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박사넷 사건
2025-06-23 16:32:15

오늘 참여할 어느 공부모임에서 발표할 텍스트입니다. 이른바 '김박사넷 사건'에서 작년 6월 대법원이 원고 교수의 청구를 기각했는데(대법원 2024. 6. 17. 선고 2020다239045 판결), 그에 대한 제 의견입니다.

① 본 사안에서 교수의 실명·사진·이메일·연구실정보 등은 교수가 자기 소속 대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동의한 것이지 김박사넷과 같은 익명 대중평가 플랫폼에 공개하도록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교수는 자신의 공적 역할 수행을 위한 목적으로 대학 홈페이지에 실명·사진·이메일·연구실정보 등을 게재하였던 것이며, 이는 주로 특정 목적(=소속 학생, 연구자들과의 공식 소통)을 위한 한정적 공개에 해당한다. 물론 로앤비 사건 판례(2014다235080)를 보면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는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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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나의 것(復讐するは我にあり)
2025-06-07 21:48:38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1979년작 영화 『복수는 나의 것(復讐するは我にあり)』을 보았다.

남자주인공 에노키즈의 사기와 연쇄살인 행각을 두고, 영화는 가해자와 피해자 어느 쪽에도 감정이입하지 않으며, 그 원인을 파헤치지도 않고 오직 과정과 결과만을 대단히 건조하게 묘사한다. 그것이 오히려 더 인상적인 영화였다.

도덕적인 아버지 밑에서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았고,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았으며, 처음엔 가벼운 잡범 수준에 불과했던 에노키즈. 그는 애초에 갱생이 불가능한 인물은 아니었다. 그런 그가 어째서 갑자기 악마와 같은 연쇄살인범으로 폭주하게 되었을까.

에노키즈가 수감 중일 때 그의 아내와 아버지가 서로 사랑하게 된 것이 결정적 계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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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바보들의 조직
2025-05-11 15:23:43

영국의 작가이자 역사학자인 노스콧 파킨슨(Northcote Parkinson)은 이른바 '파킨슨 법칙'을 주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에 따르면 이 세상 모든 조직이 합리성과 효율성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초기에는 물론 그 조직 자체를 유지하고 확장하는 것이 사회적 효용과 일치했을 수 있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비용만 잡아 먹을 뿐 사회적으로 거의 쓸모 없는 조직이 되었더라도, 그 조직은 자체의 존속 또는 자기 증식을 지향하며 발전할 때가 많다.

그나마 그 조직이 내부 구성원 전체의 이익이라도 잘 챙긴다면 문제는 덜하겠지만 대개는 그렇지도 않다.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에 따르면 어느 조직에든 소수의 지배 엘리트와 다수의 비엘리트 계급이 존재한다. 처음에는 그 두 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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