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권행위에 관한 정리
물권행위(物權行爲)란 물권의 변동, 즉 물권의 발생ㆍ변경ㆍ소멸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말한다. 독일에서는 이를 'dingliches Rechtsgeschäft'라고 한다. 채권행위의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라는 특정인에게 일정한 행위만을 요구하게 할 뿐이고, 그 목적물인 물건과 관련하여 지배관계의 변동이 일어난다는 것까지 합의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나름대로 하나의 법적 실체로서 상징화된 물건에 대하여 지배관계의 변동이 있을 것임을 따로 분명히 할 필요에서, 그에 관한 법률행위를 관념상으로 인정하여 물권행위의 개념이 나온 것이다.
물권행위는 처분행위(Verfügungsgeschäft)로서, 채권행위가 의무부담행위(Verpflichtungsgeschäft)인 것과 구별된다. 채권행위가 법률적으로 특정당사자 사이에서 의무를 부담케 하며, 제3자에 대해서는 영향이 없는 행위인 반면, 물권행위는 당사자 간에 따로 의무이행의 문제를 남김이 없이 직접적으로 물권의 변동을 일으키며 당사자 뿐만 아니라 당사자 이외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의 성질을 갖기 때문에, 그 자체로 처분이 완료되도록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채권행위에 의해서는 당사자 간에 아무런 처분도 일어나지 않는 반면, 물권행위에 의해서는 당사자 간에 아무런 대인적 의무부담, 즉 특별구속관계도 발생하지 않게 된다. 실제로 양 당사자 간에 물권행위가 완료될 경우, 양 당사자 간에 그 물건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채권적 청구권과 채권적 급부의무가 존재하지 않게 된다.
물권행위의 성립 및 유효요건은 다음과 같다:
a. 공시의 사실행위 : 민법상 물권의 변동이 있기 위해서는 단순히 양 당사자 간의 의사합치만 갖고는 부족하고, 여기에 외부의 제3자들에게도 표시되는 물권변동공시의 사실행위가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물권행위는 법률행위의 일종으로서 물권행위의 당사자와 물권행위의 목적, 그리고 물권적 의사의 표시를 필수요소로 삼지만, 대부분의 채권행위처럼 그것이 충분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고, 물권적 의사표시를 대외적으로 공시하는 행위로서 등기ㆍ인도 등의 외부적 공시방법을 별도로 요구하며, 그러한 공시방법에 의하여 물권행위는 완성된다. 따라서 물권행위의 성립시점은, 예를 들어 부동산매매의 경우, 부동산매매대금을 전부 지급하고 등기필요서류(예를 들어 매도증서)를 모두 교부한 다음 등기ㆍ인도가 행해진 시점이 된다(李英俊, 85면 이하). 왜냐하면 물권행위는 그 성립과 동시에 물권적 효력을 바로 발휘할 수 있어야 하고, 그로써 당사자 뿐 아니라 제3자 역시 구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b. 처분권한 : 물권행위는 처분행위이기 때문에, 처분행위를 하는 자에게는 처분권한(Verfügungsbefugnis)이 부여되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법적으로 그 목적물 자체가 처분금지된 목적물(예를 들어 마약, 음란물, 탄약류 등)이 아니어야 하며, 물권행위자가 타인 소유의 물건을 처분할 경우 물권행위자는 그 소유권자로부터 처분의 권한을 이미 부여받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건의 소유권자가 아니면서 처분의 권한을 부여받는 자로서는 파산관재인, 상속재산관리인, 유언집행자, 계쟁물보관인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법률행위(특히 위임계약)에 의해서 처분권한을 부여 받을 수도 있다. 처분권한이 이미 부여되었다면 그 처분권한이 법률행위에 의해 제한될 수는 없다. 만약 물권행위자가 그 물건에 관해 처분권한도 없으면서 물권행위를 하였다면, 그 물권행위는 무효가 된다. 하지만 물권행위의 상대방이 그 물건을 선의취득하였다면(제249조), 물권행위자가 처분권한 없이 그 물권행위를 했다 하더라도 그 무효사유는 치유가 된다. 처분권한 있는 자가 처분권한 없는 자의 처분행위를 사후에 추인하더라도 그 무효사유는 치유된다.
