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Slumdog Millionaire"의 물질적 해피엔딩과
탈색된 계급의식에 대해 이곳저곳에서 말들이 많은 것 같다.
인도 하층계급의 비참한 현실이 사실적으로 형상화된 것과는 별도로
그 사회적 모순이 Quiz Show라고 하는
미디어자본의 환상 속에서 무비판적으로 봉합되었다고 하는 점,
인민대중들에게 계급적 투쟁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이 아니라
결국 개인의 도덕적 인성과 인과응보의 윤리, 종교문제로 환원시켰다는 점 등에 대해서
다들 불만들이 많으신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이 영화를 직접 보고 난 뒤의 소감에 따르면,
그런 식의 '사회주의적 Realism'의 관점으로는
이 영화를 소화하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이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이런 세계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을 데까지 한번 내려가본 뒤라야
비로소 인간은 이 세상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다는 진리.
더러운 똥덩어리 속에 한번 푹 빠지고 난 뒤라야
인간은 남들이 얻지 못하는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진리.
그러한 최악의 경지, 극한의 경지에까지 이르고 난 뒤에는,
중간에서 포기한다거나 차선으로 만족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우습게 보일 수 있다는 진리.
생의 끝자락에 한번 서본 사람들은
자기 길을 결코 단념하거나
중간에 멈춰 서지를 않는다는 진리.
진실로 깨달음을 얻기를 원한다면
실로 두려움 없이 끝까지 가야 하며,
그래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진리.
사실 이 영화는 이른바 숙명(destiny)이라고 하는 것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믿음 위에 서있는 영화이다.
모든 것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두려워할 것도 없고,
고통스러워할 것도 없고,
주저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Jamal은 모든 것을 건다.
항상 두려움 없이
앞을 향해 나아가며,
그렇게 Jamal과 같은 자들이 보여주는 무모함과
그 모험의 결과로 인해 얻는
인간승리의 드라마야말로
숙명을 믿는 자들의 힘이라는 것이
이 영화가 진정으로
전하고자 했던 바였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사회주의적 Realism의 편협한 투쟁관,
유물론자들의 현세중심적 세계관을 뛰어넘는
인도(Hindu)적 진리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했던
인도(India)의 참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Slumdog Millionaire (2008)
감독 : Danny Boyle
배우 :
Dev Patel (Jamal Malik),
Madhur Mittal (Salim),
Freida Pinto (Latika),
Anil Kapoor (Prem Kumar),
Irrfan Khan (Police Inspector)
그 잘난 철학도 주먹과 대포 앞에선 뭣도 아닙니다. 입만 놀리는 것들에게는 실체적인 힘을 보여주면 알아서 깨갱하며 그 잘난 학문과 지식들을 힘있는 자들을 위해 쓰게 되는 겁니다.
Jamal이 Latika랑 다시 만나게 된 것도 형 Salim이 그 둘을 위해 목숨을 던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지요. 가난하고 마음씨가 착하고 양심이 바른 Jamal이 혼자 힘으로 사랑하는 Latika와 맺어진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하긴 그 사랑하는 Latika라는 여자도 형 Salim이랑 조폭두목이 쪽쪽 다 빨아먹고 난 뒤에야 Jamal 몫으로 떨어진, \'떨이\' \'이삭\'에 불과한 여자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흔히 \'행운아\'라고 불리는 것들, \'신데렐라맨\'이라 불리는 것들은 후로꾸로 정상에 올라간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윗 동네에서도 아무도 상대를 해주지 않게 돼있습니다. 그래서 절대로 자기 위치를 오래 지키지 못하고, 해가 떠오르면 눈사람같이 녹아서 없어지게 돼있는 겁니다. 결국엔 망해서, 말년에는 여자도 떠나고, 혼자 개굴창에서 술과 마약으로 망가지다가 죽는다는 것이지요.
정리하자면, 인생에는 후로꾸가 있어서 때로는 격에 맞지 않는 자가 높은 자리에 올라가기도 하고, 분수에 맞지 않는 것들이 잘 살기도 하며, 전혀 꼴같지도 않은 것들이 유명해지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조건과 수준을 갖추지 못한 것들이 분수에 맞지 않는 자리에 올라가면, 오래 가지 못해서 그 자리에서 버텨나지 못하고 다 탈락되며, 전보다 더 비참한 수준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인생의 진리입니다. 이 영화는 그러한 진리를 은폐했기 때문에, 좋은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며, 이따위 영화에 감동을 먹었다는 자들은 뇌청소를 좀 해봐야 한다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