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818조의 헌법불합치와 일부일처제 (헌재결 2010.7.29, 2009헌가8)


A는 1933년 북한에서 B와 결혼해 20년간 부부로 지내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한 후 B를 북에 남겨둔 채 당시 15세이던 아들 C만 데리고 남쪽으로 피난해 왔다. 그 후 A는 1959년 북에 두고온 아내 B가 사망했다고 허위신고하고 새로운 아내 D와 재혼해서 살다가 1987년 사망했다. 이후 새어머니 D와 상속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아들 C는 새어머니 D와 아버지 A의 재혼을 중혼(重婚)으로서 취소하려 하였으나, 우리 민법 제818조가 직계존속, 4촌 이내의 방계혈족 등에게만 중혼취소권을 부여하고 직계비속에게는 중혼의 취소권을 부여하지 않아 취소가 여의치 않자, 자녀의 중혼취소청구권을 제한한 민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이에 대하여 우리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의 주장을 거의 받아들여, 민법 제818조가 헌법에 불합치한다고 판시하고, 직계비속에게도 직계존속에게와 마찬가지로 중혼의 취소권을 부여하도록 개선입법을 요구하였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이 사건 법률조항은 중혼의 취소청구권자를 규정하면서, 직계존속과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은 포함시키면서도 직계비속을 포함하지 아니하였는데, 그와 같은 규정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직계비속을 차별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이다.

먼저, 중혼 당사자와 가장 가까운 직계존속인 부모와 직계비속 중에 가장 가까운 자식을 비교해보면, 그 촌수는 모두 1촌으로 동일하며, 그와 같은 차별을 한 이유는 부모의 중혼 여부에 대하여 자식이 이를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가부장적ㆍ종법제적인 사고가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일 뿐이고, 다른 합리적인 사유를 상정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는 종래 동성동본금혼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헌재 1997. 7. 16. 95헌가6등), 호주제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헌재 2005. 2. 3. 2001헌가9) 등을 통하여 가부장적 제도가 헌법적 혼인질서 등에 반한다고 판단해 왔는바, 직계존속을 중혼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하면서도 중혼의 취소에 대하여 상속권 등과 관련하여 법률적인 이해관계가 이에 못지않게 크다고 볼 수 있는 직계비속을 중혼취소 청구권자에서 제외한 것은 우리 헌법이 제정 당시부터 헌법적 결단을 통하여 용인하지 않기로 한 가부장적 사고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4촌 이내의 방계혈족 중에 가족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백숙부ㆍ종형제자매ㆍ조카 등이 가족인 직계비속은 가지지 못하는 중혼취소청구권을 가지게 되고, 직계비속보다 나이가 더 어릴 수 있는 종형제자매(4촌)는 중혼취소청구권을 가지게 되는 반면에 중혼취소를 통하여 재산상속분이 증가할 수 있고,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보훈급여금의 지급순위가 달라질 수 있는 등 중혼 취소를 구할 법률적 이해관계가 더 큰 직계비속은 그 취소청구권을 가지지 못하게 되는 불합리한 점이 있다.

한편 검사가 중혼취소청구권자의 하나로 규정되어 있어, 직계비속이 중혼취소 청구권자가 되지 못하더라도 위와 같은 차별의 불합리성이 완화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직계비속이 검사에게 그 중혼취소청구권을 행사하여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절차규정도 없고, 나아가 직계비속이 검사에게 취소청구를 구한다고 하여도 이는 검사로 하여금 그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방법에 지나지 않으므로, 그러한 제도가 위에서 본 차별의 불합리성을 교정할 수는 없다고 볼 것이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직계존속 및 4촌 이내의 방계혈족에게는 중혼의 취소청구권을 부여하고, 직계비속에게는 중혼의 취소청구권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할 것이어서, 평등원칙에 위배되고, 헌법에 위반된다. [...]"


이 긴 말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혼인 두 번 한 사람에 대하여 그 아버지, 어머니도, 심지어는 그의 사촌동생도 이것을 중혼이라고 하면서 취소를 해버릴 수가 있는데, 왜 그 아들딸은 취소를 하지 못하는가? 불공평하다...

이러한 논리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맞어. 평등원칙에 반하지.' 한 것이다.

