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법 교과서 출간
2026-09-07 23:01:48
2026-09-07 23:01:48
지난 1년간 제가 종일 책상 앞에 달라붙어 집필해왔던 저의 '계약법' 교과서가 드디어 지난 주에 출간되었습니다.
예전에 '알기 쉽게 풀어 쓴 계약법'을 쓸 때에는 무엇보다 어려운 민법이론을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풀어내려고 했었으나, 그 뒤 10여 년 동안 계약법을 다시 공부하면서 법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는 것은 단순히 어려운 내용을 줄이고 쉬운 표현으로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법리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그것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는지, 어떠한 역사적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는지, 실제 분쟁에서는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더 깊이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책에서는 개별 법리의 역사적 연원과 사회·경제적 기능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보고, 서로 떨어져 보이는 여러 제도 사이의 논리적 관련도 더 깊이 찾아보려 하였습니다. 독일법과 프랑스법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법도 가능한 한 그러한 목적에서 활용하였습니다.
판례도 결론이나 판결요지만 제시하기보다 가능한 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서 출발하려 했습니다.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요구했고, 당사자들이 왜 그렇게 주장했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법원이 선택한 법리의 의미도 제대로 보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책이 나온 뒤 다시 펼쳐보면 벌써 고치고 싶은 곳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법을 설명하는 일에는 아마 끝이 없을 것입니다. 한 가지 의문에 답하면 또 다른 의문이 생기고, 새로운 판례와 거래현실은 기존의 설명을 계속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책도 완성된 답이라기보다 지금까지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얻은 제 생각을 정리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이 무슨 대단한 학문적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학생들이 계약법의 수많은 법리를 단순히 외워야 할 문장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이유와 논리를 발견하여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는 데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더 바랄 게 없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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