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raticus


Policraticus라는 책이 있다. John of Salisbury라는 사람이 1159년에 쓴 책인데, 그 책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이 있다:

"국가의 모든 기관은 인간 신체의 여러 기관에 비유할 수 있다. 통치자는 머리이고, 의회는 심장이며, 법원은 허리이고, 관리와 판사는 눈, 귀, 혀이며, 재무 담당자들은 배와 내장이고, 군대는 손이며, 농민과 노동자는 발이다."

그런데 이 말을 그대로 따른다면, 모든 인간에게는 선천적ㆍ생래적으로 사회 내에서의 역할이 정해져 있고, 그것을 바꿀 수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눈이 손이 되고, 귀가 내장이 되고, 발이 머리가 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설령 그러한 역할의 전환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예를 들어 그 신체가 아메바같이 유연한 구조를 지닌 신체라 하더라도, 인간이 신체부위에 비유되는 이상, 모든 인간은 자기가 속한 국가 또는 민족으로부터 분리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신체부위가 신체로부터 떨어져 나올 경우 그 생명력을 유지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손발의 자리에서 재생된 세포, 즉 평민의 자식으로 태어난 인간이 정부의 일, 즉 머리나 몸통의 일에 대해서 발언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 된다. 왜 어떤 사람은 훌륭한 출신성분으로서 지도적 간부의 지위에 있어야 하고, 어떤 사람은 태생적 한계에 의해서 그를 보좌하거나 총알받이 노릇이나 해줘야 되느냐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 역시 자기 생물학적 기능을 부정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이 된다. 손은 손답게, 발은 발답게 행동하고, 머리의 명령만을 따르며, 자기가 생성된 부위에 따른 기능적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충성스러운 국민이 되어야 할 자로서 국가나 민족에 대한 소속감을 의심하기 시작한다는 것, 즉 신체부위가 신체 전체로부터 독립된 사고를 갖기 시작한다는 것은 아주 해괴망칙한 일이 아닐 수 없게 된다. 손이나 발이나 무조건적으로 몸에 붙어 있어야만, 자기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이 대체 말이 되는가? 그렇다면 직업을 바꾼다거나, 이민을 간다거나 하는 것은 전부 자기 생명적 근원에 대한 부정이 되는가? 그렇다면 통치자가 아닌 사람들은 국가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고, 그저 상부의 명령과 전체의 흐름에 동참하기만 해야 하는가? 이것이야말로 Fashism적 사고가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12세기에나 통할 논리, Policraticus적인 논리를 옳다고 가르치는 나라가 21세기인 오늘날에 아직도 지구상에 존재하며, 이러한 나라의 질서를 옹호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그와 비슷한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 많고, 심지어는 그런 사람들이 내 홈페이지에 들어와 글까지 남기곤 하는 것을 가끔 목도하게 된다. 그런 분들께서는 그냥 손이나 발로서 비굴하게 살아가라고 내버려둬야 하나 잠시 생각해보았는데,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방금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니까 그런 분들께서는 자기가 손발 정도의 레벨은 아니고, 최소한 심장이나 눈 정도의 레벨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오만방자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물론 자기가 심장이라 생각하건 눈이라 생각하건, 뇌가 없는 존재임을 자인(自認)하는 건 마찬가지라 하겠지만 말이다.

뇌가 없어도, 독립된 자아와 자유가 없어도, 자기가 다른 사람보다 우위에 있기만 하면 된다는 사고방식, 생존해 있기만 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참으로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지금 이 새벽시간에 잠깐 가져보게 되었다. -_-;

