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evo Orden
2021-11-14 22:50:55

멕시코 영화 'Nuevo Orden'을 봤다. 넓고 큰 집과 화려한 가구, 넘치는 포도주와 파인다이닝 음식, 값비싼 옷과 장신구, 잘 가꿔지고 다듬어진 헤어스타일과 몸매를 자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맞은 편에 좁고 작고 지저분한 집, 초라한 음식, 싸구려 옷과 더러운 머릿결과 추한 몸매로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대조를 이루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빈민 폭도들이 어느 부유층의 결혼식장을 습격하는 모습이 묘사되고, 충격적인 폭력과 파괴 그리고 살인 장면이 이어졌다. 해방 이후 공산혁명이 일어난 뒤의 북한, 한국전쟁 이후 인민군의 지배에 떨어진 뒤의 서울, 경기도, 충청도와 전라도 지역에서 아마도 저러한 모습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자들 중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가장 매몰차게 굴던 사람들은 혁명의 과정에서 무사히 살아남고, 빈자들에게 가장 인간적으로 대하던 부자들이 오히려 가장 끔찍한 운명에 처하는 결말을 보면서 이 영화를 만든 미셸 프랑코가 얼마나 멕시코의 현실에 대해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혁명이 일어나봤자 조직화된 무력을 당해낼 수는 없고 부자들의 기득권은 그대로 이어진다. 빈자들은 물질적으로 삶이 더 나아지긴 커녕 그나마 누리던 자유와 편리함조차 박탈 당한다. 약삭빠르게 행동한 사람은 승리하고, 양심적으로 행동한 사람은 오히려 죄를 뒤집어쓴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진실은 잊혀진다. 종교와 법률은 그저 힘 있는 자들의 부도덕을 정당화할 뿐이다.

그리고 '부패'가 이 모든 주름 사이를 진물처럼 흘러간다. 이 영화의 주인공네 집안은 건설업으로 부를 축적한 듯 보이며, 정치인과 군인에게 뇌물을 상납하여 얻은 이권으로 사치와 향락을 누리는 양 묘사된다. 그러한 부패 가문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여주인공은 물론 따뜻하고 인간적인 마음을 갖고 있지만, 더러운 돈을 양분 삼아 곱게 자란 원죄를 뒤집어쓴 탓인지 영화 끝까지 기만과 강요만 당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공산폭도들을 진압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장악한 군인들 역시 의로움과는 거리가 먼 자들이다. 그들은 범죄조직을 가장하고 길 잃은 부잣집 도련님과 아가씨들을 납치한 다음 고문하고 폭행하고 가족한테서 몸값을 뜯어내는 짓을 벌인다. 이러한 납치범죄 사실이 발각되겠다 싶으면 그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인질로 잡힌 사람들을 죽이며, 그 범죄 혐의는 선량하고 무고한 사람에게 뒤집어 씌운다. 아니 공조직이 저런 반인권적 범죄를 저지르고 진실을 은폐하면서 어떻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까 싶지만, 그들이 그러는 이유도 사실은 간단하다. 결국은 숫자 때문이다. 할당된 상납금의 숫자를 채우라고 위에서 강압적으로 내리는 명령을 수행하다 보면 공조직도 저렇게 될 수밖에 없는 법이다. 좌파든 우파든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할 수밖에 없다. 그 아래서 인권의 기본조차 유린 당하는 운명은 빈부를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니 이 영화의 제목으로 내세워진 '새로운 질서(Nuevo Orden)'는 옛 질서보다 더 좋을 수가 없는 셈이다. 구질서의 빈부격차에 신음하던 무산계급은 선동에 용기를 얻어 무기를 들고 일어서지만, 무수히 많은 억울한 죽음과 물질적 손실과 경제적 후유증만을 남긴 채, 결국엔 공포정치만을 불러오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신질서 아래에서는 기득권 가운데서도 가장 약삭빠르고 악랄한 자들만 살아남는다. 신질서를 지배하는 군사독재는 기존의 자본독재보다 더욱 더 무지막지하여, 빈자의 일상에서 자유의 흔적조차 지워버린다.

