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인간에 대해서
2012-09-21 01:00:15
2012-09-21 01:00:15
인간이 물질의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은 노동을 통해서이다(C'est par le travail que l'homme ordonne le monde des choses). 그런데 노동과 물질의 세계에서는 인간도 다른 모든 물질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Qu'il se réduit, dans ce monde, à une chose entre les autres). 노동은 노동자를 하나의 수단이 되게 하기 때문이다(C'est le travail qui fait du travailleur un moyen). 인간을 동물과 구분시키는 유일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노동이다(Le travail humain, essential à l'homme, s'oppose seul sans équivoque à l'animalité). 그런데 노동은 인간을 사물화하여 동물이나 마찬가지로 만들어버린다. 바로 여기에 노동의 역설이 있다.
https://www.leseditionsdeminuit.fr/images/livre_galerie_2707302538.jpg
돕뿌
루이 알튀세르 '자본을 읽자'에서 인용한 글인 듯. 진보좌파에 대해서 대단히 적대적인 것 같으면서도 가끔은 이런 글도 쓰곤 한다는 게 웃김(물론 정치적인 지지가 아니라 순전히 학문적인 흥미때문에 그런 거겠지만). 노동은 인간을 사물화한다고 하면서 노동이 인간을 사물화하게끔 하는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 한다는 점. 자본주의에 관한 논의는 도려내고 노동 그 자체의 사물화적 기능에 대해서만 얘기를 한다면 알튀세르를 올바르게 인용한 것이라고 볼 수가 없다.
2012-09-21
09:42:59

09:42:59

랑이아빠
알튀세르 인용했단 말 안 했습니다. 노동이 인간을 사물화하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도 똑같구요. 아무리 창조적인 학술활동이나 예술활동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그것은 노동이 되고 인간을 소모시키며 인간을 수단화하고 사물화하게 됩니다. 아무리 열정으로 이를 극복한다 하더라도 그 열정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용 당하는 것은 피할 수가 없어요. 스탈린주의나 기독교, 특히 프로테스탄티즘은 노동에 대해 매우 높은 가치를 부여하지만, 오늘날과 같은 환경파괴의 시대에 노동에 대한 지나친 가치부여는 곤란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인간이 동물적인 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아무리 노력한다 하더라도, 결국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아주 동물적인 요소들이에요. 자식에 대한 사랑, 이성에 대한 사랑, 자기 몸 속에 터져 오르는 생명력을 느끼는 순간들... 이 모든 것들은 지극히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것들이며, 인간과 동물이 함께 공유하는 것들입니다. 인생의 진정한 핵심은 노동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먹고 자고 놀고 쉬고 짝을 짓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늙어가는 것과 같은 동물적인 데에도 아주 많이 존재하는 거에요.
2012-09-21
14:01:47

14:01:47

돕뿌
이 무슨 궤변인가?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는 공동의 집단노동이 이루어지고, 생산수단 및 생산물도 공동소유하기 때문에, 노동의 착취가 없고 노동에 의한 인간의 사물화도 존재할 수 없다. 오로지 자본주의만이 인간의 노동을 상품으로 취급하고 착취의 수단으로 삼을 뿐. 프롤레타리아 사회주의 혁명은 노동자를 이러한 착취와 사물화의 굴레로부터 해방한다. 사회주의 하에서 특히 공산주의 하에서 노동은 생활의 원천으로서뿐만 아니라 창조적 삶과 쾌락의 원천으로서 기능한다. 자본주의 하에서 노동자계급에게는 창조적 삶과 인간적 행복의 기회가 차단돼있기 때문에 오로지 동물적 행복만이 유일한 가능성으로 남아 있을 뿐. 그러나 사회주의 하에서 노동자계급에게는 노동을 통해 착취당하지 않는다는 신뢰가 존재하기 때문에 노동을 통한 인간적 행복이 가능하게 됨.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학문과 예술은 유한계급의 것. 그런데 노동하지 않는 유한계급이 창조하고 노동하지 않는 유한계급에게 소비되어야 하는 학문과 예술은 필연적으로 퇴폐의 경향을 띨 수밖에 없음. 바로 김기덕 감독의 영화 같은 게 대표적 예임.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의 학문과 예술은 언제나 인간화된 노동과 함께 하기 때문에 건강하고 건전한 모습을 띰.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열심히 노동하는 자가 멸시를 당하고 착취를 당하고 불행한 삶을 살지만,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는 열심히 노동하는 자가 존경을 받고 대접을 받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됨. 사회주의 체제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기 때문에, 인간을 동물과 같은 것으로 만드는 자본주의 체제보다 언제나 더 우월할 수밖에 없음.
2012-09-21
16:08:50

