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辛卯年)


2011년 신묘(辛卯)의 해가 밝았다. 역학적으로 볼 때 새해의 시작은 1월 1일부터가 아니라 2월 4일부터이긴 하지만, 누구나 1월 1일부터 달력도 바꾸고 수첩도 바꾸고 일기장도 바꾸면서 심기일전(心機一轉)하는 게 보통이니, 아무래도 새해의 기분은 1월 1일부터 난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 이르긴 하지만 오늘은 신묘(辛卯)의 운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신묘년(辛卯年)은 비유컨대 흰토끼의 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경인년(庚寅年)이 백호랑이의 해였던 것과 같다. 토끼란 동물의 속성 자체가 소심하고 온순하면서도 조심스럽고 유연한 편이므로, 올해의 운 역시 그렇게 강한 행운이나 불운을 몰고 오지는 않으며, 뭐든 결정적으로 바뀌지는 않고, 비교적 매사가 무난하고 원만하게 보수적, 실리적으로 수습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신묘년(辛卯年)만 그런 것이 아니라 토끼해라는 게 원래가 다 그렇다. 돌이켜보면 1999년 기묘년(己卯年)에도 코소보공습과 씨랜드사건 이외에는 별다른 큰 일이 없이 비교적 매사가 무난히 넘어갔음을 알 수 있다. 1987년 정묘년(丁卯年)에는 전두환 정권과 시민들 사이에 큰 무력충돌이 일어날 뻔했지만, 정권이 양보를 하여 생각보다 평화롭게 헌법이 개정되고 대통령선거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1975년 을묘년(乙卯年)에는 베트남전쟁이 종결되었고, 스페인에서는 프랑코총통의 독재가 종식되면서 카를로스국왕에게로 평화롭게 정권이 이양되었으며, 1963년 계묘년(癸卯年)에는 5.16. 혁명을 빙자한 군정이 종식되고 선거를 통해 박정희가 민선대통령으로 취임을 한 바가 있다. 그리고 1951년의 신묘년(辛卯年)에는 한국전쟁이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전세가 크게 뒤집히는 일 없이 교착에 빠진 상태에서 미군과 북한군 사이에 휴전회담이 시작된 예가 있다.

신묘년(辛卯年)에서 신(辛)은 날카롭게 제련된 금속이며, 작은 칼이나 바늘과도 같이 사물을 예리하게 자극하고 재단하는 성질이 있다. 국가적으로 보면 프랑스란 나라가 신(辛)의 기운을 받았으며, 그래서 그런지 프랑스인들은 우아하면서도 재치가 있고 독설적이면서도 심미적인 기질이 있다. 독일이 경금(庚金)의 기운을 받아 우악스럽고 투박하며 억센 기질을 갖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그리고 신금(辛金)은 나무들을 쳐서 무너뜨리기보다는 적절히 가지나 잎사귀를 쳐서 시원하게 해주는 정도에 그칠 뿐이기 때문에, 갑목(甲木)을 상징하는 우리나라에 경금(庚金) 만큼의 큰 영향이 없다. 좋은 것도 살짝 건드리고 말 뿐이지만, 나쁜 것도 살짝 건드리고 말 뿐이다. 1961년, 1971년, 1981년, 1991년, 2001년 등에 우리나라에서 별다른 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만 봐도 신(辛)이 경(庚)에 비해 우리나라에 해가 적음을 알 수 있다. 작년 경인년(庚寅年)의 천안함침몰이나 연평도포격 같은 큰 사건이 올해 또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며, 설령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 규모나 충격이 더 작을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이다.