이 정도면 대체로 무난하며 대략 수긍할 만한 판결이라 하겠는데,

내 생각으로는 직계혈족과 4촌 이내의 방계혈족에게만 중혼의 취소권을 부여할 것이 아니라, 그에 관해 이해관계 있는 제3자 모두에게도 중혼의 취소권을 부여하는 것이 더 옳은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회 전체적으로 일부일처제를 유지한다는 것은 단순히 혈족만의 관심사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할 수 있으며,

위 사례의 경우 중혼녀 D의 지위가 심히 애처롭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러한 여성의 지위는 다른 방법을 통해서 구제하도록 해야지, 이를 중혼제의 사실상 정당화사유로까지 삼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솔직히 좀 황당했던 것은 조대현 재판관의 반대의견이었는데, 그의 견해를 여기에서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 중혼은 중혼의 당사자나 그 배우자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법익을 침해하는 것이지만, 그 밖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법익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후혼에 의하여 이루어진 부부관계와 친자관계도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점, 중혼상태의 실상을 보면 전혼은 사실상 해소되고 후혼이 실질적인 혼인기능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점, 전혼이 해소되어도 중혼상태가 해소되는 점, 민법이 중혼을 혼인무효사유로 규정하지 아니하고 혼인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중혼의 취소 여부는 중혼으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법익을 침해당한 중혼 당사자와 그 배우자의 자기결정권에 맡겨야 할 사항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직계존속이나 4촌 이내의 방계혈족 나아가 직계비속에게 중혼취소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중혼을 무효인 혼인과 같이 무가치한 것으로 취급하고 중혼당사자의 혼인의사와 혼인관계상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중혼이 중혼당사자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의 상속권 기타 재산상 권리에 영향을 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유는 중혼당사자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에게 중혼취소청구권을 인정할 사유로 삼기 어렵다.

따라서 민법 제818조 중 “직계존속,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중혼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한 부분은 중혼당사자의 혼인관계상의 권리와 혼인관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한다. 민법 제818조가 중혼취소청구권자로 ‘직계비속’을 규정하였더라면 그 부분도 역시 위헌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민법 제818조가 직계비속을 중혼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위헌이라고 선언해서는 안 된다. [...]"


요약하자면,

중혼을 한 사람이 괜히 중혼을 했겠는가. 사실상 진짜 혼인관계는 두번째 혼인관계가 진짜 혼인관계가 아닌가. 뒤에 혼인한 여자와 그 자식들도 불쌍하지 않은가. 당사자가 좋아서 한 일인데, 당사자들이 취소한다면 모를까, 남들은 참견하지 말자... 이런 논리라고 할 수 있겠는데,

글쎄... 말 그대로 "중혼에 의하여 이루어진 부부관계와 친자관계도 보호할 가치가 있다"는 말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보호필요성이 중혼당사자와 그 배우자에게만 중혼취소권을 좁게 부여해야 한다는 논리로 바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할 것이다.

중혼녀와 그 사이에서 태어난 혼외자의 경우 그 지위가 열악함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이익은 동거녀의 재산분할청구권이나 부(父)에 대한 인지청구권 등을 통해서 얼마든지 보호할 수 있다. 만약 그런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중혼취소권을 중혼당사자와 그 배우자에게만 부여한다고 해버리면, 중혼당사자와 그 배우자가 사망할 경우 중혼은 사실상 적법혼이나 마찬가지로 격상될 것이고, 혼인의 본질과 일부일처제의 근간이 흔들릴 염려가 있다.

중혼당사자의 혼인관계상의 권리와 혼인관계에 대한 자기결정권도 물론 좋다. 하지만 그것이 혼인의 본질과 일부일처제를 뒤흔들 수 있는 범위까지 보장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사랑은 위대하고, 애정의 자유도 물론 보장되어야 마땅하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모든 자유를 다 누리고 싶은 인간이었으면 애초에 혼인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물론 위의 사례에서 A의 경우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허위의 사망신고를 하는 편법을 사용하고서 재혼을 하는 것이 옳은 것으로서 정당화될 수는 없다. 어쨌든 조대현 재판관의 반대의견은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일부일처제를 그렇게 가볍게 치부해버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번의 헌재결정문에서 재미 있는 문구를 하나 발견했는데, 그것은 바로 이 말이다:

[...] 우리 헌법이 제정 당시부터 헌법적 결단을 통하여 용인하지 않기로 한 가부장적 사고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

우리 헌법이 제정 당시부터 헌법적 결단을 통하여 가부장적 사고를 용인하지 않기로 결정한 게 과연 맞는 말일까? 가부장적 사고가 근대법의 자유주의적 이념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야 나도 물론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1948년 헌법제정 당시 우리나라 헌법의 입법자 어른신들께 과연 그 정도로 진보적인 인식이 갖춰져 있었는지는 정말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할 것이다.

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보기로 하고, 오늘은 일단 여기서 글을 끝맺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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