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많이 왔다.


서울에 눈이 많이 왔다.

어젯밤부터 약 10cm 가량 내렸다고 하는데, 이 정도면 노면(路面)이 얼고, 차선(車線)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기 때문에, 아침에는 서울 시내에 아마 교통대란이 일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민법적 관점으로 보면, 폭설은 대개 급부장애(Leistungsstörung)의 상황을 유발하지만, 이른바 불가항력(höhere Gewalt)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하자면 채무자의 입장에서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어려워지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채무자에게 묻는 것 역시 곤란해진다는 것이다. 폭설에 의한 자동차사고 손해배상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눈이어야 채무자 또는 가해자의 책임이 면제가 될까?

그런데 여기서 채무자의 면책기준은 얼마나 눈이 많이 왔는가 하는 것보다, 채무자의 입장에서 얼마나 예견할 수 없는 폭설이었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채무자가 만약 이를 예견할 수 있었다면, 다른 이행방법을 강구하거나 계약교섭과정에서 채권자에게 통지하는 것 등도 가능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채무자의 손해배상책임이 면제된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환불의무(換拂義務)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계약상 의무자가 폭설 등을 핑계대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상 권리자는 이미 지급한 금원의 환불을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것이 된다.

행정법적 관점으로 보면, 폭설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게 제설의무(除雪義務)를 부과시키고, 만약 이러한 의무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국가배상의 문제를 발생시키게 된다. 그런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게 대략 어느 정도의 제설의무를 부과할 것인지는 그리 명확한 것이 아니어서 항상 그 의무의 이행 여부가 다투어진다.

모처럼 큰 눈이 왔는데, 낭만적인 생각은 들지 않고 복잡한 법적 문제만 떠오르는 걸 봐서, 나도 정말 법률가(法律家)가 맞기는 맞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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