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권의 절대적 보호


물권은 대세권(對世權)이면서 한편으로는 절대권(絶對權)이다. 따라서 물권의 대상에 대해 모든 사람의 개입과 침해를 배제할 수 있고, 그 물권에 대한 침해행위가 위법ㆍ유책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 침해행위에 대하여 물권의 실현을 위한 완전한 권리상태의 회복을 요청할 수 있으며, 그 침해행위가 물권자를 특별히 겨냥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 침해행위를 위법한 것으로서 규정하고 그 침해자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물권의 특성은 대인권(對人權)이면서 상대권(相對權)인 채권의 특성과 비교된다. 채권은 채무자인 특정인에 대해서만 그 권리의 내용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이며, 그 채권에 대한 침해행위가 특히 채권자를 겨냥한 것이고 고의ㆍ과실에 의한 것이 아닌 한, 그 침해행위에 대하여 채권의 보호를 요청할 수 없게 된다. 절대적 보호법익에 속하는 물권과 달리, 채권은 상대적 보호법익에 지나지 않으며, 그 권리의 침해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기본적 요건 이외에도 여러가지 추가적 요건을 갖춰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물권은 절대권이기 때문에 그 보호 여부가 기본적 요건 이외의 다른 여러가지 변수(變數)에 흔들리지 않는 반면, 채권은 상대권이기 때문에 그 보호 여부가 다른 여러가지 변수에 흔들리고 좌우되는 성질을 갖는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물권자는 자기 물권의 대상이 되는 물건에 대해 누군가가 점유침탈, 점유방해 등의 행위를 하면 그 침탈 또는 방해의 행위가 고의ㆍ과실에 의한 것이건 아니건 간에 바로 그 자에 대해 자기 권리의 목적물을 반환하라고 요구하거나, 자기 목적물의 점유에 대한 방해행위의 중지를 요구하거나, 그 예방 또는 손해의 담보를 요구할 수 있다(민법 제204조, 제205조, 제206조, 제213조, 제214조). 만약 물권의 목적이 되는 물건을 누군가가 훼손ㆍ멸실시켰다면, 설령 그 침해자가 순전히 물권자를 해할 목적으로 물건을 훼손ㆍ멸실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침해자가 물권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물권자는 그 침해자의 물건 훼손사실과 그에 대한 고의ㆍ과실만 입증하면, 침해자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제750조). 최소한의 기본적인 요건만 구비되면 족하며, 그 이외의 요소에 구애되지 않는 것이다.

그 반면에 채권자는 채권의 목적이 되는 물건에 대해 누군가가 점유침탈, 점유방해 등의 행위를 하더라도, 그 물건의 점유를 침해한 자가 채무자가 아닌 이상, 침해자에 대해 부당이득의 반환만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제741조). 물론 그 부당이득반환조차도 쉽게 청구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침해자가 채권자의 손실로부터 일단 부당이득을 얻어야 하고, 채권자의 손실과 침해자의 부당이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며, 이 경우에 침해자에게는 채권자의 손실에 대한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존재하여야 한다(大判 2003.6.13, 2003다8862).

그리고 그 침해자가 채권의 목적이 되는 물건을 고의ㆍ과실로 훼멸ㆍ일탈시켰다 하더라도, 그 침해자가 순전히 채권자를 해하기 위해 물건을 훼멸ㆍ일탈시켰다거나, 그 물건의 훼멸ㆍ일탈이 채권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한 것이 아닌 이상, 채권자는 그 침해자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한다(제750조). 채권자가 채무자 아닌 제3자에 대하여 권리의 보호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추가적인 요건들이 충족되어야만 하고, 그 충족 여부에 따라서 채권이 보호될 것인지의 여부는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흔히 물권의 절대성(Absolutheit)에 대해서 논하지만, 실제로는 물권의 대세적 성질에 대해서만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는 것이 기존 교과서들의 태도인 것 같아서, 위와 같이 좀 더 구체적인 설명들을 보충적으로 덧붙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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