한편 이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계급혁명이 다름 아닌 색깔로 형상화됐다는 점이었다. 멕시코 메스티조 무산계급의 무구함은 초록색으로 표현되었고, 백인 유산계급의 도발성은 빨강색으로 표현되었다. 영화 초반에 결혼식 신부로 등장했던 여주인공이 흰 색 웨딩드레스 대신에 입은 정장 옷색깔인 빨강색이 바로 그 색깔이다. 멕시코 국기를 보면 초록색과 빨강색 가운데에서 흰색이 중재 역할을 담당하지만, 이 영화에서 흰색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물론 이러한 계급 고착화와 양극화, 그리고 통합 부재의 현실은 비단 이곳 멕시코만의 일이 아니라 오늘날 전세계에 공통된 현상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보며, 요즘 내 주위에 자주 보이던, "혁명 마렵다"고 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부동산 개발을 매개로 정치인, 법조인, 기업가 등이 막강한 이권 카르텔, ‘기득권자의 특권 동맹’을 결성하는 이 현실. 정경유착이 심해질수록 계급 양극화는 더욱 더 심해지며, 이에 대한 국민들의 좌절감과 박탈감은 점점 더 커져서 결국엔 혁명 일보직전까지 오게 된 이 상황이 과연 멕시코 뿐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 이 영화에서 얻은 격렬한 간접체험이 조만간 직접체험으로 내게 다가올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오던 길 위에는 수많은 마스크 쓴 사람들이 서로를 흘기며 종종걸음을 걷고 있었고, 회색 하늘은 마치 거울처럼 이 도시의 을씨년한 풍경을 반사하고 있었다.






라슬이
글 시작부터 몸매가 어쩌구 ㅇㅈㄹ.....!!

여주인공이 아름답다는 얘기는 여기서 왜 해~!~!~! 제자들한테 여자는 아름답지 않으면 여자도 아니ㅋ야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서 상대적 박탈감이라도 일으키려는거?

누가 늙은 한남교수 아니랄까봐 지가 늙고 못나서 연애도 못하니까 밤낮 젊은 여자 얼평 몸평 ㅋㅋㅋ 아가리만 벌리면 여혐사고만 쏟아내는 한남교수들은 진짜 벌 좀 받아라 제발~!~!~!
2022-04-05
13:17:51




그루잠
해방 이후 공산혁명이 일어난 뒤의 북한, 한국전쟁 이후 인민군의 지배에 떨어진 뒤의 서울, 경기도, 충청도와 전라도 지역에서 충격적인 폭력과 파괴 그리고 살인 장면이 이어졌다고 주장하는 글쓴이의 역사지식 참 얄팍하네요. 미국과 UN의 방해책동으로 인해 한반도 북측에만 건설될 수밖에 없었던 공화국이 성공적으로 추진한 토지개혁과 신분제 철폐, 양성 평등을 골자로 하는 사회개혁이 절대 다수 인민들, 특히 여성들에게 얼마나 환영을 받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입만 아플 뿐이죠. 그와 별개로 일부 보수 지식인들이 선전하는 것과는 달리 인민공화국의 성립단계에서 사람의 목숨을 함부로 빼앗는 숙청 같은 것은 한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내려온 조선인민군이 경상도를 제외한 남한 전역을 해방한 후 설립한 임시인민위원회는 즉시 치안을 비롯한 행정을 정상화했고, 서울시민과 각지의 지역주민들은 인민군을 환영하며 전폭적으로 협조하여 각 단위별로 인민위원회를 복구하고 질서 있는 개혁을 추진했습니다. 최악의 친일파라 해도 재판 없이는 처벌을 당하지 않았구요. 인민재판에 의해 사형을 당한 자는 극소수였습니다. 오히려 서북청년단, 대한민주청년동맹, 조선민족청년단 등 우익테러집단과 군ㆍ경의 양민학살, 좌익탄압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이 100만 명을 넘었구요. 미군의 지휘와 직접 개입 아래 부역자를 색출한다는 명목으로 남한의 군인과 경찰들이 수백만 명의 양민을 곤봉, 개머리판, 체인으로 때려 죽이거나 총으로 쏴죽이거나 일본도로 베어 죽이는 상황이 한국전쟁 전반을 지배했습니다. 육이오때 빨갱이들이 죽창으로 지주들을 찔러 죽였네 하는 따위의 도시괴담은 모두 날조된 사실로 밝혀진지 오래고, 대한민국의 민주화 이후로 제대로 된 현대사교육이 이뤄져 이제는 보도연맹원에 대한 집단학살, 국민방위군 사건, 노근리 이리역 양민학살, 거창양민학살사건 등 미군과 우익에 의한 양민학살이 훨씬 더 광범위하게 이뤄졌음을 모르는 자가 드문데, 냉전시대 20세기에나 통할 잘못된 역사지식을 지금 같은 민주화 시기에 이렇게 유포하고 있다니, 진심 글쓴이 당신은 빨리 재기하시는 게 숙명여대 교육정상화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빻은 인식과 인성이면 숙명여대에서 같은 공기를 호흡했다는 것 자체가 극혐이에요.
2022-07-01
15:36:38



다음글
  2022/05/25

이전글
  2017/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