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7 23:01:48
지난 1년간 제가 종일 책상 앞에 달라붙어 집필해왔던 저의 '계약법' 교과서가 드디어 지난 주에 출간되었습니다.
예전에 '알기 쉽게 풀어 쓴 계약법'을 쓸 때에는 무엇보다 어려운 민법이론을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풀어내려고 했었으나, 그 뒤 10여 년 동안 계약법을 다시 공부하면서 법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는 것은 단순히 어려운 내용을 줄이고 쉬운 표현으로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법리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그것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는지, 어떠한 역사적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는지, 실제 분쟁에서는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더 깊이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책에서는 개별 법리의 역사적 연원과 사회·경제적 기...
2026-08-28 17:25:10
대법원 2026. 8. 13. 선고 2026다203000 판결. 요지만 읽어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 조합가입계약이 무효가 되어 분담금반환채권까지 확정된 조합원이 조합의 신탁회사에 대한 채권을 압류하고 추심명령까지 받았는데, 특히 자금관리 대리사무계약에서는 ‘조합원 환불금’을 최선순위의 자금집행 대상으로 정하고 있었는데, 왜 신탁회사가 원고에게 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지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채권집행법의 기본원리, 압류채권자는 압류채무자보다 더 좋은 권리를 취득하지 못한다는 원리를 강조했다. 조합과 신탁회사 간의 계약에 따르면, 향후 현금수지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거나 지금 돈을 지급할 경우 앞으로 지급해야 할 선순위 자금...
2026-08-24 22:08:20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를 보았다. 영화 속 여러 장면과 대사 가운데서 내 기억에 가장 강렬하게 남았던 것은 거대한 바다 위 폭풍 장면도,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 장면도, 피와 살이 튀는 전쟁 장면도 아니었다. 오디세우스를 떠나보내며 칼립소가 건넸던 짧은 말, "싸우려 하지 마세요. 통제하려 하지 마세요. 그저 살아남으세요. (Don't try to fight, don't try to control. Just survive.)"였다.
이 말은 내게 있어 오디세우스의 지난 삶 전체에 대한 쓸쓸한 평가처럼 느껴졌다. 싸워서 승리하고, 자신의 지혜로 상황을 멋지게 통제하고, 그렇게 세계를 자신의 의지에 복종시키면서 성공만 하고 살아왔던 한 인간 영웅에게 이보다 더 역설적인 충고가 있을까.
무엇보다 이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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