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학년도 제1학기 개강이 엊그제 같은데,
이번 주에는 종강을 하게 되었다. 매번 종강을 할 때마다 그렇지만,
2009-1학기에도 과연 한 학기 동안
최선을 다해 강의를 했는지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독일에서는 한 학기가 끝날 때마다
친구들과 회식을 하고 맥주를 마시곤 했는데,
한국에 온 뒤에는 워낙 바빠서
그런 것도 없다. 어쨌든
숙대에 임용된 후 여섯번째 학기를 마치게 되었으니
시간은 참 잘 가는 것 같다.
요즘 들어서는 학생들로부터나 네티즌들로부터
내가 욕을 참 많이 먹는다. 그런데,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나도 이젠 어느덧
기성세대가 되었고, 젊은이들은 어느 시대건
그 시대의 병폐에 민감했으며,
기성세대에 대해서는 그 나름의 형식으로 어떻게든
저항을 해왔으니, 나도 이젠 그 저항을
감내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할 뿐이다.
옛날 조선 중기의 일이다.
이항복(李恒福)이 벼슬을 할 적에
배를 타고 소양강을 건너는데,
같이 탄 젊은이들이 귀엣말로 수군거렸다고 한다.
"이 사람의 관자놀이에 옥관자(玉貫子)가 있으니
필시 납속당상(納粟堂上)인가 보다."
청렴한 이항복이 허술한 행색으로 돌아다니는데,
그러면서도 벼슬아치의 표지를 달고 다니니 젊은이들이 우습게 보고
당시 곡식을 바쳐 실직(實職)도 없는
당상관(堂上官) 행세를 하는 선비가 숱하게 많았기에
필시 그런 인간인가보다 하고 이항복을 비웃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항복은 거기에 대해 결코 분노하지 않았으며,
젊은이들의 그러한 저항적 기질이 나라가 바로 되는 원동력임을 알고
그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시(詩)를 남겼다고 한다:
만년에 소양강 아래서
그대들과 함께, 한 낚싯대로 늙으리
생계가 각박할까 근심하지 말게나
부래산(浮來山)이 저기 저렇게 있는데.
부래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언제 한번 소양강에 가서
배나 타고 놀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강바람을 맞으며
술도 한 잔 마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리고 저더러 \'젊은이\'라고 하셨는데, 저 주인장님보다 나이 그렇게 많이 안 어립니다. 벌써부터 자신을 \'기성세대\'라고 부르며 늙은티를 내시는 것 같은데, 이런 걸 보고 \'조로(早老)\'라고 그러죠. 용기도 패기도 없이 벌써부터 현실에 안주나 하려고 하는 주인장님 같은 애늙은이들을 가리켜서 하는 말이죠.
그리고 본인을 \'기성세대\'라고 하셨는데, 제가 보기에 주인장님은 \'기성세대\'가 아니라 \'기득권층\'의 \'충견(忠犬)\'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