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겨울마다 (올해로 3년째)
계절학기 강의를 맡아 해서 그런지,
겨울방학은 2학기 강의가 끝났을 때인
12월 중순 쯤에 오는 것이 아니라,
겨울 계절학기 강의가 모두 끝나는
그 다음 해 1월 초순 쯤에 오는 것처럼
생각이 될 때가 많다.

어쨌든 방학을 맞아 모처럼 해방감에 젖어서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도 만나고,
겨울거리를 혼자서 세 시간이고 네 시간이고
마구 걷는 것과 같은
유치한 짓도 간만에 해보는 등의
한가함과 여유를 누리기도 하였다.


그런데 오랜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자기에 대해 얘기...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영화를 보고나면
항상 야릇한 감흥에 휩싸이게 된다.

이번에 본 영화 '벼랑 위의 포뇨(崖の上のポニョ)'도 사실은
전형적인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매이션 영화에서
발전된 것이라곤 거의 없는 영화로서,
새로움이란 건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사람들이 귀엽다고 난리라는 포뇨 캐릭터 역시도
'이웃집 토토로'에서 4살 소녀 '메이'와
별로 다른 점이 느껴지지 않는,
그냥 식상한 캐릭터에 불과한 것이었다고
할 수가 있는 정도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다 보고나서는
깊은 슬픔에서 빠져나오기가
정말 힘들다는 ...

영화의 주인공이 자아를 발견하고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
삶의 여러가지 일들 속에서 부대끼면서
보다 자기다운 자기자신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묘사하는 영화는
사실 헐리웃 영화 가운데서 그렇게 흔한 것이 아니다.

헐리웃 영화의 절대다수는
권선징악, 선악대결의 구도를 거의 못 벗어나고 있으며,
대개는 선한 편에서 악한 편을 하나도 남김 없이
잔혹하게 폭력적으로 다 죽여버리고,
그 과정에서 자기만의 사랑을 쟁취한다는 편협한 스토리구조에서
거의 탈피하지 못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미국 특유의 일방적, 단선적이며
폭력적이고 유아독존적인 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