16:08:50

랑이아빠
스탈린주의, 주체사상을 비롯한 옛 좌파 이념이 노동을 얼마나 중시했는지는 저도 잘 압니다. 노동만이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활동이 될 수 있고, 인간은 동물로부터 멀어질수록 고상한 존재가 되고 존경받는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노동을 가급적 많이 하면 할수록 인간은 행복하고 존엄한 존재가 될 수 있으며, 사랑이나 휴식이나 미적 추구 등도 오로지 노동을 위해 필요한 것, 노동에 종속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게 옛 좌파들의 관념이었죠. 특히 소련은 아예 헌법에다가 노동중심주의의 조문을 명시했습니다. "소비에트에서 노동은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아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다. 노동은 노동능력을 가진 각 시민의 의무이자 존경받아야 할 일이다"라는 조문이 그것이죠.
그런데 소련 같은 체제에서도 노동자들이 노동을 통해 착취당하지 않았는지, 노동자들이 지시명령을 받지 않고 창조적인 노동을 할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라 이것입니다. 북한의 천리마운동 홍보영상에 나오는 노동자들의 얼굴이 환하게 웃는 얼굴이라 해서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의 노동이 행복한 노동이었을 거라 생각하셨다면 그건 착각이에요. 차라리 자본주의 체제에서라면 자기가 들어가고 싶은 직장에 들어가, 자기가 하고 싶은 노동을 하고, 그러다가 싫으면 다른 직장으로 옮기고 하는 것이 자유로웠을텐데,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그런 자유조차 없었으니 노동이 더욱 더 착취당하고 억압당했다 봐야 합니다. 오히려 사회주의가 강한 체제일수록 노동하는 인간은 더욱 더 물건취급을 당했고, 당중앙의 지시에 따른 필요 이상의 노동과 필요 이상의 생산으로 환경은 더욱 더 파괴되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입니다.
요즘 서구 좌파들은 노동을 더 늘리기보다 노동을 더 줄이지 못해 안달이죠. 안철수 같은 사람이 주장하는 '일자리 나누기'나 '노동시간 단축', 손학규가 주장했던 '저녁이 있는 삶' 같은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살펴 보세요. 옛날 소련시절 스탈리니스트들이나 주사파들의 사고방식대로라면 상상도 못했을 일입니다. 좌파들의 노동에 대한 인식이 코페르니쿠스적으로 전환되기 시작한지는 이미 오래 되었어요. 지금은 노동으로 자연을 개조하는 시대라기보다, 인간의 정신과 육체 속에 깃들어 있는 원초적 자연성을 복원하고, 인간 주위의 모든 살아 있는 개체들과 공존하며, 그들에게로 회귀하며, 친환경적 삶을 추구하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소련 같은 체제에서도 노동자들이 노동을 통해 착취당하지 않았는지, 노동자들이 지시명령을 받지 않고 창조적인 노동을 할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라 이것입니다. 북한의 천리마운동 홍보영상에 나오는 노동자들의 얼굴이 환하게 웃는 얼굴이라 해서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의 노동이 행복한 노동이었을 거라 생각하셨다면 그건 착각이에요. 차라리 자본주의 체제에서라면 자기가 들어가고 싶은 직장에 들어가, 자기가 하고 싶은 노동을 하고, 그러다가 싫으면 다른 직장으로 옮기고 하는 것이 자유로웠을텐데,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그런 자유조차 없었으니 노동이 더욱 더 착취당하고 억압당했다 봐야 합니다. 오히려 사회주의가 강한 체제일수록 노동하는 인간은 더욱 더 물건취급을 당했고, 당중앙의 지시에 따른 필요 이상의 노동과 필요 이상의 생산으로 환경은 더욱 더 파괴되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입니다.
요즘 서구 좌파들은 노동을 더 늘리기보다 노동을 더 줄이지 못해 안달이죠. 안철수 같은 사람이 주장하는 '일자리 나누기'나 '노동시간 단축', 손학규가 주장했던 '저녁이 있는 삶' 같은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살펴 보세요. 옛날 소련시절 스탈리니스트들이나 주사파들의 사고방식대로라면 상상도 못했을 일입니다. 좌파들의 노동에 대한 인식이 코페르니쿠스적으로 전환되기 시작한지는 이미 오래 되었어요. 지금은 노동으로 자연을 개조하는 시대라기보다, 인간의 정신과 육체 속에 깃들어 있는 원초적 자연성을 복원하고, 인간 주위의 모든 살아 있는 개체들과 공존하며, 그들에게로 회귀하며, 친환경적 삶을 추구하는 시대입니다.
2012-09-21
17:03:29

