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rnando Pessoa, '불안의 서'
2020-02-07 04:22:02

'불안의 서'는 포르투갈의 시인 훼흐난두 뻬수아의 유고 산문집입니다. 가끔 삶의 공허감과 무기력감에 사로잡힐 때마다, 일상의 황폐함에 지칠 때마다 몇 페이지씩 읽어보면 좋은 책입니다.

이 책에서 뻬수아는 신앙과 이성을 포함해, 모든 절대적인 것들에 대해서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완벽에 대해서는 본능적인 거부감을 표출합니다.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목적과 지향점과 의도를 추악한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그 반면에 쓸데없고 하잘것 없는 것들이 갖는 아름다움을 찬양합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문학가로서의 뻬수아가 글쓰기에 대해서 갖고 있는 생각입니다. 뻬수아에게 있어서 글쓰기란, 사회적 소통, 타자와의 연결, 정의와 가치의 실현 같은 게 아닙니다. 그보다는, "더 캐묻지도 않고 애쓰지도 않고 그저 자기 주변의 만물을 자기 본질로 내면화하기 위해 몽상하는 작업일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뻬수아는 자기 글을 누가 읽어주지 않든, 알아주지 않든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평생을 무명의 문학가이자 가난한 회계사무원으로 살아갔지만, 그는 자기를 모욕하고 좌절시킨, 그 숱한 통속성에 대해 분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개별적 특징에 흥미를 느끼면서 이를 끊임없이 자기화하고, 그로써 더 풍부한 몽상을 하는 데 만족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 왁자지껄한 리스본 저녁 거리 한켠에 고요하게 고여 있는 어떤 고독 같은 게 느껴집니다. 썰렁한 막간극 같은 인생, 정신적 구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예술가로서의 소명 같은 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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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