c. 특정성 : 또한 물권행위는 따로 이행의 문제를 남기지 않는 행위로서 특정성(Spezialität)의 원칙을 충족해야 한다. 다시 말해 물권행위의 목적은 반드시 특정한 물건에 관한 지배관계의 변동을 지향하고 있어야 하며, 그 목적물은 반드시 특정이 되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물권행위의 성립으로서 그 목적물의 처분은 확실하게 완료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권행위의 경우 그 목적물의 종류와 수량만을 지시한다 하더라도 성립에 아무런 지장이 없으나, 물권행위의 경우 반드시 그 목적물의 특정이 이루어져 있어야 하며, 목적물의 특정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 합의는 물권적 합의가 아니라 채권적 합의에 지나지 않는 것이 된다.
그리고 물권행위가 이루어지는 양태를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이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a. 채권행위가 선행하는 경우 : 채권행위가 먼저 이루어지고 그 다음에 물권적 합의 및 공시행위가 이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종류물에 관해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매도인과 매수인 간의 합의로 점유가 인도될 구체적 목적물을 특정하고 점유인도를 하는 경우, 이 세상에 아직 존재하지 않는 물건에 관해 매매계약을 체결한 다음 그 물건이 나중에 존재하게 되었을 때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그 물건에 관한 인도의 합의를 하고 점유인도를 하는 경우, 또는 채권자와 채무자 간에 소비대차계약이 체결된 뒤 그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채무자 또는 물상보증인이 채권자와 질권설정계약 또는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등기를 경료하는 경우 등에 있어서, 특정한 물건에 관해 채권행위가 물권행위보다 시간적으로 선행하고, 물권행위는 그 뒤를 따르는 식으로 법률관계가 이루어지게 된다.
b. 채권행위와 물권행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 : 특정한 물건에 관해 채권적 합의와 물권적 합의가 동시에 이루어져서, 시간적으로 양자의 성립시기를 거의 구분할 수 없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매매대금의 수령과 매매목적물인 동산의 인도로써 매매계약의 승낙에 갈음하는 경우, 질물의 교부와 차용증에의 서명으로써 소비대차계약과 질권설정계약의 승낙에 갈음하는 경우 등이 그와 같다. 그런데 채권행위와 물권행위가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것은, 채권행위와 물권행위가 '합체'된다는 것과는 개념이 약간 다르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 흔히 채권행위와 물권행위가 '합체'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여기서 '합체'란 말은 하나의 거래 안에서 채권행위와 물권행위가 이루어진다는 말로서, 채권행위와 물권행위가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말보다는 더 넓은 의미이다.
c. 채권행위 없이 물권행위만 행해지는 경우 : 목적물에 관해 채권행위가 이루어지지 않고, 물권행위만 행해지는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 물권행위는 대개 계약이 아니라 단독행위로서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특정한 물건에 관해 소유권자가 일방적으로 소유권포기의 의사를 표시하고 그 점유를 중단하는 사실행위를 하거나 등기를 말소하는 행위를 할 경우, 채권행위가 존재하지 않았는데도 물권행위가 이루어지게 된다.