17:03:29

돕뿌
웃음밖에 안 나오네. 지금 북한과 남한의 자연환경을 비교해보길. 어느 쪽이 더 심각하게 파괴되어 있는가. 자본의 탐욕은 친환경적 삶을 용납하지 않는다. 북한 노동자들과 남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단순 비교해봐도, 남한 노동자들이 북한 노동자들보다 훨씬 더 많이 일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임. 스탈린주의나 주체사상 같은 낡은 이념 갖고 뭐라 하지 말아주길. 소련이나 북한 같은 실패한 사회주의 국가체제가 아닌 새로운 사회주의 국가체제에서는 노동의 착취가 전혀 없을 수도 있는 거니까. 완벽한 사회주의의 꿈은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가기 나름이니까. '일자리 나누기'가 노동에 대한 부정인 것처럼 말했는데, 그건 노동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는 점. 더 많은 인민들이 노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며, 노동에 대한 더욱 강한 긍정이라고 봐야 할 것임.
2012-09-21
17:21:59

17:21:59

H.호나우두
돕뿌님께서 무슨 사상을 갖고 계시는지 궁금하네요. 아직도 사회주의 혁명을 꿈꾸시는지? 자본주의 체제전복을 꿈꾸시는지? -_-
2012-09-21
18:36:23

