는, 있는 집 자식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일 뿐이지요. 없는 집 자식들이 그런 거 따라 하려다가는, 인생 망치기 딱 알맞은 것입니다.
어느 시점부터는 기성체제에 적응하여, \'미국적 가치\' 같이, 윗분들 좋아할만한 가치나 주장하는, 허접대기 소설이나 써가지고, 돈을 벌고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도 처음 부분은 그렇게 나가는데, 나중에 톰소여가 나오는 부분부터는 뭔가 처음과는 맞지 않게 돌아갑니다. 처음에 부랑배 허클베리 핀과 도망노예 짐이 모험하고 다니는 이야기는 정말로 진보적이고 아웃사이더적인 느낌이 들지만,
부유한 집안의 아들 톰소여가 나타나서 허크의 주인 행세하는 뒷부분부터는 앞과 뭔가 아귀가 잘 맞지 않지요. 그런데 세상이란 게 원래 그런 것입니다.
허클베리 핀 같이 철저한 아웃사이더는, 이 사회에서 절대로 용납되지 않지요. 그 대신, 약간의 장난은 치지만 결국은 체제에 복종하는 톰소여 같은 인간이 세상의 사랑을 받게 돼있는 것입니다.
마크 트웨인도 이러한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이런 소설을 썼으리라 생각이 되지요.
다들 해외유학을 갔다 왔는지, 한때 운동권 생활을 했는지, 빨갱이 행세를 했는지, 가출을 해서 부랑자 생활을 했는지, 뭘 어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그런 생활을 했으면 끝까지 그런 걸로 밀어붙였어야 했을텐데, 다들 중간에 그만 두고서 현실과 타협하고, 그 대가를 쉽게 따먹어버리지요.
그리고서는 자기가 한때 아웃사이더였다는 사실을 두고두고 과시합니다. 무슨 대단한 모험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지요. 하하하하.
안전한 가정과 현모양처의 미래를 버리고 화류의 세계로 나가라, 허파에 바람을 집어넣고 수많은 남성들의 품을 전전하라, 수많은 남성들에게 ? 《岵見?벌려라, 벗어라, 대줘라, 마구마구 따먹혀라.
여대 총장으로서 참으로 좋은 것 가르쳐주는 졸업식사라 하겠습니다.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