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22 01:31:51
최근 프랑스어 회화를 다시 연습하고 있다. 그런데 그때마다 내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프랑스어의 복잡한 동사변화, 그 중에서도 접속법(subjonctif)이다. 법학자 대부분이 그렇듯이 나 역시 프랑스어보다 영어와 독일어를 먼저 배웠다. 다들 알다시피 이 두 언어에는 프랑스어의 접속법에 정확히 대응하는 동사 변화가 없다. 물론 독일어에도 접속법(Konjunktiv)이라는 범주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것은 주로 전언이나 비현실적 가정, 완곡 표현에 쓰일 뿐이다. 프랑스어처럼 의지·감정·필요·의심과 같은 주관적 태도까지 동사형 자체로 세밀하게 구분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프랑스어는 미래의 사실에 대해서도 매우 충실하게 미래형을 사용하도록 요구한다. 영...
2026-03-15 12:25:33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가 세상을 떠났다. 96세. 20세기와 21세기를 가로질러 살아남은 거대한 지적 존재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어떤 사상가의 죽음은 하나의 개인적 생의 종료에 그치지만, 그의 죽음은 한 시대의 언어가 끝나는 사건처럼 다가온다. 독일 언론이 그의 사망을 두고 “하나의 시대가 끝났다(Sein Tod markiert das Ende einer Ära).”고 말한 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그는 오랫동안 전후 독일이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의 형식 그 자체였고, 유럽이 민주주의와 통합, 역사와 기억, 시민성과 공적 이성을 어떻게 사유해야 하는지 끈질기게 묻는 목소리였다.
그의 삶을 돌아보면, 한 철학자의 생애이면서 동시에 전후 독일 정신사의 축약...
2026-03-14 10:34:50
지난 3월 12일 Zeit지에 게재된 "Steuern waren ein absolutes Tabu"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다. 그 기사는 바이마르 공화국의 재정 긴축이 국가를 “폭풍에 무너질 상태(sturmreif)”로 만들었고, 그 결과 히틀러의 권력 장악을 도왔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경제사 연구에 따르면 독일 경제는 이미 1932년에 경기의 저점을 통과하였다. 실제로 독일의 산업 생산 지수는 1928년을 100으로 놓고 봤을 때 1932년초 약 58까지 떨어졌지만, 그 해 하반기에는 60대 초반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실업자 수 역시 1932년 초 약 600만 명에서 그해 말에는 약 520만 명 수준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수출 또한 1932년 하반기부터 완만한 회복세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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