그리고 신묘년(辛卯年)에서 묘(卯)는 토끼를 뜻하기도 하지만 도화살(桃花煞)을 뜻하기도 하기 때문에, 남녀 공히 올해에는 이성문제를 매우 조심해야만 할 것이다. 복숭아의 꽃과 열매에 벌레가 달라붙듯이 건전치 못한 이유로 이성들이 달라붙거나 스캔들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호기심과 '끼'를 다스리고, 감정의 기복을 줄이며, 생체적 에너지를 보다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쏟아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신묘년(辛卯年)은 경인년(庚寅年)과 오행의 구성이 비슷하다. 그런 까닭에 경인년(庚寅年)에 일어났던 일들이 신묘년(辛卯年)에는 좀 더 약화된 형태로 반복되는 일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작년에도 연초에 눈이 많이 내리고 춥더니만, 올해도 마찬가지로 그러한 것을 볼 수 있다. 날씨처럼 올해의 전체적인 흐름 역시 작년과 비슷하게 가면서, 그 정도가 많이 완화된 형태로 반복되는 것이 아닐까 예측해본다.

오늘은 아침부터 Mozart의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 아다지오 (KV 622) 를 계속해서 들었다. 이 곡은 Mozart가 죽기 두 달 전에 작곡한 것인데, 죽음을 앞둔 사람이 작곡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그 멜로디가 감미롭고 분위기가 화사하며 선율이 부드럽고 완만한 곡이다. 곡 전체에 과장이나 군더더기 등이 없고, 시종 담담하고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가락이 계속 이어진다. 목관악기 클라리넷을 위한 곡으로는 최고의 곡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눈밭을 천천히 뛰어다니다가 문득 뒷발로 딛고 서서 어딘가를 주시하고는 다시 평화롭게 어딘가로 뛰어가는 토끼의 모습이 연상되어서 오늘은 이 곡을 그냥 한번 들어보았다.












댓글 2

松下道人
松下道人
KNura는 사주팔자에 육갑만 할 줄 알았지, 2010년에서 2011년으로 넘어오면서 21세기의 첫 10년이 끝나고 다음 10년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서기 0년이 없었기 때문에 2000년이 20세기의 마지막 해입니다. 2001년이 21세기의 첫 해이고, 따라서 2010년이 21세기의 첫 10년이 끝나는 해입니다.)

2011년은, 그렇습니다. 21세기의 두번째 10년이 시작되는 해인데, 대개의 경우 모든 세기의 두번째 10년은 참혹한 전쟁으로 얼룩졌다는 사실을 잘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하하하.

사실 21세기가 시작될 때만 해도 유토피아가 시작될 것이라고 다들 기뻐하고, 희망에 차 있었지요.

그런데 1년도 못 가서 9.11 테러가 일어났고, 그 이후의 세계는 혼돈으로 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냉정하게 볼 때에, 1999-2000년과 2009-2010년을 비교해 보면,

어느 때가 더 희망 있고 살기 좋았는지, 감이 잡히실 거야요.

새로운 장난감들은 더 많이 나왔지만 오히려 문명이나 사회는 약간 퇴보한 거 같아 보이기도 하는 거이 현실입니다.

어쨌든 제가 볼 때 2001-2010년 간의 십년은, 경제도 퇴보하고 여러모로 암울한 시기였지만,

그것은 단지 약과에 불과하며, 2001-2010년 간의 십년은 단지 2011-2020으로 가는 시기를 준비하는 과정으로서,

앞으로는 더욱 더 처참하고 암담한 일들이 줄을 잇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언제나, 적어도 16세기부터, 매 11년에서 20년으로 가는 시기마다 큰 일이 벌어지곤 하였습니다.

특히, 1811-1820, 1911-1920년 사이에 벌어진 일들(주로 끔찍한 전쟁들)은, 이후 백년간의 역사를 가름하곤 하였지요.

제1차 세계대전으로 가는 길목에서 1905년 러일전쟁과 1912, 1913년 발칸 전쟁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10년간은 제가 볼 때는, 짧으면 500년, 길면 천 년의 역사를 가름하는 시기라고 봅니다.

한마디로 각 잡고 살아야 숨을 이을 수 있는 시기이며,

참혹한 살육과 인종청소와 인구감축 등이 벌어지는 시기가 드디어 닥치게 된다는 거야요. 우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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