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를 갈망한다.
그 관계의 끈을 처음에 맺기 위해서는
자기를 타인에게 알려야 하는 것이고,
그렇게 누군가에게
자기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
인간은 언제나
일정한 매개물을 필요로 하게 돼있다.
그것이 돈이든,
그것이 물건이든,
그것이 성(性)이든,
아니면 그것이 사랑의 편지이든,
어쨌든 인간은 타인과 일정한 관계를 맺기 위해
반드시 어떤 매개물을
필요로 하게 돼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매개물이
대개는 너무 간단하거나
아니면 너무 복잡하거나
아니면 너무 들떠 있거나
아니면 너무 슬프거나 하기 때문에
그 매개물은 반드시 본래의 내용,
즉 실체를 왜곡하게 돼있다.
자아와 매개물 사이에
반드시 괴리가 존재하게 돼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간극을 매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로지 믿음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 믿음이란 대개의 경우
미숙한 환상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생래적인 불안을
근원적으로 잠재우지는 못한다.
지금 이 순간만은 그 무엇 하나를
분명히 믿고 있다 하더라도
결국 그 믿음이 비극적으로 끝날 것임을
다들 어느 정도는 어렴풋이
예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확실한 것은
믿음이 아니라,
나의 자아와
상대방의 자아,
그리고 둘 사이에 주고 받는 매개물이
서로 무관하다는 사실뿐이며,
그리고 거기에 더해,
우리 모두는 언젠가
이별하거나 죽게 돼있다는 사실뿐.
그러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그런지
유재하의 노래
'우울한 편지'를 들을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기분이 정말로 '우울'해지고,
노래방에서도 이 노래를 부를 때면
분위기가 정말로
썰렁해짐을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화창한 봄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노래 한번 들어본다. -_-;
우울한 편지 - 유재하
일부러 그랬는지 잊어버렸는지
가방 안 깊숙히 넣어 두었다가
헤어지려고 할 때 그제서야
내게 주려고 쓴 편지를 꺼냈네
집으로 돌아와서 천천히 펴보니
예쁜 종이 위에 써내려간 글씨
한 줄 한 줄 또 한 줄 새기면서
나의 거짓 없는 마음을 띄웠네
나를 바라볼 때 눈물 짓나요
마주친 두 눈이 눈물 겹나요
그럼 아무 말도 필요없이
서로를 믿어요
어리숙하다 해도 나약하다 해도
강인하다 해도 지혜롭다 해도
그대는 아는가요 아는가요
내겐 아무 관계 없다는 것을
우울한 편지는 이젠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