18:36:23

Sondergänger
노동중심주의의 해체는 대단히 민감한 문제죠. 노동중심주의가 해체되면 노동자중심주의도 해체되고, 노동자계급이 정치적 헤게모니를 쥐어야 할 당위성 자체도 무너져버리는데 이건 좀...
자본가나 노동자나 인간으로서 똑같은 유적 본질을 갖고 있는 존재들일 뿐이고, 노동은 인간을 진보시키긴커녕 인간을 소모시킬 뿐이며, 노동하느냐 노동하지 않느냐 여부는 진보성과 하등 관련이 없다는 이론은 그러한 점에서 신자유주의를 능가할 정도로 반좌파적이죠.
주인장님께서는 예전부터 줄기차게 노조중심의 정치, 노동중심의 정치가 아닌 실업자나 장애인, 빈민, 외국인 등의 소수자중심 정치에 더 관심이 많으셨던 것 같긴 한데, 과연 노조의 정치적 역량을 그렇게 간단히 무시해버릴 수 있는 건지 의심스러운 것도 사실이죠.
물론 최근 우리나라의 좌파정당들을 보면(특히 통진당), 그 상층부를 노동자 아닌 사람들이 장악하고 있고, 노동중심의 정책들을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노동중심성을 그렇게 쉽게 기각할 수 있는 것인지...
자본가나 노동자나 인간으로서 똑같은 유적 본질을 갖고 있는 존재들일 뿐이고, 노동은 인간을 진보시키긴커녕 인간을 소모시킬 뿐이며, 노동하느냐 노동하지 않느냐 여부는 진보성과 하등 관련이 없다는 이론은 그러한 점에서 신자유주의를 능가할 정도로 반좌파적이죠.
주인장님께서는 예전부터 줄기차게 노조중심의 정치, 노동중심의 정치가 아닌 실업자나 장애인, 빈민, 외국인 등의 소수자중심 정치에 더 관심이 많으셨던 것 같긴 한데, 과연 노조의 정치적 역량을 그렇게 간단히 무시해버릴 수 있는 건지 의심스러운 것도 사실이죠.
물론 최근 우리나라의 좌파정당들을 보면(특히 통진당), 그 상층부를 노동자 아닌 사람들이 장악하고 있고, 노동중심의 정책들을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노동중심성을 그렇게 쉽게 기각할 수 있는 것인지...
2012-09-21
23:17:08

23:17:08

노광균
돕뿌/ 노동이 인간을 사물화하는 건 노동 자체에 분업의 요소가 들어있어서 그런 거기 때문에 공산주의 체제라 하더라도 사정이 바뀔 건 없을 것 같네요. 무인도에 혼자 사는 로빈슨 크루소우처럼 모든 걸 자급자족하지 않는 한 인간은 타인을 위한 노동을 하면서 자기가 수단화된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죠. 자본주의나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나 모두 경제성장과 생산력의 담보를 위하여 노동의 가치를 필요 이상으로 과장해왔는데, 교수님께서 비판하시는 부분도 바로 그 지점인 듯. 노동중심주의의 결과로 노동이 인간의 삶을 너무 크게 지배했고, 도시에 거주하는 남성정규직노동자집단에게 너무 큰 정치적 특권을 부여했고, 자원을 더 고갈시켰고, 환경을 더 파괴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해왔다는 점은 프랑스의 포스트 모더니즘 철학자들이 그동안 거의 공통되게 주장해왔던 얘기이기도 하죠.
2012-09-22
22:48:38

22:48:38

Sondergänger
노광균/ 노동중심의 정치를 저는 개인적으로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보는 편이라... 이게 무슨 포스트모더니즘인지 말라깽이인지에서 아무리 이성중심주의니 생산중심주의니 뭐니 비판한다 해도 노조를 진보정치의 기반이자 동력으로 삼지 않는다면 과연 대안이 뭐냐 이거거든요.
Standing 같은 사람은 노동주의에서 탈노동주의로 나아가자고 하기도 하던데, 탈노동이 과연 현존하는 자본의 착취와 사회구조적 모순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요. 그냥 탈노동주의는 평생 노동이라곤 해본 적이 없어 육체적 노동 자체에 열등감을 갖고 있는 책상물림 살롱좌파들의 말장난에 불과한 거죠. 오히려 당면한 투쟁으로부터의 회피를 정당화하거나 자본의 회유분열공작에 이용당할 여지가 많은 사이비진보이론이라고 생각하는데요... ㅠ
Standing 같은 사람은 노동주의에서 탈노동주의로 나아가자고 하기도 하던데, 탈노동이 과연 현존하는 자본의 착취와 사회구조적 모순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요. 그냥 탈노동주의는 평생 노동이라곤 해본 적이 없어 육체적 노동 자체에 열등감을 갖고 있는 책상물림 살롱좌파들의 말장난에 불과한 거죠. 오히려 당면한 투쟁으로부터의 회피를 정당화하거나 자본의 회유분열공작에 이용당할 여지가 많은 사이비진보이론이라고 생각하는데요... ㅠ
2012-09-23
21:28:13

