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행위에 대해서
법은 모든 종류의 결정론을 배격한다. 법의 세계에서는 아무 것도, 미리 정해지지 않는다.
전근대적 법상태에서는 모든 인간(homme)과 사물(chose)에 각각의 본질(essence)이 있어, 그 본질(인간의 경우 신의 형상을 닮은 정도, 신분, 성별, 혈통, 유전적 재능, 국적, 출신지역 등)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고, 권리와 의무 역시 결정된다고 믿어졌다. 그러나 근대적 법이념에서 사물은 변화와 운동만이 본질일 뿐이고, 인간은 자유와 존엄만이 본질일 뿐이며, 이는 모두에게 다 똑같기에, 본질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게 된다. 모든 것은 각자에게 처음부터 결정돼있는 것이 아니라, 차츰, 꾸준히 형성되는 것이다.
인간의 자유로운 의지로부터 말미암아 이루어진 행위(projet)가 인간의 운명을 형성하고, 인간에게 권리와 의무를 득실변경시킨다. 다시 말해 인간 각각의 본질이 아니라 인간 각각의 행위가 법을 형성하고 권리를 변동시킨다. 인간은 행위에 의해서 축복을 받고, 행위에 의해서 징벌을 받으며, 행위에 의해서 권리를 취득하고, 행위에 의해서 의무를 부담한다.
Jean-Paul Sartre에 따르면 아예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그 행위의 총합으로서 설명된다. 인간은 아무 이유 없이, 그저 우연에 의해 이 세상에 던져졌으며, 감당하기 벅차게도 무한한 자유를 싫든 좋든 부여받았다. 그 자유를 가지고서 어려서부터 끊임없는 선택(choix)을 하고 행위를 해나가며 자기 삶을 소조한다. 처음부터 타고난 것이 그 인간의 삶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선택한 행위들이 그 인간의 삶을 건축한다. 그렇게 인간은 오로지 행위로써만 자신을 실현하고, 행위로써만 자기 삶을 형성한다.
행위는 물론 도덕의 세계, 종교의 세계, 물리적 사실의 세계에서도 행해질 수 있으나, 인간의 행위가 법규범의 세계에서 행해질 때 그 행위를 법률행위라 한다. 법률행위는 법을 형성하고 권리를 변동시키는 제1의 원인이 되며, 법률요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법의 세계에서도 변화와 발전을 일으키는 가장 궁극적인 힘은, 인간과 사물의 본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위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률행위는 독일어로 "Rechtsgeschäft"라 한다. 영어로는 이를 "juridical act"라고 한다. 프랑스어로는 이를 "acte juridique"라 칭한다. 법률행위의 개념은 민법학의 여러 개념들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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