댓글 2

장료식
장료식
계속 눈팅만 해오다 보다못해 한마디. Policraticus는 이미 古典이죠. 주인장이 글쓴것처럼 이렇게 함부로 폄하할 수는 없죠.
국가에서 통치자가 머리에 비유되고, 군인이나 농민이 손발에 비유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는말. 예나 지금이나 다를것은 없죠. 그만큼 통치자나 지도계급들의 책임감과 공동체의식을 강조하는 말일 수도 있는데, 이게 왜 12세기에나 통하고 지금은 안 통하는 논리가 되는 건지 독자로서 이해가 안가고 황당한 기분...
12세기에도 그렇고 21세기에 들어서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가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소외될 뿐만 아니라, 먹고살기 바빠서 그런 것에는 별 관심도 없죠(특히 여자들).
그러니까 더욱더 국가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면서 더 책임감있게 희생적으로 멸사봉공의 정신으로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게 현실이라는 걸 간과하는게 아닌지...
하여튼 주인장의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납득할 수 없는것투성입니다.
상부의 명령과 전체의 흐름에 따라가는건 무뇌아 아니냐고 그러는데, 국가적 의사결정에 참여 안하는 민초들이라고 해서 아예 생각도 없는 줄 아나? 신체기관 가운데 손발도 자율신경이란 게 잇기 때문에 다 자기 나름대로 생각도 하고 결정도 함. 그러면서도 신체 다른 부분들과의 조화를 이뤄가며 두뇌로부터 네트워크신호를 주고받고 그렇게 함.
주인장은 그럼 우리 모두다 개인주의로 따로따로 놀자고 주장하고 있는건가? 근데 국가나 민족 차원에서 기본적으로 공유해야 할 상식과 팀워크라는게 있는 거 아닌가? 어느 조직이나 단체나 전체 분위기라는 게 있지.
그리고 협동하고 일치단결해서 뭔가를 이루려면 대장의 말에 기본적으로 잘 따라야 되고, 그러니까 대장의 존재와 사회지도층의 존재가 중요한 거라 하는 건데, 주인장은 뭔가 대단히 사고구조가 비뚤어져 있는듯.
우리나라 사회지도층의 전형적인... 이기적이고 극성스런 엄마 밑에서 가정교육을 잘못 받은, 콱막히고 우둔한 벽창호 범생이라서 그러나?
사실 지금 우리나라는 2mb부터 시작해서 사회지도층이란 작자들 중 상당수가 주인장처럼 개인주의적이고, 민중들에 대해 책임감, 공동체의식이 없어서, 대한민국이 이모양 이꼴인 거고...
주인장은 폴리크라티쿠스가 파시즘적 사고라고 그러는데, 한번 민족이면 영원한 민족이라는 점에서 폴리크라티쿠스가 파시즘적 사고라고 볼수는 없는 것 같음. 오히려 공동체주의 아닌가? 손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봤을 때 아무리 생각해봐도 파시즘은 아니다.
이민도 잘못이냐 그러는데, 외국으로 이민가고 국제결혼하고 그러는 사람들치고 잘된 사람들은 없죠. 다들 거기서 비주류에 사냥개, 양공주로 살아가는것같음.
어쨌든 주인장은 계속 ㄸㄹㅇ인증만 하고 있네요. ㅎㅎ 주인장 같은 이런 ㄸㄹㅇㅂㅅ이 숙명여대 교수라는 게 참 한심하고 안타까울 뿐...
오승석
오승석
주인장은 폴리크라티쿠스 어쩌구 하시면서 북한을 비판하셨는데,
솔직히 폴리크라티쿠스적인 논리는 우리 남한 같은 개인주의,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오히려 매우 진보적인 논리가 될 수 있지 않나 싶어지네요.
북한은 폴리크라티쿠스의 논리가 통하기 때문에,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을 자기 몸처럼 아끼고 사랑하지요.
마치 머리가 손발을 아끼고 위하는 것처럼,
머리가 손발에게 일을 시켜도 같은 몸이라고 생각하는 이상, 그렇게 함부로 부려먹지는 못하는 것처럼,
북한에서는 당간부와 지도층이 민중들을 그렇게 차갑고 모질게 대하지는 않죠. 그렇기 때문에,
결국 그걸 아는 기층민중 역시 지도층에게 충성을 다 하고,
당지도부도 민중들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그래서,
그렇게 둘 다 이심전심, 한마음으로 똘똘 뭉치고 총화단결할 수 있는 거죠.
그러니까 미국의 일방적인 경제봉쇄로 물질적 삶이 그렇게 힘들고 고달픈 가운데서도
정신적으로는 서로를 믿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기 때문에
북한의 사회적 행복지수가 남한보다 훨씬 높게된 거라고 말하는 거죠.
그리고 이런건 남한이 본받아야 할 것 아닐까요?
남한은 솔직히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을 자기와 한 몸으로 생각하지 않지요.
주인장 같은 사람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모든 개인이 뿔뿔이 흩어져서, 자기 생각만 하고, 남을 배려하거나 따뜻한 마음을 나누지 않으려 하지요.
그러니까 지배계급의 부폐와 노동계급에 대한 비인간적 착취가 일어나는 거고,
그러니까 계급간의 불신과 반목, 갈등과 대립이 심해지는 거고,
그러니까 남한의 사회적 행복지수도 그렇게 낮은 거 아닙니까?
폴리크라티쿠스와 같은 위대한 고전을 가리켜서 감히 파시즘이라는 망발을 늘어놓는다는 것만 봐도,
주인장의 저열한 의식수준과 무책임한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것 같네요.
제가 주인장한테 질문 하나 하죠.
폴리크라티쿠스가 파시즘이면,
그럼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도 파시즘입니까?
하여튼 주인장같은 인간이 교수질해먹는 것만 봐도 대한민국 교육시스템은 참으로 문제가 많은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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