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각 짜장면
2019-12-14 19:58:30

낡고 허름한 식당을 좋아하는 편이다. 내 직장 근처에 '신성각'이라는 중국집 같은 곳이 그런 곳이다. 거의 13년째 이곳에 다니고 있다. 언제나 한결같은 분위기에 맛이다.

갈 때마다 읍 면 단위 시골 중국집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작고 오래된 탁자에 혼자 앉아 짜장면을 주문한다. 그러면 나이 예순 정도 되신 듯한 사장님께서 조리실로 들어가 탕탕 소리를 내며 밀가루 반죽을 하신다. 단 5분만에 짜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사장님께서는 내가 앉은 탁자 옆의 조그만 의자에 앉아 숨을 몰아쉬며 휴식을 취하신다.

다른 중국집은 짜장면 소스가 너무 달아 캬라멜 시럽 맛인데, 이곳 짜장면 소스는 씁쓰름 달다름한 게 오래 달인 한약 맛이다. 면발은 수타라서 투박하지만 탱글탱글 쫄깃쫄깃하다. 비유컨대 짜장면을 먹었다기 보다는, 뭔가 춘장&한약&양파 수제비를 먹은 느낌이다. 이렇게 맛있는 짜장면을 곱배기로 먹었는데도 가격이 6천 원이라니 그저 감격할 따름이다.

오늘 사장님께서는 내게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주셨다. 얼마 전 뉴욕에 여행을 갔는데, 가게에 가서 콘센트가 어디 있냐고 물어보니 다들 못 알아 듣더라는 것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미국에서는 콘센트를 '아울렛'이라 하더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자신이 중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끌려가서 몽둥이를 맞아가며 사단장 밥을 짓고 있을 동안, 자기 짜장면 친구들은 일찍부터 장사를 해서 돈을 엄청 모았다고 하셨다. 자기 재산은 그들의 10분의 1도 안 된다고. (그래도 사장님께서는 뉴욕 여행도 다니시고, '서울 3대 짜장면' 칭호도 들으시고, 그 정도면 성공한 인생이잖아요...)

해 짧은 12월 저녁 효창공원 뒷길을 혼자 걸어 연구실로 돌아왔다. 매일 계속되는 밤샘이 언제부터인가. 오늘 저녁에도 아들 녀석은 내게 언제 들어오냐는 전화를 걸어오겠지.

보약 같은 짜장면을 든든하게 먹어서 그런지 오늘 밤은 평소보다 일이 훨씬 더 잘 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