21:28:13

H.호나우두
Sondergänger/ 아직도 노동중심의 정치를 운운하시는 분이 있다니 참 대단하네요. 아직까지 우리나라 정치에서 노조가 중심이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고, 지금같이 노조가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는 노조가 앞으로도 정치의 중심에 설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은데요? 80~90년대까지는 삼김과 지역토호들이 정치의 중심이었고, 21세기부터는 인터넷을 무대로 해서 각종 시민단체들과 사회단체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왔죠. 그런데 노조가 거기서 그렇게 크게 한 일이 있었나요? 오늘날 노조는 전혀 진보적인 집단이 아니죠. 그냥 국민들을 인질로 하고 청년실업자들을 희생양으로 해서, 자기네들 일자리와 임금만 확보하려 드는 관료화, 기득권화된 집단에 불과하죠. 시민의 자유와 편익 같은 것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그냥 자기네들 월급만 올려달라고, 자기 자식들 직장세습만 시켜달라고 떼를 쓰는데 요즘 어떤 국민이 노조를 좋아할까요? 노조에 계신 아저씨들은 이른바 '정치의 중심'에 서겠다는 말도 안 되는 야심과 오만함부터 일단 버릴 필요가 있죠. 그리고 앞으로 우리나라 정치에 가장자리 역할이라도 충실히 하겠다는 겸손함을 보여줘야 시민들의 신뢰를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겠죠.
2012-09-24
14:46:32

14:46:32

한연주
'밥꽃양'이란 영화가 옛날에 있었습니다. 외환위기 시절 현대자동차 노조의 투쟁과정에서 노조가 결국 277명의 정리해고를 받아들이되, 그 277명의 정리해고인원을 식당에서 밥짓는 아줌마들로 정해서, 결국 식당에서 밥짓는 아줌마들을 희생양으로 해서 남성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보전한 스토리를 담은 영화였습니다. 아줌마들은 노조의 타협에 반대해서 울부짖고 단식투쟁을 벌였지만, 노조는 아줌마들의 투쟁에 냉담했고, 결국 아줌마들은 현대자동차를 울면서 떠나버렸습니다. 277명의 식당 아줌마 중에 무려 133명이 자진퇴직해버리는 뜻하지 않은 사태가 일어났죠. 그러자 회사측은 노조와 합의한 277명의 정리해고인원을 채우기 위해 그 133명을 대신해서 133명의 남성 노동자들을 추가로 해고해버렸고, 이미 도덕성과 투쟁력을 상실한 노조는 거기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정리해고는 제도화되었고, 국내최대의 투쟁력을 자랑하던 현대자동차노조는 그때 이후로 몰락해버렸죠. 저도 그 영화를 보고 처음에는 '노조'가 문제라고 생각했고, 남성정규직노동자 중심의 노조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좀 생각이 다릅니다. 문제는 노동자들에게 교묘히 미끼를 던지고 노동자들이 서로 싸우게끔 만든 비열한 자본의 계략에 있었던 것이지, 노조에게 궁극적인 잘못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죠. 주인장님께서는 '노동'에 대해 지극히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어쨌든 우리 사회에서 '노동'하는 사람들은 지극히 약자의 입장에 처해 있는 사람들입니다. 힘든 일인 줄 몰라서 힘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힘든 일인 줄 알면서도 먹고 살기 위해 힘든 일을 하는 것이고, 그렇게 힘든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이유로 비열한 타협도 해야 하고 도덕성도 팔아먹어야 하고 자기들끼리 분열도 해야 하는 불쌍한 존재들이 바로 '노동'하는 사람들입니다. 주인장님께서도 그런 '노동'하는 사람들에 대해 좀 더 배려가 담긴 시선을 가지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2012-09-25
15:3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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