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새해가 밝았다. 역학적으로 볼 때 경인년(庚寅年) 새해의 시작은 1월 1일이 아니라 2월 4일부터이긴 하지만, 모두들 백호랑이의 해가 밝았다고 하면서 덕담을 주고 받고 있다. 물론 한 달 일찍 덕담을 주고 받는 게 그리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일찍 대비하는 것이 좋긴 좋은 것이니까.
백호(白虎)는 '좌청룡 우백호'라는 말도 있듯이, 호랑이 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의미가 강한 호랑이이다. 다른 호랑이와 달리 서방(西方), 저녁, 가을, 슬픔 등의 기운을 갖고 있으며, 재물을 상징하기도 한다.
경인년(庚寅年)에서 경(庚)은 제련되지 않은 무쇠덩어리 같은 쇠이며, 숙살지기(肅殺之氣)가 매우 강해 살벌한 기운이 있다. 국가적으로 보면 독일이란 나라가 경(庚)의 기운을 받았으며, 그래서 그런지 독일인들은 우울하면서도 투박한 성격이 있고, 자기 자신을 강제적으로 억압하고 정비하려는 경향이 무척 강하다.
그리고 경(庚)은 큰 칼이나 큰 도끼와 같아 갑목(甲木)을 절벌(折伐)하기 때문에, 대체로 보면 갑목(甲木)을 상징하는 우리나라에 충격파가 크다. 좋은 것은 좋은 것대로, 나쁜 것은 나쁜 것대로 쳐서 없앤다는 의미가 있다. 1910년(庚戌年)의 한일합방, 1920년(庚申年)의 훈춘사건(만주에 사는 조선인 3만명이 일제에 의해 학살당한 사건), 1950년(庚寅年)의 한국전쟁, 1960년(庚子年)의 4.19.의거, 1980년(庚申年)의 광주항쟁 등이 그 예이다.
그리고 경인년(庚寅年)에서 인(寅)은 물론 호랑이를 상징하지만, 그와 동시에 뿌리가 단단한 큰 나무를 상징하기도 한다. 봄기운이 피어날 때의 큰 나무뿌리, 또는 어떠한 의미에서든 시작을 암시하는 면도 있다.
그래서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큰 계획이 있을 경우, 바로 인년(寅年)에 씨앗을 뿌리면 좋다고도 얘기한다. 역학상으로 인월(寅月), 즉 2월 4일 이후부터가 정월(正月)이 되는 것도 바로 그때문이다. 12간지 중에 쥐, 소가 으뜸인 듯하지만, 실제로는 호랑이가 으뜸이고 쥐, 소가 제일 마지막이 된다.
2010년, 경인년(庚寅年)의 내 운세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원래 내 사주는 인성(印星)이 결여돼있어 목운(木運), 특히 인묘운(寅卯運)을 반기는데, 1986년(丙寅年)~1987년(丁卯年)과 1998년(戊寅年)~1999년(己卯年)에 그랬던 것처럼, 2010년(庚寅年)~2011년(辛卯年)에도 나는 학업에 있어서 나름 큰 발전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내 사주는 화토(火土)가 태성(太盛)한 사주인데, 경인운(庚寅運)에 이르면 인목(寅木)으로 소토(疎土)하면서 대기(大器)를 주성(籌成)하게 된다. 퍽이나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이런 모든 것이 다 미신적인 것이니 그리 크게 믿을 것은 못 된다.
경인년(庚寅年)이 오기 전에 백호랑이가 활개칠 마당을 깔아주려고 그러는지, 요 근래에는 서울에 눈이 많이 내렸다. 눈이 오면 항상 그렇듯, 춥고 황량하다는 느낌보다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뭔가가 정리된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든다.
오늘은 아침 저녁으로 Mozart의 피아노 협주곡 23번 (K.488)을 계속해서 들었다. 이 곡은 Mozart 곡 중에서는 드물게도 A장조이면서 매우 우울하고 무거운 느낌을 주는 곡이다. 눈밭을 어슬렁거리며 슬픈 눈빛으로 돌아다니는 흰 호랑이의 이미지에 왠지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그냥 한번 틀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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