물권행위의 연혁에 대해서 살펴본다면,
로마법상으로 물권행위의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는 않았지만, 그 맹아적 형태로서 당사자 간의 채권적 합의와 별도로 소유권이전을 합의한다는 관념, 소유권의 이전을 위한 여러 요식행위들에 관한 제도, 그러한 요식행위들이 채권적 합의와 별도의 효력을 갖는다는 관념 등이 이미 로마법에서도 존재하였음을 확인해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장악행위(manicipatio)가 그러한데, 로마에서는 양도인이 수중물(res mancipi)의 소유권을 이전할 때 채권계약과 별도로 5인의 성숙자인 증인과 1인의 형기소지자의 면전에서 목적물을 손에 쥐고 요식문언을 언명하도록 하였고, 이러한 요식행위는 채권행위와는 별도로 존재하였으며 독립된 효력을 지녔다. 게르만법상 양도인이 양수인에 대하여 토지소유권의 이전(translatio domini)을 선언하고 양도될 토지의 상징물인 나뭇가지를 꽂은 흙덩이(rasmus cum cespite)나 토지지배권을 상징하는 창ㆍ검ㆍ장갑ㆍ모자와 같은 물건을 양수인에게 인도한 것 역시 물권행위의 유래라고 할 수 있다 (가옥을 양도할 때는 솥을 거는 갈쿠리, 교회를 양도할 때는 교회종의 줄을 인도하면서 요식문언을 언명했음). 한국에서도 오랜 애니미즘(animism)적 민간신앙에 따라 모든 물건에 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보고, 그 물건의 지배권이전에 관해 합의하는 것이, 그에 관해 인간들끼리 채권적으로 합의하는 것과 다른 문제라고 파악했을 가능성이 높다.
위에서 보듯이 물권행위의 개념이 로마법에서 이미 맹아적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물권행위 개념은 로마법 사료에서 아무런 근거를 갖지 못하며 Savigny가 사료를 견강부회하여 억지로 만들어낸 개념에 불과하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金基昌, 물권행위 탄생사, 11면 이하). 로마법상 채권행위만 존재하였을 뿐이지 물권행위는 따로 존재하지 않았으며, 로마법상 물권행위가 채권행위로부터 독립해있지도 않았는데, Savigny 이후의 독일법학에만 존재하며 다른 법권에서 유사한 관념을 찾아볼 수 없는 물권행위개념을 무리하게 계수한다고 하여 학문적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로마법상 원인행위(채권행위)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비채변제의 경우에도 변제자로부터 수익자에게로 목적물의 소유권이 이전되도록 하고, 그에 관해 양 당사자 간에 처분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처럼 구성한 점, 또한 로마법상 현실증여에서는 별개의 채권행위를 찾아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여물의 소유권이 수증자에게로 이전되도록 한 점 등으로 비추어볼 때, Savigny가 로마법 사료로부터 물권행위의 개념을 도출한 것은 지극히 정당한 것이었다는 반론 역시 존재하고 있다(徐乙五, 물권행위론에 관한 학설사적 연구, 151면 참조).
그리고 물권행위에 대해 적용되는 법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a. 총칙편의 법률행위에 관한 규정 : 물권행위도 법률행위이므로 민법총칙의 법률행위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 따라서 권리능력(제3조)ㆍ행위능력(제4조 이하)ㆍ의사표시(제107조 이하)ㆍ대리(제114조 이하)ㆍ무효와 취소(제137조 이하)ㆍ조건과 기한(제147조 이하) 등에 관한 규정이 물권행위에 모두 적용된다. 다만 물권적 합의는 물권의 변동에 관한 합의에 국한되며, 계약상대방이나 계약동기, 또는 계약상의 반대급부에 관한 합의는 물권적 합의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물권변동 이외의 사항에 관해서 착오가 있다 하더라도, 그 물권행위는 취소되지 않고, 오로지 채권행위만 취소될 뿐이라는 점을 알아둬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물건의 품질이 매매계약상의 합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착오로 간과하고서 물권행위를 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착오에 의한 물권행위라 볼 수 없다. 물권적 합의의 내용은 품질과 상관 없이 그 목적물의 소유권을 이전한다는 것에만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건과 기한의 경우, 부동산물권변동에 관한 합의에 있어서는 해제조건과 종기만 허용되고, 정지조건과 시기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왜냐하면 물권행위는 그 물건에 관한 처분의 문제를 일단 종결시켜야 하며, 정지조건이 성취되고 시기가 도래할 때까지 처분의 완결을 미루는 것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물권행위에는 조건과 기한에 관한 민법총칙 규정이 완전히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잘 알아둬야 한다.
