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대적 환대'는 Jacque Derrida가 그의 저서 "De l'hospitalité"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나의 집을 개방하라고, 나와 친한 자, 나와 피가 섞인 자만이 아니라, 나에게 이익을 주는 자만이 아니라, 이방인에게만이 아니라, 이름 없는 미지의 절대적 타자에게도 아낌 없이 나의 집을 개방하라고,
나의 집을 배타적 독점의 공간이 아니라, 개방적 공유의 공간으로 만들라고, 타인을 초대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의 방문을 받는 것이라 생각하라고,
아무런 조건도 물음도 한계도 없이 타인을 환대하라고, 그로써 근대적 개인의 개념과 주체성의 개념과 자본주의와 주권국가의 개념을 해체하라고 Derrida가 제시한 강령이 바로 '절대적 환대'인 것이다.
반면에 미국에는 'Castle Law'라고 하는 법률이 있다.
개인의 주거를 하나의 성(castle)으로 보아, 그의 주거에 무단침입하는 모든 자에 대해서는 발포할 수 있고 심지어는 사살까지도 정당방위로서 가능하도록 한 법인데,
현재 미국의 33개 주가 이 법을 채택하고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법을 시행하고 난 후에 범죄율이 뚝 떨어졌다고 한다. 도둑들이 총에 맞을까봐 집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범죄율이야 떨어지겠지만 그 과정에서 집주인의 마음이 비정해지고 황량해지는 것은 무슨 수로 보상할까?)
이러한 법이 기본적으로 전제하는 바에 따르면, 이방인은 기본적으로 불온한 존재이다. 위험한 존재이며, 나의 정체성과 안전성을 뒤흔들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이들에 대해 최대한 배타적이고 적대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개방과 환대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는 그로 인한 불이익, 예를 들면 사생활침해, 모욕, 약탈, 죽음 등의 사고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총기소지 자유화 운동과도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는데, 그에 따르면 범죄를 막는 수단 중 가장 좋은 것은 국가가 개인에게 정당방위를 최대한 너그럽게 허용하는 것이다.
정당방위 중에서도 가장 확실한 것은 총기를 통한 정당방위이기 때문에 각 개인에게 총기를 보유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너그럽게 허락하라는 것이며, 그러한 발상에 의해서 만들어진 법이 이 바로 이 'Castle Law'인 것이다.
홈페이지를 만들고 나서 어느 때부터인가 손님들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어느 시점부터는 그렇게 쏟아져들어온 익명의 방문객들이 - 관점에 따라서는 옳은 말만 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 불미스러운 행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도 Derrida가 충고했던 바를 따르려 했으나, 얼마 전부터는 어쩔 수 없이 손님들을 차단하는 형태로 운영방식을 바꾸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하고 보니 나도 꼭 미국인들의 태도를 따라간 격이 돼버리고 말았다.
'다른 데도 아니고 내 집에서는 모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방문객들 중에서도 환대받을 자격 있는 사람들만 환대받을 수 있다' 이런 입장을 취한 셈이 된 것이다. 물론 그들에게 발포까지 한 것은 아니긴 하지만.
어쨌든 홈페이지가 조용해지긴 하였는데, 어딘지 모르게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만 조용하게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은 사실 도덕적으로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온라인 공간에서 만들었다는 나의 Castle은 외부에 닫혀 있는 의미에서의 Castle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운영할 생각은 없다. 나는 이 공간이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으며, 손님들을 차별하려는 생각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Derrida의 '절대적 환대' 개념을 받아들이는 것 역시도 아직은 비현실적이다. '절대적 환대'란 곧 '절대적 방치'에 다름 아닌 것일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불량 네티즌의 진입차단 및 관리규정의 엄격한 적용은 내 나름대로 대화의 한 수단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러한 수단의 극단성에 대해서는 나 역시도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중이니, 옛날의 방문객들께서는 부디 나의 이러한 진의에 오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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