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é Saramago, '눈먼 자들의 도시'
2020-03-01 05:12:08

주제 사라마구의 장편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어느날 갑자기 눈이 멀어버리는 전염병으로 온 도시가 황폐화되고 문명 전체가 몰락해버리는 상황을 그린 소설입니다.

이 소설이 치열하게 다루는 주제는 "인간이 과연 그 자체로 존엄한가?" 하는 것과, "기초적, 육체적, 물질적 조건이 뒷받침되지 않는 인간의 삶이 과연 존엄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작품 내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무나 끔찍한 상황에 빠지고, 그에 관한 작가의 묘사가 너무나 자세하며 실감나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 내내 숨 막힐 정도로 불편하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강제 수용소에 갇힌 듯한 고초를 겪고 있는 고국의 여러 지인들을 생각하니 더더욱 이 소설 생각이 나더군요.

이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역시 주인공인 '의사 아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만적 폭력과 이기주의, 그리고 일차원적 욕망만이 넘쳐나는 도시에서 온전히 혼자 자기에게 무겁게 주어진 책임을 다 하고 희생과 헌신을 통해 인간의 기본적 윤리를 실현하는 사람입니다.

작품 막바지에는 그녀가 동료 여인 두 명과 함께 빗속에서 벌거벗고 함께 몸을 씻으며 해방감을 느끼는 장면이 나옵니다. 몇십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장면이며, 아무리 최악의 고난이 닥쳐도 인간은 그 안에서 행복과 희망을 찾아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을 읽고나면 우리가 그동안 그렇게 소중히 여겼던 부, 권력, 명예, 겉모습 등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와 함께, 우리 물질문명이란 게 얼마나 허약한 토대 위에 서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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