b. 채권편의 계약에 관한 규정 : 한편 물권행위에는 채권편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물권행위 가운데 물권계약의 경우는 계약의 일종이므로 채권편의 계약에 관한 규정이 준용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제3자를 위한 물권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는 채권편의 제3자를 위한 계약의 규정(제539조)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물권계약만으로 물권행위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며, 그 공시방법까지 갖추어져야 물권행위가 완성되므로, 예를 들어 제3자를 위해 물권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공시방법이 수익자인 제3자에게 확실히 갖추어져 있어야 그 물권계약이 물권행위가 되며, 단순히 제3자를 위해 물권을 변동시키겠다는 합의만으로 물권행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님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물권행위의 독자성은 물권행위가 채권행위와 원인-결과의 관계로 합체되어 하나의 거래 속에 일체로 존재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물권행위는 언제나 개념상 채권행위와 구별되는 독자의 행위로서 존재하느냐의 문제이다. 만약 물권행위가 대부분의 매매계약이나 증여계약에 있어서처럼 외부적으로 채권행위의 이행행위로서 행해지는 경우라 할지라도 언제나 채권행위와 구별되는 독자적 행위로서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된다면 이를 물권행위의 독자성(獨自性)이라 일컫는다. 독일에서는 이러한 물권행위의 독자성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면서 그에 관한 원칙을 "독자성원칙(Trennungsprinzip)"이라고 칭한다. 우리 민법학계에서는 독일의 민법학계에서와 달리 채권행위와 물권행위가 하나의 거래 속에 합체되어 행해질 경우에도 물권행위가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에 관해 의견의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판례는 일찍부터 물권행위의 독자성을 부인하고 있다(大判 1977.5.24, 75다1394). 채권행위가 물권행위의 원인행위로서 선행하고 있었다면, 물권행위는 채권행위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아니라, 채권행위에 연결되어 있는 것이며, 채권행위와 물권행위의 인과관계를 단절하여 바라볼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학계에서는 물권행위의 독자성을 인정하는 견해가 다수설이고(金容漢, 85면; 金曾漢, 57면; 金亨培, 314면; 李英俊, 68면; 李銀榮, 137면), 부정하는 견해는 소수설이다(郭潤直, 69면; 金相容, 112면).
한편 독일의 민법이론은 원인행위인 채권행위가 효력이 없거나 상실되더라도, 물권행위가 유효한 법률행위로서 성립하기만 하면, 채권행위의 효력 상실로 인해 물권행위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하여, 물권행위의 무인성(無因性)을 인정하고 있다. 물권행위가 일단 유효하게 이루어졌으면, 그 이전의 채권행위가 무효ㆍ취소ㆍ해제 등의 사유로 실효되더라도, 물권변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무인성의 원칙을 인정할 경우, 물권행위의 원인행위인 채권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것이건, 착오, 사기, 강박에 의한 것이건 상관없이, 물권행위는 유효하고, 그 목적물에 관한 물권의 변동은 확정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독일은 이러한 무인성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면서 그에 관한 원칙을 "추상성원칙(Abstraktionsprinzip)"이라고 일컫고 있다.
그렇다면 물권행위의 유인성은 무엇인가? 물권행위는 그 법적 원인인 채권행위의 이행으로서 행해지는, 원인행위에 결합된 법률행위로서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때 "윗물이 더러우면 아랫물도 더럽다"는 속담처럼, 채권행위가 실효할 경우 물권행위도 당연히 실효하는 것으로 볼 경우, 다시 말해 물권행위가 그 법률행위 자체의 효력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완전히 효력을 발생하지 못하고, 원인행위인 채권행위의 유효한 성립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볼 경우, 물권행위의 유인성(有因性)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물권행위의 무인성을 부정하고, 물권행위의 유인성을 인정할 경우, 물권행위가 유효한 법률행위로서 성립하더라도, 그의 원인행위인 채권행위가 효력을 상실한 이상, 그 물권행위 역시 함께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우리나라 판례는 물권행위의 독자성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물권행위의 무인성도 부정하고 있다(大判 1977.5.24, 75다1394: "우리의 법제가 물권행위의 독자성과 무인성을 인정하고 있지 않는 점과..."). 부동산매매에 관한 등기실무에서도 부동산등기부에서 등기원인으로 채권행위(예를 들면 매매)를 기재하지, 물권행위를 기재하지는 않고 있다. 우리 학계에서는 물권행위의 무인성을 부정하는 유인설(有因說)이 다수설이고(郭潤直, 79면; 金相容, 120면; 金亨培, 316면; 李英俊, 75면; 李銀榮, 148면; 玄勝鍾, 181-182면), 물권행위의 무인성을 인정하는 무인설(無因說)은 소수설이다(金容漢, 91면; 金曾漢, 54-56면; 張庚鶴, 181면).
