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권과 채권


최근에 청구권과 채권의 차이점에 관한 질문을 해온 학생이 있어서 이에 관해 간단히 답하고자 한다.

우선 청구권(請求權)은 어떤 특정인이 특정한 상대방에 대하여 일정한 작위 또는 부작위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독일어로는 이를 'Anspruch', 영어로는 이를 'claim'이라 한다.

이러한 청구권의 근거는 주로 당사자의 의사이므로, 보통 특정한 당사자들 간의 의사합치, 즉 계약(契約)에 의해서 청구권이 발생하지만, 불법행위법이나 가족법 내의 법률규정에서 청구권이 발생하기도 하며, 물권과 같은 지배권에서도 청구권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다시 말해 물권과 같은 지배권을 가지고 있는 자는 반환청구권이나 방해금지청구권 등의 청구권을 매개로 해서 자기 지배권을 비로소 실현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청구권은 대부분 계약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계약 이외의 법적 원인에서 발생하는 경우는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청구권은 영구적으로 존속하지 않으며 시간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행사되지 않을 경우 소멸시효(消滅時效)에 걸리게 된다(제162조 이하 참조).

그리고 청구권의 권리구제방식은 특정물을 향한 것이 아니라 특정인을 향한 것으로서 상대방이 무자력(無資力)일 경우 실효성이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채권(債權)은 이와 비슷한 개념인데, 하나의 법률관계가 특정인의 특정인에 대한 행위의무를 중심으로 구성될 경우(이러한 법률관계를 '채권관계'라 함), 그 관계에서 나오는 여러 청구권들을 일방 당사자의 입장에서 하나로 묶어 일컫는 개념이다. 라틴어로는 이를 'postulatio', 독일어로는 이를 'Forderung'이라 칭한다.

특정인이 특정인에 대해 일정한 행위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라는 점에서 청구권과 매우 유사한 것이기도 하지만, 청구권은 채권관계에서만이 아니라 물권관계, 인격권침해의 관계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권리이고, 그 발생에 있어서 이행기(履行期)를 전제로 하는 것인 반면, 채권은 그러한 청구권들의 복합체로서 개개의 청구권이 이행기에 도달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발생하고, 물권관계나 인격권침해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양자는 구분이 된다.

그리고 채권관계에서 청구권이 발생할 경우, 하나의 채권에서 급부이행청구권 이외에 급부보유권한, 채권자대위권, 채권자취소권, 급부수령시의 책무 등도 아울러서 발생하고, 채무자가 임의이행을 하지 않을 경우 강제이행에 관한 권리와 손해배상청구권 역시 발생하며, 채무자가 반환의무를 위반할 경우 반환청구권, 채무자가 비용상환의무를 위반한 경우 비용상환청구권이 발생하는 등 여러 가지의 청구권과 기타의 권리들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채권이 청구권보다 분명히 상위의 개념임을 알 수 있게 된다.

한편 물권으로부터는 채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행청구권이 발생할 수 없고, 그 대신 배상청구권, 반환청구권, 상환청구권 등은 채권에서와 마찬가지로 물권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이에 더해 방해제거청구권, 방해배제청구권 등의 청구권이 물권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으나, 이것을 채권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충분한 답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채권과 청구권의 차이점에 관해 궁금증을 갖고 있던 학생들은 위의 답변을 참고해주기 바라겠다.



댓글 2

곽종규
곽종규
청구권이 소멸시효에 걸린다는 말은 잘못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민법에서는 청구권이 소멸시효에 걸린다고 규정되어 있기에, 청구권이 소멸시효에 걸린다고 말을 해야겠지만, 우리나라 민법은 채권이 소멸시효에 걸린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소멸시효에 걸리는 것은 청구권이 아니라 채권인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 민법상 청구권이 소멸시효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제척기간에 걸리는 예도 많이 있습니다.
곽종규
곽종규
채권을 독일어로 'Forderung'이라고 번역하셨는데, 이것도 잘못된 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어로 'Forderung'은 우리말로 채권이 아니라 '청구권'입니다. 양창수 대법관님께서도 지적하셨지만, 독일에는 '채권'이란 말이 없습니다. '채권'은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새롭게 만들어낸 말로서, 양창수 대법관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채권'의 개념은 일본민법학과 한국민법학의 빛나는 성과입니다. 메디쿠스 교과서에서도 'Forderung'과 'Anspruch'는 같은 말이며, 단지 어느 장소에 있는가 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독일민법이 왜 채권이 소멸시효에 걸린다고 규정하지 않고 청구권이 소멸시효에 걸린다고 규정할 수밖에 없었는지 독일민법규정을 잘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독일민법학보다 한국민법학이 한걸음 더 앞서나가고 있는 것도 많습니다. 독일민법과 한국민법 모두를 깊이 연구해주시기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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