물권행위의 유인설에 의하면 원인행위인 채권행위가 의사표시의 양속위반이나 착오ㆍ사기ㆍ강박 등으로 인해 무효ㆍ취소된 경우 물권행위도 따라서 같이 무효ㆍ취소되고, 따라서 그 계약관계에 따라 이행된 것이 있을 경우 당사자는 이를 서로 반환함으로써 청산해야 하게 된다. 이때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권(제213조)에 의해서만 청산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지만(郭潤直, 79면), 사견으로는 이 경우 물권법이 배타적으로 개입해서는 안되고, 금전급부나 사용이익 등의 경우 부당이득법(제741조 이하)의 규정에 따라서도 청산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매매계약이 취소되었을 때, 그 매매목적물의 반환에 대해서는 판례가 유인설에 의해 그 목적물의 소유권을 원래의 상태로 자동 회복시킨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大判 1977.5.24, 75 다 1394), 그 매매대금에 대해서는 금전이라는 물건 자체의 성질상 소유권의 자동 회복이 이루어지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다시 말해, 이미 매매대금을 지급한 매수인은 그 금전을 수취한 매도인에 대하여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권(제213조)을 행사할 수 없고, 오로지 급부부당이득의 반환만을 청구할 수 있으며(제741조), 그 금전을 수취한 매도인은 설령 선의로 금전을 수취하였다 하더라도 급부부당이득의 반환을 거부할 수 없고, 다만 이익이 현존하지 않음을 항변할 수 있을 뿐이라고 봐야 한다(제748조 1항). 이는 사용이익의 경우도 마찬가지로서, 이때 매매목적물을 이용하여 사용이익으로서의 금전을 취득한 매수인에게 매도인은 그 금전을 소유물로서 반환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급부부당이득으로서 반환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시 말해 이 경우 매수인은 그 금전에 대하여 과실취득(제201조)하였음을 주장함으로써 매도인의 반환청구에 대항을 할 수 없게 된다.
물권행위의 개념 자체를 우리 민법상 인정하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인 견해가 있다(明淳龜/金濟完/金基昌/朴景信 共著, 아듀 물권행위, 1면 이하 참조). 우리 판례가 물권행위의 독자성 내지 무인성을 부인하고 있는 이상, 굳이 물권행위의 개념을 따로 인정할 필요가 있는지 고민해봐야 하며, 전세계적으로 독일 이외의 나라에서는 거의 인정되지 않고 있는 물권행위라는 개념이 과연 우리 민법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개념인지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는 게 물권행위개념 부정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부정설은 아마도 채권행위와 물권행위가 하나의 거래 속에 합체되어 행해지는 경우 단순히 둘만의 원인ㆍ결과관계를 형성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듯하지만, 타인의 물건을 매매하는 경우나 어음ㆍ수표의 거래에서와 같이 채권행위와 물권행위가 여러 개의 거래맥락 속에서 이루어지는 경우 역시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저당권설정계약이나 지상권설정계약 등과 같이 물권 자체의 창설을 목적으로 하는 당사자 간의 합의가 객관적으로 엄존한다는 사실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점 등을 종합해볼 때, 물권행위의 독자성ㆍ무인성을 부정한다고 하더라도, 물권행위의 개념 자체를 우리 민법학에서 솎아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판례는 물권행위의 독자성ㆍ무인성을 부정하지만, 판례에서 물권행위의 개념 자체를 언급하는 경우는 결코 적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大判 1963.1.24, 62다825; 大判 1991.3.22, 91다70; 大判 2001.10.9, 2000다51216; 大判 2005.3.10, 2004다67653ㆍ2004다6766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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